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손흥민(LAFC)과 '96라인'이 다시 한자리에 모인다. 대표팀 내부 갈등설이 불거진 이후 처음으로 이들을 모두 불러들인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은 주장 완장까지 손흥민에게 그대로 맡기며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모레노 감독은 29일 충남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서 11월 A매치에 나설 축구대표팀 26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한국은 다음 달 13일 사우디아라비아, 17일 카타르와 원정 평가전을 치른다.

이번 명단에서 가장 관심을 끈 것은 손흥민과 김민재(뮌헨)·황인범(포르투)·황희찬(샬케04)의 동반 발탁이다. 지난 10월 A매치 이후 대표팀 내부 갈등설이 불거졌고, 특히 1996년생 동갑내기인 김민재와 황인범, 황희찬의 국가대표 은퇴 가능성까지 거론됐기 때문이다.
모레노 감독은 이들을 모두 발탁하면서도 손흥민의 주장직을 유지했다. 주장 교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대표팀 주장은 손흥민이다. 더 이상 할 말은 없다"라며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누군가를 제외하거나 주장 완장을 바꾸는 대신 기존 선수단을 유지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다만 네 선수가 다시 대표팀에 모인다는 사실만으로 그동안 제기됐던 의혹이 모두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은퇴설까지 번진 대표팀 갈등 논란
논란은 지난 6일 우즈베키스탄전 이후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당시 한국은 우즈베키스탄을 2-0으로 꺾고 9~10월 A매치 4연전을 2승 1무 1패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경기력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선수단 내부의 분위기를 둘러싼 의혹이 제기되면서 관심이 경기장 밖으로 옮겨갔다.
특히 김민재와 황인범, 황희찬 등 1996년생 선수들이 대표팀 은퇴를 고려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파장이 커졌다. 여기에 주장 손흥민과 이들 사이에 불편한 관계가 형성됐다는 주장까지 더해졌다.
황인범은 은퇴설에 선을 그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손흥민의 리더십에 대한 의문과 선수단 내부의 세대 간 관계를 둘러싼 여러 해석이 이어졌다.
다만 선수들 사이에 실제로 어떤 갈등이 있었는지, 현재까지 불편한 관계가 이어지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외부에 알려진 의혹과 선수들이 직접 밝힌 사실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모레노 감독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29일 기자회견에서 최근 몇 주 동안 선수들과 주장, 대한축구협회 관계자 등 여러 사람과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선수단 내부에서 오간 구체적인 대화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모레노는 "내가 절대 넘지 않는 선은 비밀 유지와 팀에 대한 존중"이라며 당사자 사이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진 사적인 대화는 공개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논란에 대해 공개적으로 잘잘못을 가리기보다 선수들과 직접 소통하면서 내부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선택이다.
◆'주장은 손흥민'…모레노가 선택한 리더십
이번 명단 발표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손흥민의 주장직 유지였다. 손흥민은 오랫동안 한국 축구대표팀의 중심을 지켜왔다. 주장으로서 여러 국제대회를 경험했고 선수단을 이끄는 역할뿐 아니라 경기장에서도 대표팀 공격의 핵심을 맡아왔다.
그러나 이번 논란 이후에는 손흥민의 리더십을 둘러싼 여러 시선이 등장했다. 일부에서는 선수단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주장 교체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모레노 감독의 판단은 달랐다. 모레노 감독은 손흥민에게 계속 주장 완장을 맡기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고, 기자회견에서도 관련 논란이 확대되는 것을 경계했다.
주장 교체는 단순히 경기 전 완장을 다른 선수에게 전달하는 문제가 아니다. 대표팀 내부의 리더십 체계를 바꾸는 결정이자 외부에는 기존 주장에 대한 불신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모레노는 그런 변화를 선택하지 않았다. 오히려 손흥민을 중심으로 기존 리더십을 유지하면서 선수단을 하나로 묶는 방법을 택했다. 그렇다고 김민재와 황인범, 황희찬을 배제하지도 않았다. 세 선수 모두 대표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김민재는 수비라인을 이끄는 핵심이다. 상대 공격수를 직접 상대하는 능력뿐 아니라 후방 빌드업과 수비라인 조율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황인범은 모레노 축구의 중원에서 빼놓기 어려운 선수다. 후방에서 공을 받아 전방으로 연결하고 상대 압박을 풀어내는 역할을 담당한다. 황희찬 역시 빠른 발과 저돌적인 돌파를 앞세워 상대 수비 뒷공간을 공략할 수 있는 공격 자원이다.
특히 모레노호는 첫 4연전에서 빌드업과 전방 압박, 수비 전환에서 여러 문제를 드러냈다. 이런 상황에서 핵심 선수들을 제외하는 것은 전력적인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모레노는 선수단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전력을 희생하는 대신 기존 핵심 선수들이 함께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길을 선택했다.
◆'개인보다 팀'…모레노가 강조한 네 가지 원칙
모레노 감독은 이날 선수단 운영에 관한 네 가지 원칙도 다시 강조했다. 함께 사용하는 공간과 시간에 대한 존중, 내부 문제의 내부 해결, 당사자 간 직접적인 대화, 개인보다 팀을 우선하는 자세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당사자들이 직접 대화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누군가를 통해 불만을 전달하거나 외부에 문제를 공개하기보다 서로 얼굴을 맞대고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다.
모레노는 선수들과 직접 대화를 나눴고 선수들끼리도 충분히 이야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대표팀이 건강한 상태이며 모두가 같은 목표를 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모레노 감독은 선수 선발에 대해서도 소속팀에서의 경기력과 현재 컨디션, 대표팀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선수들이 대표팀을 위해 헌신할 준비가 돼 있다는 확신이 없었다면 소집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는 이번 논란에 연루됐던 선수들에 대한 신뢰를 드러낸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감독의 설명만으로 선수단 내부의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모레노가 선수들과 대화를 나눴다는 사실은 확인됐지만 그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논의됐고 구체적으로 어떤 합의가 이뤄졌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행동이다. 대표팀 내부의 신뢰는 한 차례 대화로 완성되지 않는다. 서로의 역할을 인정하고 경기장에서 어려운 상황을 함께 극복하는 과정이 반복돼야 한다.
모레노가 강조한 원칙이 실제로 선수단에 자리 잡았는지는 11월 A매치에서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결국 그라운드에서 보여줘야 할 '원팀'
선수단의 화합은 경기장 밖에서 함께 웃고 대화하는 모습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실제 경기에서 동료를 위해 얼마나 움직이고 어려운 순간 서로를 도울 수 있는지가 더욱 중요하다.
지난 베네수엘라전 이후 김민재는 대표팀이 하나가 돼 싸우지 못했다는 취지로 강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당시 대표팀은 전방 압박이 유기적으로 이뤄지지 않았고 공을 빼앗긴 뒤 수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도 선수 간 간격이 벌어지는 문제를 노출했다.
이는 단순히 감독의 전술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손흥민이 상대 수비수를 압박하면 황희찬을 비롯한 측면 공격수들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황인범이 중원에서 상대 압박에 둘러싸였을 때는 주변 선수들이 가까이 다가가 패스 선택지를 만들어줘야 한다.

