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를 모르는 CEO는 도태한다
광고는 경영의 등대다. CEO의 경영철학, 기업의 미래 이미지, 소비자 지향 마켓팅 비책등이 녹아있는 '30초' 혹 '10글자'의 결정체다. 증권사들 광고전은 치열하다, 기발하다. 그들의 생존전략과 문화, 경영관이 창과 방패로 활용된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 광고와 경영의 앞과 뒤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뉴스핌=황의영 기자] "TV 광고 속에 CEO가 있다?"
최근 봇물 터지듯 나오는 증권사 광고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각사 최고 경영자(CEO)들의 경영 철학이 숨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저마다 기업 이미지나 자산관리에 대한 CEO의 경영 철학을 토대로, 색다른 컨셉트와 감각적인 연출을 통해 광고 효과의 극대화를 꾀하고 있는 것.
광고를 아는 경영인이 드물던 시절도 있었다. 광고는 해당 부서가 전문 기획사들과 만들어 내놓는 것으로 단순히 봤던 그 때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광고가 마켓팅의 첨병으로 활약, 기업실적과 이미지 제고에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음을 모든 CEO들은 인지한다.
"광고는 단순히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투자이후 이익창출의 지렛대"라는 게 광고 담당임직원들의 주장이다. '하나의 카피(광고문구)'가 그 회사 이미지를 확 발전시킨 사례를 우리는 주변에서 많이 봤다. 불특정 다수와 타깃화된 특정다수 수백만명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증권사들의 경우는 이제 광고는 CEO들의 주요 책무중 하나다.
광고기획안에서 모델개발 및 선정, 광고노출 및 기대효과 산정까지 일련의 흐름을 읽어야 한다. 시대정신을 담아야 하고, 경영철학을 녹여 심어야 하고, 기업의 문화를 창출해서 고객과 소통을 해야 하는 게 광고이다. 증권사 광고담당 임직원들도 전문성을 띄면서 사내 핵심인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자산의 보존과 증식을 위한 재(財)테크족들이 점증하면서 국내 유수 증권사들의 광고경영도 더불어 발전한다.
최근 우선 우리투자증권의 '1등 광고'가 눈길을 끈다. 최근 방영되는 광고를 보면 '세계챔피언의 꿈', '장래희망의 꿈', '내집 마련의 꿈', '모두가 행복해지는 꿈' 등 순으로 이어져왔다.
이는 황성호 사장의 경영철학인 '꿈은 이루어진다'에서 비롯됐다는 전언이다. 황 사장은 평소 "지금은 힘들고 어려운 일 같아도 꿈과 의지가 있으면 반드시 길이 열린다. 당장은 작은 것이지만 꿈을 향해 다가갈 수 있는 일을 시작해 보라"며 직원들에게 꿈을 강조해왔다.
이전까지 '1등이 참 많은 증권사'라는 컨셉트를 통해 우리투자증권의 업무 능력을 알리는 데 집중했다면, 최근엔 고객과 사회에 기여하는 마인드와 기업정신을 강조한 것이다. '모두의 꿈을 응원하는 마음도 1등이고 싶습니다'라는 광고 속 카피가 광고의 핵심 메시지다.
올 초부터 선보이고 있는 대우증권의 CF '열정'편도 CEO의 경영 철학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대우증권은 배우 유해진 씨와 수영선수 조성모 씨에 이어 동물 비버를 광고모델로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열정은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는 핵심 메시지를 재치있게 노출한 데다, 코믹적 요소를 가미해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이번 광고 시리즈에는 '탁월한 금융역량과 전문성은 젊고, 새롭게 변화하고자 하는 의지와 뜨거운 열정으로부터 나온다'는 임기영 사장의 경영 철학이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동양종금증권은 자산관리 시장에 대한 CEO의 철학을 담아냈다. 동양종금증권은 최근 '자산관리 초간편 매뉴얼'을 담은 광고를 내보내며 고객 한명 한명에게 꼭 맞는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이 또한 유준열 사장의 경영 철학이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유 사장은 평소 자산관리 서비스를 고액 자산가를 위한 전유물이 아닌 대중적 서비스로 인식을 넓혀야 한다는 믿음을 지녀왔다. 이를 반영해서 국내 자산관리 시장의 변화를 선도하겠다는 게 동양종금증권 측의 설명이다.
현대증권은 금융상품 중 하나인 랩 어카운트에 초점을 맞추고 고객의 관심을 끌기 위해 치타, 독수리 등 동물 모델을 동원했다. '자문형랩 수수료 인하'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간다는 이미지를 부각시킨 것.
이를 통해 고액 자산가에서 일반 투자자들로 저변을 확대시켜 랩 대중화 선도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메시지가 최경수 사장의 경영 철학과 상통한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미래에셋과 한국투자증권의 광고 속에도 CEO들의 경영비전이 숨어있다. 퇴직연금시장을 선도해가려는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지금까지 퇴직연금시장 성장기반을 다지는 시기였다면 앞으로는 연금시장에서 다양한 상품과 전략을 통해 '종합 자산관리회사'로서의 성장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와 경영비전을 광고를 통해 선보였다.
자산관리 서비스 I’M YOU(아임유)의 현재 성과에 대한 흐뭇함과 향후 기대감을 표현한 한국투자증권 광고에서도 유상호 사장의 비전이 엿보인다. 고객에게 감동과 뿌듯함을 전해주는 I’M YOU(아임유)의 꾸준한 성과와, 고객의 입장에서 고객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주는 I’M YOU(아임유)의 브랜드 철학과 의지를 표현한 것. 한투 역시 자산관리 브랜드로서 '함께하는 금융친구'로 남겠다는 경영 포부를 드러냈다.
하나대투증권도 과거 '피가로' 광고에는 업계 최저수수료 영업정책을 통해 단순히 '펀드'에만 치우쳐 있던 수익구조를 다변화해 취약했던 온라인 브로커리지 부문의 시장 확대에 나서자는 경영전략을 담은 바 있다. 과거 투자신탁에서 출발한 하나대투증권인 만큼 펀드를 비롯한 자산관리 중심의 영업구조를 강조한 것이다.
자산관리시장내 독보적인 우위를 점한 삼성증권 또한 CF '크리에이티브 리치(creative rich) 메디치편'에서 부의 축적을 단순히 상업적 측면에만 집중하지 않고 과학, 예술, 문화를 배우고 투자해 유럽 문화사에 큰 획을 그을 수 있었던 그들의 앞선 생각과 통찰력을 소개하는 시도를 했다. 현 시대의 창조적 부자들을 위해 앞선 자산관리를 제공한다는 박준현 사장의 경영철학이 스며있었던 것이다.
신한금융투자도 "너 이름이 뭐니?" 양희은 Song편 CF에서 신한금융투자의 고민을 담아 고객들의 공감을 모았다. 양희은의 유행어 한마디로 증권회사를 넘어 다양한 투자솔루션을 통합적으로 연구하는 금융전문회사라는 점을 강조한 것. 다시말해 '너 이름이 뭐니'와 '신한금융투자'라는 등식을 통해 금융투자회사보다는 증권회사에 익숙한 투자자들에게 새롭게 바뀐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CEO 경영 철학이 담긴 광고는 고객들에게 기업에 대한 일관성 있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동시에 안정성과 신뢰성 있는 브랜드로 각인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 CEO들의 '30초 전쟁' '10글자의 승부'는 기업의 미래를 읽게한다. 광고를 모르는 CEO는 도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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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황의영 기자 (apex@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