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방면 능력 돋보여…팔진회·서울대의대 동문들과 친분도 다져
[뉴스핌=김지나 기자] 제약업계 리딩기업을 꼽으라면 단연 동아쏘시그룹(옛 동아제약)이다. 동아제약이 오랜기간 제약업계 1위를 지켰던 데는 강신호 회장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동아제약은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지주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와 전문의약품 회사 ‘동아ST', 일반의약품 회사 '동아제약'으로 분리하면서 동아제약은 업계 1위에 자리에서 내려왔다. 하지만 강 회장은 여전히 나이와 회사규모면에서 제약업계 '큰 형님'이나 다름없다. 올해 3월에는 미수연(米壽宴)을 맞기도 했다.
강 회장은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의사 출신이다. 창업주 고(故) 강중희 회장의 장남으로 1959년부터 동아제약 경영을 시작했다. 그는 한국제약협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장 등도 역임해 제약업계와 재계를 넘나들며 오너 CEO로서 적극 활약했다. 현재는 경영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고 자문 역할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팔방미인에 ‘아이디어맨’
강 회장은 여러 방면에서 재주가 돋보여 '팔방미인'으로 통한다. 일본어 영어 독일어 등 외국어 말하기에 매우 능통하다. 중국이 경제국가로 급부상하면서 뒤늦게 중국어도 배우면서 구사할 수 있는 언어가 하나 더 늘었다고 한다.
강 회장은 어릴 적부터 '니혼게이자신케이 비즈니스' '뉴스위크' 잡지 등 일본책을 많이 읽었다. 대학 졸업 후에는 독일로 건너가 프라이부르크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하면서 독일어도 익혔다. 강 회장은 이런 다국어 구사능력 덕에 사업제휴를 맺고 있는 일본 오츠카 제약 등 현지 파트너사들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강 회장은 한자 ‘애호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한자교육에 적극 앞장섰던 강 회장은 2006년 ‘생활한자 3000자’라는 한자교육 책도 펴냈다.
제품 네이밍(작명)에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아이디어맨’이다. 동아제약의 간판 제품‘박카스’(자양강장제)’란 이름 역시 강 회장의 작품이다. 강 회장은 독일 유학시절 함부르크 시청 지하 홀 입구에서 본 술과 추수의 신 바커스 석고상을 참작해 지었다. 발매 당시(1961년) 제약업계가 주로 회사명이나 성분명을 이용해 이름을 짓던 때여서 의약품에 신화 속 신(神) 이름을 붙이는 것은 매우 파격적이었다.
자체 개발한 '자이데나'는 국내 최초, 세계 네 번째로 나온 발기부전 치료 신약이다. '자이데나'란 이름도 강 회장이 직접 작명한 것으로 유명하다. 성분명인 유데나필의‘데나’에 ‘잘 된다’할 때 ‘잘’을 합쳐 ‘잘 되나, 자 이제 되나’라는 의미다. 이 때문에 대중들에게 쉽게 각인시켜 출시 당시 토종 발기부전치료제로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
강 회장은 평소 식단조절과 운동으로 건강관리에 철저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자이데나’도 소량씩 꾸준히 복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뇨기능과 혈압관리를 위해서다. 서울 모사립대 의대 교수를 지낸 한 의료계 인사는 “매년 10월 의대 총동문회에서 등산대회를 여는데, 강 회장이 꼭 참석하셔서 인사말씀을 하시곤 한다. 한 번은 강 회장과 악수를 했는데 바로 그 때 손 안에는 '자이데나' 샘플이 들어있었다”고 회고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탄생한 발기부전치료 신약을 직접 알리는 데 적극적이었다.
강 회장은 식단조절에도 철저해서 평소에 소식(小食)으로 건강을 관리한다. 평소 아침 식단은 토스트 또는 인절미 3개, 주스 한 잔으로 가볍게 해결한다. 그 외에 된장찌개를 즐기며 물을 자주 마신다. 수분 섭취량이 적으면 피의 농도가 짙어져 혈액순환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 팔진회· 수석회…獨 총동창회 활동 활발
강 회장은 서울대의대(6회 졸업) 출신 기업인이라는 점도 주목을 끈다. 서울대의대 출신으로 잘 알려진 기업인으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지금은 정치인으로 변모한 안철수 안랩 전 사장 등을 포함해 몇 안되는 의사출신 기업인 중 한 명이다.
강 회장은 본업인 제약업계의 친목모임 ‘팔진회(八進會)’를 비롯해 서울대의대 총동문회,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 총동문회, 수석회(의사들의 수필 쓰는 모임) 등 다방면에서 왕성한 활동하고 있다.
팔진회는 1975년 국내 주요 제약회사 30~40대 창업오너 경영인 8명이 친목을 다지기 위해 꾸려진 모임이다. '여덟 사람이 함께 나아가자'는 뜻을 지녔다. 제약업종이 수십년 업력을 갖고 있는 만큼, 창업주들은 이 모임에서 골프를 치며 친분을 쌓았다.
강 회장을 포함해 보령제약 김승호 회장 JW홀딩스 이종호 회장 대웅제약 윤영환 회장 삼아제약 허억 회장 안국약품 어준선 회장 유영식 전 동신제약 회장 일동제약 윤원영 회장 등이 멤버다.
강 회장은 서울의대 총동문회,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 총동문회에도 적극적으로 활동해왔다. 현존해 있는 서울대의대 동기생으로 학계에서는 김상협·김수태·이정균 서울대 교수, 그리고 김찬영 전 부산의대 학장, 윤종섭 전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방사선과 교수, 김택일 전 한림대의대 교수, 민병근 전 울산대의대 학장 등이 있다.
또한 의료계에서 근무하다 퇴임한 박인호 전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과장, 이재곤 전 을지대신갈병원 원장, 장선택 전 중앙대학교병원 원장, 조형상 전 중앙대학교의료원 원장, 황준식 전 경희대 의대 부속병원 원장 등이 강 회장과 서울대 의대 동기다.
‘와인 매니아’이기도 한 강 회장은 서울대의대 총동문회 행사가 열릴 때면 항상 와인을 기증한다. 함께 모인 동기, 후배들이 와인을 마시며 화기애애한 자리를 만들어간다.

[뉴스핌 Newspim] 김지나 기자 (fre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