김민재가 수비라인을 끌어올릴 때도 중원과 공격진이 동시에 전진해야 한다. 특정 선수 한 명이 열심히 뛰는 것만으로는 조직적인 축구가 완성되지 않는다. 모레노가 강조한 '개인보다 팀'이라는 원칙 역시 이런 장면에서 드러나야 한다.
물론 선수들의 경기력이 곧 개인적인 관계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서로를 위해 뛰는 움직임과 경기 중 의사소통은 대표팀의 조직력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이다.
이번 11월 상대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는 모두 아시아에서 경쟁력을 갖춘 팀이다. 대표팀이 다시 압박과 빌드업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면 선수들의 협력과 전술적 이해도 역시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다.
◆모레노의 마지막 시험…갈등설 넘어 하나가 될까
이번 11월 A매치 2연전은 모레노 감독에게도 중요한 무대다. 모레노는 지난 9~10월 A매치에서 2승 1무 1패를 기록했다. 에콰도르와 우즈베키스탄을 꺾었지만 우루과이에 1-4로 패했고 베네수엘라와는 0-0으로 비겼다.
결과만큼 경기력에도 기복이 있었다. 전반에 상대 압박과 공격 전개에서 어려움을 겪다가 후반에 전술을 수정하면서 나아지는 모습이 반복됐다. 여기에 선수단 내부 논란까지 겹치면서 모레노는 전술 완성도와 조직 관리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떠안았다.
모레노의 임시 감독 계약은 11월 말까지다. 대한축구협회는 총 6경기의 성과를 평가해 계약 연장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따라서 이번 중동 원정 2연전은 그의 정식 감독 전환 가능성을 가늠할 마지막 무대이기도 하다.

모레노 감독은 논란을 이유로 특정 선수를 제외하지 않았다. 손흥민에게 주장 완장을 그대로 맡기면서도 김민재와 황인범, 황희찬을 모두 불러들였다. 이제 모레노가 보여줘야 할 것은 선수단을 하나로 묶는 능력이다. 선수들 역시 국가대표로서 자신들의 가치를 다시 증명해야 한다.
손흥민에게는 주장으로서 선수단을 이끌 책임이 있고, 김민재와 황인범, 황희찬에게도 대표팀의 중심 선수로서 팀을 위해 헌신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번 소집이 논란의 완전한 종결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만 모레노가 기존 선수단을 신뢰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방향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모레노는 손흥민과 96라인 가운데 누구도 포기하지 않았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들이 얼마나 가까운 사이인지가 아니라 다시 하나의 팀으로 싸울 수 있느냐다. 11월 중동 원정 2연전은 모레노의 미래뿐 아니라 갈등설에 휩싸였던 대표팀이 다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확인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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