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바로 잡자] 2부 '官피아' 유착관계 끊자

최근 국토교통부 출신 낙하산 인사 반대 시위를 하고 있는 전국전세버스공제조합 한 노동조합원의 이야기다. 전세버스공제조합은 최근 상임감사 자리에 국토부 과장 출신을 내정했다.
국토·교통 분야 산하단체에도 국토교통부 출신들이 뿌리 깊게 틀어 박혀있다. 국토부로부터 발전기금을 무상으로 받고 있는 협회, 단체 중에는 국토부 관피아가 없는 곳은 손가락으로 셀 수 있다는 우스개 소리가 나올 정도다. 국토부는 국민 혈세로 유관기관에 발전기금을 지원하고 퇴직 관료를 위한 자리를 받는 셈이다.
유관 기관에서도 국토부 출신은 '귀하신 몸'이다. 이들을 앞세우면 발전기금을 타내는데도 유리한데다 국토부의 감독도 피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관피아의 득세는 결국 유관기관에 대한 정부의 감독을 무력화하는 요인이 된다. 유관기관의 방만 경영이 심화되는 이유로 지적되기도 한다.
9일 안전행정부와 이찬열(민주당) 국회의원실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직접 발전기금을 지원하는 유관기관 32곳 가운데 21곳의 기관장이나 상근 부회장 24명은 전직 국토부 공무원 출신들이다.
이중 건설공제조합, 해외건설협회, 전문건설공제조합은 국토부 관료 출신이 기관장을 맡는 것이 관례다. 이밖에 조합, 협회, 연합회와 같은 업계 유관기관의 '실세'격인 상근부회장도 대부분 국토부 관료 출신이 맡고 있다.

건설 유관기관 가운데 대표격인 대한건설협회는 회장은 건설사 최고경영자가 맡고 있다. 하지만 상근 부회장 자리는 대대로 국토부 1급 공무원 관료 출신이 돌아가며 앉고 있다. 최근 정내삼 전 국토해양부 건설수자원정책실장이 상근부회장이 됐으며 앞서 상근부회장을 지낸 박상규씨 역시 국토부 국장 출신이다.
건설업계에선 최고 '알짜'로 꼽히는 건설공제조합은 아예 이사장직을 국토부 1급 공무원 출신들이 독식하고 있다. 현 정완대 이사장은 물론 전임 이사장도 대부분 국토부 관료 출신이다. 최근에는 부회장 격인 전무에도 임의택 전 부산 항공청장이 앉았다.
해외건설협회도 협회장은 국토부 관료 출신이 내려 앉는 게 '관행'이다. 현 최재덕 회장은 건설교통부에서 차관을 맡았다. 전임 이재균 회장도 국토해양부 차관 출신이다. 특히 이재균 회장은 국토해양부 통합전 해양수산부 출신이라 해외건설에 대한 전문성도 부족한 인사로 꼽혔다.
소규모 협회나 공제조합의 부회장도 모두 국토부 출신이 맡고 있다. 건설감리협회, 건설경영협회, 건설기술인협회, 골재협회와 같은 다소 생소한 협회의 부회장은 국토부 부이사관(3급), 서기관(4급) 출신들이다.
뼛속 깊이 스며든 국토부 관피아는 단체 이익을 대변한다. 대한건설협회장이 수장인 건설단체총연합회는 사사 건건 국토부에 규제 해제를 주장하고 있다. 이중 상당수는 받아들여지고 있다.
규정상 유관기관의 주인인 회원사에 대한 이른바 '갑(甲)질'도 심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건설공제조합이 신용도가 낮은 중견·중소 건설업체에 보증을 댓가로 다른 공제상품 가입을 강요하는 이른바 '꺾기 판매'를 해 물의를 일으켰다.
유관기관의 방만 경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비대해진 조직을 유지하고 지원금을 더 타내기 위해 사업을 늘리는 유관기관이 늘고 있는 것. 최근 건설공제조합의 해외건설 보증사업이 대표적이다. 해외건설 보증은 무역보험공사와 수출입은행과 같은 정책금융기관이 주로하는 사업이다. 또 해외건설 정보 제공은 해외건설협회가 담당하는 분야다.
목원대 정재호 교수는 "국토부 관피아의 득세는 정부와 업계의 유착을 부르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같은 관피아의 부정적인 측면으로 인해 전문성을 갖고 열심히 일하는 다수의 관료 출신까지 함께 위축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