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박영국 기자] 동부하이텍은 지금 축제 분위기다. 2001년 시스템반도체 상업 생산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흑자를 기록했으니 그럴 법도 하다.
하지만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필생의 꿈'이었던 반도체사업조직의 실적 치고 분기 67억원의 영업이익은 초라하기만 하다. 지난 10년 여간 동부하이텍 반도체사업에 쏟아 부은 돈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동부그룹의 ‘미운오리’라는 오명을 벗고 ‘백조’의 날갯짓으로 화려하게 비상하려면 좀 더 뛰어난 실적을 그룹 내외에 내보여야 한다.
◆미운오리 반도체사업…매년 수천억 적자
제철, 금융, 건설, 물류, 화학 등 견조한 실적을 유지해오던 동부그룹의 다른 계열사들과는 달리 반도체 사업은 매년 수천억원의 적자를 내는 동부그룹의 오랜 골칫거리였다.
지난 2000년 당시 동부전자가 반도체 생산라인을 완공하고 이듬해부터 비메모리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을 시작한 이래 동부가 지불한 수업료는 막대했다.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한 사업이었지만 당장 스스로 밥벌이를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지속된 것.
사실 파운드리라는 게 크게 돈 되는 사업은 아니다. 일종의 ´생산대행´이니만큼 자체 개발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것보다 마진도 적고, ´고객´이라고 할 수 있는 팹리스 업체들의 위탁 물량도 그다지 많지는 않다.
동부하이텍의 월 생산 능력이 8인치 웨이퍼 기준 9만장에 달하는 반면, 중소 팹리스 업체들의 위탁 물량은 기껏해야 수천 장, 개발 단계에서는 수십 장 분량에 불과하다. 매월 수십 곳의 고객을 끌어와야 하는 구조다.
메모리반도체와는 달리 척박한 국내 시스템반도체 산업 여건에서 첨단 공정기술과 마케팅 파워,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미국, 일본, 유럽, 대만의 메이저 기업들과 맞서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결국 2007년 4월에는 동부한농과 동부일렉트로닉스가 합병, 비료·농약과 반도체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업부문을 가진 특이한 모양새의 회사가 탄생했다. 최첨단 반도체 부문이 농업부문에 빌붙어 먹고 사는 꼴이 된 것.
◆고부가 아날로그반도체 승부수
하지만, 이 때부터 동부하이텍은 적자를 줄이기 위해 몸을 사리기 보다는 미래 성장을 위한 과감한 투자로 승부수를 던지게 된다. 2007년부터 고부가가치 제품인 아날로그반도체 육성을 본격화한 것. 그 성과는 2008년부터 조금씩 나타나 반도체부문에서의 매출 급성장을 이루게 된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한파의 외풍으로 기세가 꺾이지만 않았다면 동부하이텍의 화려한 비상은 좀 더 빨리 이뤄졌을 것이라는 게 당시 업계의 평가였다.
이후에도 동부하이텍의 적자 행진은 계속됐지만, 아날로드반도체에 대한 투자는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까지 이 분야의 매출 규모를 50%까지 끌어올렸고, 수익 비중은 이를 크게 상회했다.
지난해에는 아날로그와 복합신호소자(Mixed Signal) 제품으로 구성된 세계 특화파운드리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스마트폰 열풍과 그에 따른 아날로그반도체에 대한 관심은 동부하이텍의 결정이 옳았음을 증명해주고 있다.
실제, 동부하이텍은 올 1분기 흑자달성의 주요 비결로 '아날로그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특화 파운드리 분야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꼽았다. 기존 로직(Logic) 제품에 비해 부가가치가 높은 아날로그반도체 매출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평균 판매단가가 높아졌다는 것.
◆김준기 회장 사재 출연, 동부한농 지분 매각 등 뒷받침
막대한 부채를 떠안은 채 적자행진을 지속하던 동부하이텍이 이처럼 미래성장에 대한 투자에 집중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김준기 회장의 ‘뚝심’이 크게 작용했다.
김 회장은 2009년 10월 3500억원의 사재를 출연, 동부하이텍이 보유했던 동부메탈 지분 50%를 인수하는 초강를 뒀다. 반도체 사업에서 반드시 성공하고야 말겠다는 김 회장의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지난해 5월에는 동부한농과 분사를 통한 반도체부문의 '홀로서기'가 이뤄졌다. '적자 사업부문'을 살리기 위해 '흑자 사업부문'을 매각하는, 흔치 않은 모양새가 됐지만 그 덕에 동부하이텍은 적자의 원흉이었던 차입금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사업 초기 2조4000억원에 달했던 차입금은 2009년 1조4천억원으로, 지난해에는 7000억원대로 감소했다.
동부하이텍 관계자는 "매년 수 천억원의 적자를 내던 회사가 흑자 회사로 변신한 데에는 '국가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면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끊임없이 임직원들을 독려해 온 김준기 회장의 리더십이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특화 반도체 지속 육성…로봇·LED·태양광 등 신사업 진출
흑자 기업으로서의 자신감은 동부하이텍을 미래를 향한 또 다른 투자에 나서도록 하고 있다.
동부하이텍은 3대 기술분야로 '고전압·저전력 중심의 아날로그반도체', '의료기기·자동차에 사용되는 산업용 센서', '통신용 고주파반도체(RF) 등의 복합신호소자(Mixed Signal) 반도체'를 선정하고 개발역량을 집중한다는 전략을 내놓았다.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복잡하고 다양한 기능의 모바일 컴퓨팅 기기들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스마트시대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는 고성능·저전력 반도체 제품 개발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전략이다.
특히 터치(촉각), 3D(시각), 음향(청각) 등 사람의 오감을 자극하는 아날로그 신호를 첨단 IT 기기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디지털 신호로 변환해주는 아날로그반도체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또, 가전분야에 편중된 제품 구조를 가전, 통신, 컴퓨팅, 산업용 제품으로 적절히 배분해 급변하는 반도체 경기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나아가, 로봇, LED 사업에 진출하는 등 정보통신 분야 사업도 대폭 강화한다. 지난해 7월 다사로봇을 인수하고 로봇사업에 진출한 데 이어, 올해 3월 동부로봇으로 사명을 변경했고, 1월에는 일본 로봇전문업체인 에이텍을 인수해 진공로봇 분야에도 진출했다.
지난 4월에는 LED조명기업 화우테크 지분 인수에 참여했으며, 향후 LED칩, 모듈 등 소자사업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또, 태양광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사업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 LED와 태양광 사업의 경우 사업의 사업 형태와 제조공정기술이 반도체 산업과 유사한 만큼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활용, 충분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측은 자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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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박영국 기자 (24py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