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姜회장, 강력한 추진체인 동시에 걸림돌?
[뉴스핌=안보람 기자] 강만수 산은지주회장(사진)은 '글로벌 상업투자은행(CIB)'이라는 산은금융그룹의 오랜 꿈을 이뤄낼 수 있을까?
산은금융지주가 우리금융 매각 입찰 참여를 기정사실화했지만 반대 여론에 부딪혔다. 반대의 주된 이유 중 하나는 다름 아닌 '강만수 회장'이다. 강 회장은 산은의 꿈을 이룰 강력한 추진체인 동시에 걸림돌이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였다.
기업금융-소매금융-투자금융을 한데 묶어 '아시아의 파이어니어 뱅크'로 가겠다는 계획을 오래전부터 준비해왔던 산은금융으로서는 난감한 처지다.
◆ 대형국책은행의 탄생? "NO!"
2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산은금융그룹이 우리금융 입찰에서 승리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아직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유력' 경쟁자가 없고, '대통령의 가정교사'라 불리는 강만수 회장이 우리금융 인수에 적극적인 의지를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논리상으로 봤을 때도 나쁘지 않은 조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의지는 있었지만 이루지 못했던 우리금융과 산은금융의 민영화를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기회기도 하다.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금융 지분 57%를 확보해 산은금융에 대한 정부 지분을 낮춘 뒤 IPO 및 우리금융과의 합병을 거쳐 정부지분을 차츰 떨어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글로벌 CIB로의 도약은 물론 산은 민영화도 풀어낸다는 복안이다.
재정자금으로 공적자금을 갚으려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유보금, 채권발행, 재무적투자자를 통한 자금확보라는 측면에서 재정자금으로 단정짓기도 어렵다. 계획대로라면 두 기관은 자연스레 민영화까지 이룰 수 있다.
학계 일각에서도 지금까지 우리금융이나 산은의 민영화를 이루지 '못'한 이유를 생각해 보면 산은금융의 우리금융 인수가 하나의 대안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포화상태인 금융업의 국제화를 위해 규모의 경제가 필수적이라는 사실도 부인하기 어렵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산은이나 우리가 팔리지 않는 걸 보면 좋은 물건이 아닌가 보다"라며 "산은이 우리를 인수해서 합친 다음 손질해서 팔수 있게 만들자는 분석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책 금융지주로 간다고 하면 찬성하기 어렵지만 민영화가 전제되면 해 볼만 하다"며 "메가뱅크가 아니라 단지 좀 큰 투자은행이 탄생해서 한국금융이 새롭게 탈피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범식 숭실대 교수 역시 "우리금융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 국제화를 추진해야 하는 상황인데 그 경우 규모는 필수적"이라며 "산은과 우리의 결합이 현재 시나리오 중 가장 효율적"이라고 평가했다.
◆ 산은 "억울해" VS "믿게 해야 믿지"
그렇지만 산은의 리더인 강만수 회장이 되레 걸림돌이 되는 형국이다. 강 회장은 'MB정부'와 뗄래야 뗄 수 없어 '관치논란' 중심에 서 있다. 이 때문에 때로는 필요이상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산은은 이에 대해 상당히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강 회장의 취임과 우리금융의 매각이 마치 짜여진 각본인 것 마냥 치부되고 있지만 글로벌 CIB를 만들겠다는 것은 산은의 오랜 꿈이었다는 것.
산은금융의 고위 관계자는 "오랜 시간 산은의 민영화를 준비해왔고 그 과정에서 우리금융이라는 기회가 왔다"며 "처음에 강만수 회장이 온다고 했을 때 지금껏 생각해온 방향과 맞지 않으면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생각했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는 "실제 우리금융의 인수는 지난 2008년 6월 금융위가 내놨던 '산업은행 민영화 및 한국개발펀드(KDF) 설립방안'의 내용이 그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비이락'이기에는 정황이 너무나도 잘 들어맞는다. 산은금융이 우리금융 입찰에 참여하려면 일단 경쟁의 투명성부터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장범식 교수는 "글로벌 CIB를 키워내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가능한 빨리 시작해야 하고 지금이 적기"라면서도 "산은이 우리금융 입찰에 응하려면 관치금융 등 불투명한 이슈에 대해서 모든 것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산은금융의 우리금융인수가 이정표가 되지 않으면 재무적 투자자가 올 리가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반면,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M&A에 대해서 가장 우호적인 환경을 가지고 있다는 미국에서도 대형 M&A 성공률이 50%도 안 된다"며 "이질적인 기업문화를 하나로 합치는 CEO의 리더십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모두들 강만수 회장이 정권이 바뀌면 바로 교체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사람이 어떻게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나"고 반문했다.
금융산업 노동조합의 관계자는 "찬성을 하는 입장도 결국 조건부인 듯하다"며 "관치에서 자유롭고 투명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는 대한민국 금융산업의 가장 큰 리스크는 관치라는 점을 강조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화·대형화의 적기라고 하지만 관치를 엮어서 봤을 때, 지금이 관치 논란에서 자유로운 시기냐고 되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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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안보람 기자 (ggargg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