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홍승훈 정지서 기자] 자문형 랩 상품을 비롯한 랩어카운트의 수익률 부진에 각 증권사가 고심하고 있다. 물론 아직은 시장 초기인만큼 지금의 위기를 잘 극복하면 랩어카운트가 자산관리시장에서 제 역할을 해낼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도 있다.
이에 각 증권사들은 저마다 랩어카운트 전략을 재정비하고 나섰다. 또한 국내 랩어카운트 시장을 위한 발전적 제언들을 쏟아내며 업계의 각성과 정부의 지원을 촉구했다.
◆ 증권사, 내부 랩운용 인프라 확충
자문형 랩을 중심으로 구성됐던 이 시장은 최근 랩어카운트 본래의 기능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증권사별로 본사운용형을 강화하며 다양한 유형의 랩 상품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
박현철 신한금융투자 팀장은 "최근들어 증권업계가 랩의 선진화를 위해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본사운용형이나 지점운용형, PB센터 운용형 등 외부위탁이 아닌 자사의 능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발전하는 형국"이라고 언급했다.
삼성증권의 경우 이같은 움직임을 가장 두드러진다. 문진철 삼성증권 차장은 "작년 말부터 한 개 팀에 불과하던 포트폴리오 운영팀을 두개로 늘리고 인력보강 작업도 실시하는 등 인프라를 확충했다"며 "전사적으로 잘 갖춰져 있는 교육시스템을 통해 CFA, CFP 등 직원들의 전문성 함양을 위한 자격증 취득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본사운용형에 주안점을 두며 내부 전문가 양성에 힘쓰고 있다.
신긍호 한국투자증권 부서장은 "내부 운용형 상품을 통해 고객들의 신뢰 형성에 힘쓰겠다는 생각으로 직원들의 역량키우기에 주력하고 있다"며 "금융투자협회 등 외부 연수 프로그램과 사내 모의투자대회, 그리고 기업방문 등을 활용해 자체적인 종목 발굴 및 자산배분 역량을 키워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다양한 랩어카운트 상품만큼 여러 조직들이 전사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배준영 미래에셋증권 팀장은 "단품성 랩어카운트 상품보다는 종합자산관리라는 목표 아래 글로벌랩, 자문형랩, Safe랩, 펀드랩 등을 제공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50여명의 전문인력이 해당 업무에 종사하고 있으며 '랩투자전략위원회'와 '자산배분위원회' 등의 내부 조직을 둬 리스크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일괄적 로스컷 비율 적용?...전산시스템 보완 필요
수익률과 연동된 로스컷 규정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증권사들은 각 상품에 로스컷 비율을 적용하고 있다. 로스컷 비율은 손실률 5%부터 30%까지 가지각색. 특히 이번 하락장에서 랩어카운트의 매도세가 시장 교란의 주범이었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로스컷 비율 정비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문제는 각 증권사의 랩어카운드 상품이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로스컷 비율을 일괄적으로 적용한다는 데 있다. 개별 적용을 위해선 전산시스템을 구축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만은 않다.
다만 하이투자증권의 경우 랩어카운트 상품에 대한 개별 계좌관리를 통해 고객 기준에 따른 로스컷 비율을 설정해두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별도의 랩 운용 위탁계좌를 통해 개개인에게 적용되는 전산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고객과의 상의를 통해 개별 로스컷 비율을 설정,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실천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비용에 대한 부담은 크기 마련. 하지만 전산시스템을 통한 계좌별 관리가 투자일임계약의 취지에 맞는게 사실이다. 투자일임계약인 랩이 애초 계좌별 관리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상품인 만큼 펀드처럼 뭉텅이 계좌로 관리되면 진정한 랩어카운트 상품이 아니란 것이 하이투자증권의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타 증권사들은 비용탓을 한다. A증권사 관계자는 "전산시스템으로 개별계좌를 관리하려고 할 경우 엄청난 비용이 소요된다"며 "비용의 한계로 인해 대형 증권사일수록 개별계좌 관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B증권사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전산시스템 선진화에 투자해야 할 필요성을 절대적이지만 비용 압박이 만만치 않다"며 "계좌별 관리가 된다면 고객별 로스컷 비율 설정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고 전해왔다.
일각에선 로스컷 제도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대다수 자문사들이 잡주가 아닌 우량주를 매매하는 상황에서 15% 하락했다고 로스컷을 하면 시장변동성만 키울뿐 악순환의 연속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당국, 건전한 랩 시장 방향 선도해야
랩어카운트 시장의 성장세를 고려할 때 금융당국 차원의 규제마련도 필요해 보인다. 현재 랩어카운트 상품은 증권업계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당국에서 특정 부문에 대한 지적이 있을 때만 그에 따라 수정하는 형편이다.
이로 인해 증권사들은 고객들에게 랩 상품에 대한 설명이나 타 상품과의 구분, 세제규정 등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C증권사 관계자는 "지금은 랩 상품에 대한 정의부터가 애매한 상황"이라며 "투자일임계약이라고는 하지만 범주와 가입절차, 세제 등 어느 하나도 명확히 규정된 부분이 없어 곤란한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D증권사 관계자는 "호주처럼 당국에서 랩어카운트에 대한 하나의 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으로서는 가이드라인도 없어 여러 상품의 특성이 혼재되어 운영되는 경우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트렌드적인 랩 상품 판매가 성행하는 것도 이같은 확실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 물론 지나친 규제는 삼가야겠지만 당국이 시장의 방향성을 잡아줘야 할 시점이란 데는 업계가 동의하는 모습이다.
E증권사 관계자는 "제도적으로 타이트하게 접근하면 펀드와 똑같아지는 만큼 일률적 규제보단 사적인 계약관계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기준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며 "랩의 경우 증권사 내부 운용규정이나 계약권유문서 등은 의외로 세세한 조항이 많으니 당국은 건전한 랩어카운트 시장이 형성될 수 있도록 아웃라인을 잡아주는 역할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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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홍승훈 정지서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