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신규만 금지" vs 文"기존도 해소해야"
제18대 대통령선거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맞대결로 압축됐다. 각 후보의 핵심공약을 살펴보고 실현가능성을 점검함으로써 국민들의 올바른 선택을 돕고자 한다.<편집자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왼쪽)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
순환출자는 대기업이 사업구조를 다원화하는 기반으로 활용된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총수일가가 소수의 지분으로 많은 계열사를 지배하는 수단으로 악용된 측면도 있다.
때문에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모두 신규 순환출자를 제한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순환출자를 해소하자는 데는 뚜렷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표 참조).
◆ 박근혜 "기존 순환출자 제한하면 적대적 M&A 노출"
우선 박 후보는 기존의 순환출자는 인정해 주고, 신규 순환출자만 규제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존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데는 기업집단별로 수 조원 규모의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업의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한 기존 출자 해소를 강제할 경우 우리기업들이 외국기업에 자칫 적대적 M&A(인수합병)될 수도 있다는 지적을 감안한 것이다.
박 후보는 지난 16일 '경제민주화' 공약 발표 당시 "대기업의 기존 순환출자를 제한할 경우 우리기업들이 외국기업의 적대적 M&A에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합법적으로 인정되던 과거의 의결권까지 제한한다면 기업이 큰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면서 "새로운 순환출자만 금지하는 것이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박 후보가 '기존 순환출자 해소'를 추진했던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사실상 '결별'하면서 새누리당의 재벌정책이 '반쪽짜리'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문재인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 절실"
반면, 문재인 후보측은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재벌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경제력 집중을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신규 순환출자 금지는 물론이고, 기존 출자도 3년 안에 해소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의결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지 않고는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문 후보측은 "재벌기업이 왜곡된 지배구조로 인한 경제력 집중과 문어발식 확장으로 인해 시장경제질서의 근간이 훼손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기존 순환출자 해소와 함께 지주사 설립요건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이는 결국 비주력 계열사를 매각하라는 의미여서 재계가 적극 반대하고 있다.
◆ 투자 위축·적대적 M&A 우려 '이견'
재계는 기존 순환출자 해소를 무리하게 강제하는 것은 투자 위축이 불가피하고 적대적 M&A가 우려된다면서 박 후보의 공약을 지지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이병기 연구위원은 "기존의 순환출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그룹별로 수 조원대의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면서 "투자 위축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일정기간 내에 여러 기업들이 기존 출자를 해소해야 하는데, 국내에서 그만한 재력이 있는 곳이 있겠느냐"면서 "외국기업의 적대적 M&A 가능성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결국 순환출자 해소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일 것"이라면서 "순환출자 해소를 강제하는 것만으로는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이룰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개혁성향의 전문가들은 투자 위축이나 적대적 M&A 우려가 과대포장됐다는 지적이다.
경제개혁연구소 위평량 연구위원은 "신규 순환출자만 규제하는 것은 재벌개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면죄부'를 주는 셈"이라면서 "재벌개혁을 위해서는 기존 순환출자 해소를 비롯해 다양한 방안들이 함께 동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존 순환출자 해소는 기업에서 기업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넓게 보면 투자 여력은 똑같다"면서 "실물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주장은 왜곡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적대적 M&A 우려에 대해서도 "자본시장법상의 '5% 제한' 규정이 있고, 공정거래법상에도 외국인 지분이 15% 이상일 경우 M&A를 신고하게 되어 있다"면서 "실제로 지난 15년간 외국기업의 적대적 M&A가 한 건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출자해소 비용 부담에 대해서도 "재계가 주장하는 비용이 과장된 면이 있다"면서 "비주력 계열사를 매각할 경우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