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브로드컴은 27일 앤스로픽 IPO 신청과 금융 구조 공개로 주가가 4% 반등했다
- 앤스로픽은 브로드컴과 1612억달러 규모의 장비 임대 계약을 체결했다
- 630억달러 금융 거래로 칩 구매 기반이 마련돼 브로드컴의 상승 기대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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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현영 기자 = 올해 하반기 반도체 랠리에서 비켜서 있던 브로드컴(종목코드: AVGO)이 반등의 실마리를 잡았다. 최근 앤스로픽이 제출한 증권신고서(S-1)를 통해 두 회사 간 거래 규모가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드러난 데다, 앤스로픽의 칩 구매를 뒷받침할 630억달러 규모의 금융 구조까지 공개되면서다. 브로드컴이 최대 430억달러에 이르는 잔존가치 보증을 떠안게 됐지만, 월가에서는 "위험은 제한적이고 상승 여력은 크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브로드컴 주가는 27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전 거래일 대비 4.0% 오른 342.33달러에 장을 마쳤다. 앤스로픽이 IPO(기업공개) 신청서를 제출한 26일 2.3% 상승해 329.17달러로 마감한 데 이은 이틀 연속 강세다. 다만 6월 3일 기록한 52주 최고가 495달러와 비교하면 여전히 30.84% 낮은 수준이다. 이틀간의 반등에도 주가는 연초 대비 1.09%, 최근 1년 기준으로는 11.31% 하락한 상태다.
◆ 반도체 랠리 속 '나 홀로 부진'…발목 잡은 건 고객 집중 리스크
브로드컴의 주가 흐름은 그동안 업황과 뚜렷한 대조를 이뤘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가 올해 60% 급등하는 동안 브로드컴 주가는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회사가 제시한 성장 목표가 결코 작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같은 괴리는 더욱 두드러진다.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9월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이달 시작되는 2027 회계연도의 AI 매출 전망치를 1150억달러로 제시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공급 물량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2028 회계연도에는 AI 칩 매출이 다시 두 배로 늘어 23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청사진도 내놨다.

그럼에도 시장이 이 목표를 온전히 믿지 못한 배경에는 고객 집중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앤스로픽과 오픈AI는 브로드컴 주문형 반도체(ASIC)의 최대 고객으로 부상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두 회사가 브로드컴 AI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7 회계연도 약 60%, 이듬해에는 약 75%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문제는 두 회사 모두 칩 대금을 영업현금흐름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 점이다. 최근 몇 주 사이 이들의 재무적 지속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면서 브로드컴을 비롯한 반도체주 전반이 압박을 받았다.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야 하는 AI 스타트업들이 과연 IPO에 성공해 칩 대금을 치를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브로드컴 성장 스토리 전체에 그림자를 드리운 셈이다. 여기에 구글(GOOG)이 미디어텍을 텐서처리장치(TPU)의 두 번째 공급업체로 추가한 것도 부담 요인으로 꼽혔다.
◆ 앤스로픽 S-1이 걷어낸 불확실성…1612억달러 임대 계약과 1310억달러 현금
이 같은 우려를 상당 부분 덜어낸 것이 앤스로픽이 IPO를 위해 제출한 증권신고서(S-1)이다. 두 회사가 핵심 협력 관계라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지만, 그 규모가 공식 문서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앤스로픽은 신고서에서 브로드컴과 데이터센터 하드웨어에 관한 5년 기간의 마스터 장비 임대 계약을 체결했으며, 계약 규모는 이자를 제외하고 약 1612억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앤스로픽의 재무 체력도 함께 드러났다. D.A. 데이비슨의 길 루리아 애널리스트는 S-1에 명시된 앤스로픽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1310억달러에 이르고, 순매출 기준 매출총이익률도 약 50%로 성장세를 뒷받침하기에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신고서를 검토한 결과 IPO가 실제로 진행돼 앤스로픽이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이번 신고서는 AI 투자 사이클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앤스로픽은 11월 나스닥 상장이 예상된다.
◆ D.A. 데이비슨 "브로드컴 주가는 IPO 성공 가능성을 사실상 '제로'로 반영"
이를 근거로 루리아는 27일 브로드컴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상향 조정하고 목표주가를 350달러에서 400달러로 높였다. 새 목표주가는 26일 종가 대비 21.5%의 상승 여력에 해당한다.
그가 가장 주목한 것은 밸류에이션이다. 브로드컴은 현재 2027년 예상 주당순이익(EPS)의 16배 수준에서 거래되는데, 이는 시장이 앤스로픽과 오픈AI의 IPO 가능성을 '거의 제로]로 보고 있는 것과 같다는 지적이다. 두 회사의 상장이 모두 성사된다면 상당한 상승 여력이 열린다는 주장이다. 목표주가 400달러는 그가 추정한 2027년 실적의 21배에 해당한다.

