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문형민 기자] 저축은행 부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적자금을 투입해야한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있다. 하지만 공적자금을 조성하려면 국회 동의가 필요해 총선 대선을 앞둔 정부와 여당으로선 쉽지 않은 상황이다.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현재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위해 마련된 재원은 15조원이다. 지난 3월 예금자보호법 일부 개정으로 예금보험료 일부와 정부출연금을 합쳐 저축은행 구조조정 특별계정을 만들었다.
그렇지만 영업정지된 7개 저축은행의 부실이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고, 하반기 다른 저축은행들의 부실 상황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보여 실탄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에 공적자금을 조성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동원할 수 있는 재원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는 인식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공적자금이 필요한지 다른 방식으로 재원을 추가 조달할 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이와 관련 "(공적자금 조성을) 검토한 적이 없다"며 공식 의견을 내놓았다.
◆ 15조원 특별계정, 상반기에 소진될 우려
특별계정으로 마련한 15조원 중 지금까지 투입된 자금은 4조 8000억원이다. 올해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의 예금 가지급(정상영업 개시전에 미리 지급하는 예금)과 삼화저축은행 자산·부채이전(P&A) 비용으로 지출된 것.
당초 금융당국에서는 부산저축은행 등 7개 저축은행을 매각하는 데 6조 5000억원 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숨은 부실이 드러나면서 최소 7조원, 많게는 10조원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15조원 중 2/3가 상반기에 소진할 수 있다는 얘기다.
98개 저축은행의 회계년도가 6월말로 끝나고 실적이 나오는 8월에는 2차 구조조정이 예고돼있다. 나머지 자금으로 구조조정을 대비하기에는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실 규모가 어느 정도나 될 것인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 더 큰 걱정일 정도다.
특히 제일저축은행, 프라임저축은행에서 보듯 조그만 부실이나 비리 혐의만 불거지면 걷잡을 수 없이 예금이 빠져나가는 불안심리도 문제다.
◆ 공적자금이 정공법이지만 부담 커
금융당국이 공적자금 조성이라는 정공법을 선택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2~3월 저축은행 영업정지가 이어질 때도 공적자금을 투입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금기사항처럼 여겨졌다. 국민 혈세를 낭비한다는 여론이 높고, 이에 따른 책임자 문책이 뒤따라야하기 때문이다.
다만 저축은행 부실 사태에 대해 국회와 국민들의 우려가 확산됐다는 점은 연초와 달라진 점이다. 부실 덩어리를 근본적으로 걷어내야 시스템리스크로 확산되지 않을 수 있다는 공감대도 형성되고 있다.
정부는 예금보험공사채권(예보채)를 발행해 저축은행 구조조정용 재원을 추가로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예보채에 지급보증을 하려면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하므로 사실상 공적자금이 될 수도 있다. 정부 보증없이 예보의 자체 신용(무보증채)으로 발행될 수도 있다.
한편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일 한 세미나에서 참석해 저축은행 문제와 관련 "구조조정 등 마스터플랜을 곧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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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문형민 기자 (hyung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