- 미국서 1500톤 중 300톤, 프랑스 374톤 전량 회수
- 미국 디폴트 불안·유로화 붕괴 우려 반영
- 미국의 금 공개요구 불응에 대한 불신도 작용
[뉴스핌=권지언 기자] 독일이 미국과 프랑스 중앙은행에 보관 중이던 금괴 상당량을 회수키로 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6일(현지시각)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는 현재 뉴욕 연준은행 금고에 보관중인 금 1500톤 중 300톤과, 프랑스은행이 보관하고 있는 금괴 전량인 374톤을 회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당 금괴는 오는 2020년까지 소량씩 옮겨질 예정인데, 프랑스의 경우 트럭을 이용한 수송이 가능하지만 미국에 보관된 금의 경우 항공기 이용이 불가피한 만큼 상당한 비용이 소요될 예정이다.
특히 보관료를 내야 하는 영국에서는 금을 회수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혀, 보관비도 들지 않는 미국과 프랑스에서 굳이 높은 수송비를 감수하고서라도 금을 돌려받겠다는 독일의 결정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 뉴욕타임스는 뉴욕연방준비은행은 외국 금을 보관하는 것이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논리 하에 보관료를 받지 않고 있다면서, 연방은행 대변인은 이번 독일의 결정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독일이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고 있지만, 미국의 채무증액 협상이 실패할 경우 디폴트 우려가 있는 만큼 미국에 보관된 독일 금도 안전하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했다고 결정했다.
더불어 미국이 보관중인 금을 보여달라는 독일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상당한 불만을 표시한 여론을 의식한 결정이라는 것.
프랑스의 경우 유로화를 쓰고 있는 만큼 다량의 금을 보관할 이유가 없다는 분데스방크의 공식 입장이 나오긴 했지만, 전문가들은 좀처럼 극복되지 않고 있는 유럽 부채위기로 유로화 위기가 올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핌코의 수석투자전략가 빌 그로스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서로 신뢰하지 못하는 건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분데스방크 관계자는 "독립적으로 판단한 것이며 외부 여론에 밀렸다거나 중앙은행 간의 신뢰가 떨어져서 그런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독일은 냉전시대에 소비에트의 침공 우려 때문에 금을 가급적 위험에서 먼 지역에 보관하도록 하는 정책을 따랐는데, 이런 위협이 사라지고 난 이후에도 여전히 뉴욕이나 런던 등 금융센터에 금을 보관해야 한다는 주장이 우선시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은 나치의 전비 사용과 전쟁 후 혼란 속에서 보유 금을 모두 잃었지만, 전후 경제 부활에 따라 다시 금 보유량을 늘렸다. 브레튼우즈 체제 붕괴 직전에 보유금은 총 4000톤까지 이르렀으며, 그 이후에도 금 보유의 중요성은 줄어들지 않았다. 유럽중앙은행(ECB)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로의 일부 이관 이후 보유량은 3400톤 정도가 됐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