오픈AI로의 파급 효과도 기대 요인이다. 루리아는 앤스로픽의 IPO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오픈AI도 내년에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오픈AI는 올해 초 이미 1220억달러를 조달했고 300억달러 규모의 추가 조달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회사 모두 브로드컴과 맞춤형 칩 개발을 이어갈 여건이 마련된다면, 브로드컴의 향후 2년 실적 목표 달성 가능성도 한층 높아진다.
앤스로픽이 브로드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상당하다. 루리아에 따르면 앤스로픽은 지금부터 2028년까지 브로드컴으로부터 최소 16기가와트(GW) 규모를 구매할 예정이다. 브로드컴이 제시한 약 32.3GW 가이던스의 절반가량을 한 회사가 차지하는 셈이다.
루리아는 업종 내 밸류에이션 괴리도 짚었다. 엔비디아(NVDA),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U), 브로드컴이 2027년 EPS의 5~16배에 거래되는 반면 나머지 AI 반도체 기업들은 20~40배를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들 대형주가 마치 사이클이 이미 끝난 것처럼 거래되는 반면 나머지 하드웨어 업종은 사이클이 계속될 것처럼 거래되고 있다며, 이를 "시장에서 가장 큰 괴리"로 규정했다. 여러 반도체 기업이 호실적을 내는 가운데 세 회사만 고전하는 상황은 현실적으로 일어나기 어려운 만큼, AI 하드웨어 수요가 이어지는 한 이들도 결국 업종 평균에 가까운 밸류에이션을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 630억달러 '프로젝트 노스스타'…칩 구매 떠받치는 금융 구조
앤스로픽 IPO와 함께 브로드컴 주가를 끌어올린 또 하나의 재료는 26일 장 마감 후 발표된 630억달러 규모의 금융 거래다. 브로드컴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씨티그룹, 모간스탠리, 블랙스톤과 손잡고 마련한 이 거래는 내부적으로 '프로젝트 노스스타'로 불렸다.
구조는 이렇다. 신설 특수목적법인(SPC)이 금융사들로부터 630억달러를 빌려 브로드컴과 구글이 공동 설계한 텐서처리장치(TPU)와 네트워킹 장비를 사들인 뒤, 이를 앤스로픽에 5년간 임대한다. 앤스로픽은 2027년부터 임대료를 내고, 이 돈은 대출 상환에 쓰인다. 10년 넘게 구글과 TPU를 공동 개발해온 브로드컴이 사실상 고객에게 판매자 금융을 제공하는 구조다.

자금은 두 갈래로 짜였다. BofA·씨티·모간스탠리가 주선한 약 420억달러는 대주단이 SPC 자산에 우선 청구권을 갖는 선순위 담보부 대출이고, 나머지는 블랙스톤이 90억달러를 약정하며 주도하는 후순위 금융이다. 은행들은 보유 채권 가운데 최대 절반인 약 210억~220억달러를 이르면 2027년 1분기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시장에서 차환할 계획이다. 회사채 만기는 약 5년으로, 원금은 만기에 걸쳐 분할 상환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금융은 미국 4개 주에 있는 시설 4곳을 대상으로 하며, 장비 인도는 2027년에 시작된다. 브로드컴 경영진은 필요한 자금에 대한 인수 확약이 모두 완료됐다고 밝혔고, 이번 파트너십을 지금까지 체결한 최대 규모의 전략적 컴퓨팅 용량 계약이라고 표현한 것으로 전해졌다. 브로드컴은 반도체가 인도되고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매출을 인식한다.
◆ 무산 위기 넘긴 협상…혹 탄 CEO가 직접 은행 설득
거래가 성사되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탄 CEO는 은행들이 400억달러 이상을 투입하도록 설득하는 데 두 달 가까운 시간을 쏟았다. 브로드컴은 우량한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일부 금융 보증을 제공하기로 이미 합의한 상태였지만, 최근 몇 주 사이 일부 은행의 불안감이 커졌다. 금리 상승과 AI 사업을 둘러싼 시장 환경 악화로 감수해야 할 위험에 비해 보상이 충분치 않다고 본 일부 은행은 거래에서 아예 빠지는 방안까지 검토했다는 전언이다.
결국 탄 CEO는 주말 동안 은행 경영진과 막판 협상을 벌여 참여를 최종 확정지었다. 그 대가로 대출 금리를 높이는 데 동의했고, 은행들은 앤스로픽이 상환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한 브로드컴의 보증과 관련해 한층 확실한 안전장치를 확보했다. 앤스로픽의 IPO 신청 전에 거래를 매듭짓기 위해 양사가 힘을 모은 결과다. 공급업체이자 보증인, 협상가로서 거래 전반에 걸쳐 있는 브로드컴의 역할은 오늘날 AI 투자가 얼마나 긴밀하게 얽혀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②편에서 계속됨
kimhyun01@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