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편일률 동반성장 프로그램
[뉴스핌=이강혁 기자]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이요? 눈치 안볼 수 있나요. 크게 달라진 거 없어요. 피부로 와닿는 내용도 없고요."
인천 남동공단의 한 대기업 3차 협력사 김모 대표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프로그램에 고개를 내저었다.
김 대표는 "동반성장이라는 것이 결국 '윈윈'하자는 것인데, 체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보다는 울며 겨자 먹기식의 수동적 방안들이 대부분이라 현실감은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대기업들이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을 위해 천편일률적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정부의 동반성장 방침에 따라 국내 주요대기업들은 상반기에 협력사와 동반성장 협약 체결을 끝냈다.
하지만 주요 대기업 대부분의 동반성장 프로그램은 규모만 다를뿐 내용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다.
협력업체들에 대한 현금결제를 강화하거나 기술지원을 해주는 등의 내용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이 근본적인 고민없이 다른 대기업의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모방하거나 정부의 '옥죄기'에 그저 따라가는 방식에 머무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러다보니 일각에선 이들 대기업의 동반성장 프로그램에 대해 '그 나물에 그 밥'이란 푸념도 나온다.
한 중견 제조업체 관계자는 "올해 들어 공정위 주도로 이뤄진 주요 대기업들의 동반성장협약식 내용을 보면 대부분 별 차이가 없다"며 "공정위의 보여주기식 겉치레에 대기업들이 장단을 맞추고 있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 "대기업 동반성장 프로그램 천편일률"
그럼 주요 그룹사들의 동반성장 프로그램은 어떨까.
삼성그룹은 지난 4월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 협약 체결식을 갖고, 삼성 9개 계열사가 1차 협력사 3021개와, 1차 협력사가 다시 2차 협력사 2187개와 협력을 체결했다.
삼성은 2차 협력사와의 협약을 성실하게 이행한 1차 협력사에는 납품 물량을 배정하거나 포상할 때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또 삼성과의 협력사업에 필요 한 범위 안에서 삼성 계열사의 특허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한편 5200여 협력사에 61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도 현대차와 기아차를 포함한 6개 대표 계열사와 협력사 1585개사와 동반성장 협약을 맺었다.
주요 골자는 협력사 상생펀드에 지난해보다 1046억원이 늘어난 1736억원을 출연하고 협력사 연구·개발(R&D)과 시설 투자비로 2500억원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또 협력사의 품질·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300여명 규모의 'R&D 기술지원단'을 운영하고 협력사의 기술력 보 호를 위한 특허출원도 지원키로 했다.
LG그룹은 동반성장 5대 추진 과제로 △차세대 기술 및 사업에 참여기회 확대 △장비·소재·부품 국산화 △자금지원 및 결제조건 개선 △교육지원 등을 통한 경영역량 강화 △협력사 고충 모니터링 등을 제시했다.
LG는 중소 협력회사의 미래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올 하반기 'LG-중소기업 테크페어'를 열고 미래성장사업 분야에서 공동 R&D를 진행할 협력사 20여개를 선정할 계획이다.
선정된 중소기업에게는 연구개발비 및 기술 노하우를 지원할 계획이다. 또 테크페어를 통해 선정된 중소기업을 포함한 협력회사 R&D에 올해부터 5년간 총 1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SK그룹은 중소기업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기 위해 조성한 'SK동반성장펀드' 규모를 당초 보다 50% 이상 늘려 800 억원을 추가로 출연해 전체 펀드를 2300억원 규모로 운영한다.
SK동반성장펀드는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 협력업체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줄 수 있도록 최대 30억원, 최고 2.4%까지 이자율을 인하해 저리로 자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자금지원 분야에서 SK그룹도 중소기업 거래대금을 100% 현금성 결제를 시행중이다.
◆ "정부 '독주'에 기업들이 떠밀리듯"
재계 한 인사는 "기업들이 정부의 독주에 떠밀려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마련하다보니, 마치 서로 상의한 듯 비슷한 프로그램들을 쏟아내고 있다"고 문제점을 일부 인정했다.
이와 관련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동반성장이 정부 주도로 추진되면서 대기업에게 당근보다는 채찍을 가하는 분위기"라면서 "대기업이 중소기업에게 신경써주면 한국경제에 굉장히 도움이 되지만 정부가 너무 혼내는 분위기인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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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