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서 혐의 부인 → 2심서 자백 인정…재판부 "속죄할 기회 걷어차"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지난 1986년 민족해방노동자 사건에 연루돼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로부터 불법 구금과 가혹행위를 당한 고(故) 심진구 씨의 재심에서 고문이 없었다고 위증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안기부 수사관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2부(유석동 부장판사)는 21일 위증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구모(77)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이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이 저지른 가혹행위 등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 이미 공소시효 완성으로 인한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은 바 있기 때문에 형사처벌의 두려움 없이 진실을 밝히고 심진구 씨에게 속죄를 구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이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버렸다"며 "심 씨가 2014년 11월경 사망해 속죄 받을 길이 영원히 사라져버렸다"고 지적했다.
또 "당시 특수한 시대적 상황을 언급하면서 선처를 바라고 있지만, 피고인이 위증한 2012년 당시에는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시대적 상황이 전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심과 달리 당심에서 자백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피고인이 위증한 사건은 이미 2013년 확정되어 형의 감경 또는 면제 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노동운동가였던 고(故) 심진구 씨는 1986년 민족해방노동자당 사건에 연루돼 안기부로 끌려가 21일간 불법구금을 당하고 각종 가혹행위를 당했다. 심 씨는 1999년 이 사실을 폭로했고 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를 거쳐 2013년 재심 무죄를 확정 받았다.
구 씨는 심 씨가 불법구금 및 가혹행위를 당한 사실을 알면서도 2012년 4월 재심 재판에 출석해 그러한 사실이 없다고 거짓 증언한 혐의를 받는다.
구 씨는 1심 과정에서 이를 부인했으나, 재판부는 "심 씨가 조사 당시 구 씨 등 안기부 수사관들로부터 가혹행위를 받은 점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판단하면서 구 씨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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