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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친중파' 한궈위 가오슝 시장 '파면', 6일 소환 투표 압도적 '동의'

국민당 대선 주자, 스타 정치인에서 파면 시장으로 불명예
홍콩 사태 이후 반중 정서 고조, 친중파 정치인 입지 좁아져

  • 기사입력 : 2020년06월06일 18:32
  • 최종수정 : 2020년06월06일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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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강소영 기자=대만 '친중파' 인사 한궈위(韓國瑜) 가오슝(高雄) 시장이 취임 530일 만에 자리에서 불명예스럽게 물러나게 됐다. 6일 한 시장의 파면 여부를 결정하는 소환 투표 결과 압도적인 '동의(찬성)표'로 파면이 결정됐다. 오후 5시 20분(현지시간) 찬성 표가 이미 소환 요건 이상인 66만1716표에 도달, 개표 시작 한 시간 반도 안 돼 파면안 통과가 확정됐다. 

최종 개표 결과 동의표 93만9090표, 반대표 2만5051표로 집계됐다. 특히 이번 소환 투표에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정치계의 일약 스타로 부상, 민진당을 따돌리고 가오슝 시장에 당선될 당시 득표수 89만 2545표 보다 많은 파면 동의표가 나온 점도 한 시장에게는 뼈아픈 대목이다. 

대만 '공무원 선거 파면법'에 따르면, 파면안이 통과되기 위해선 찬성 표가 반대 표를 넘어서야 하고, 찬성 표 수가 적어도 전체 유권자 수의 1/4 이상이어야 한다. 가오슝 시장 소환 투표 유권자는 총 229만 9981명으로 적어도 57만 4996명의 찬성표가 나오면 파면안이 통과된다. 

대만 지방자치제도 사상 최초의 '파면' 시장이 된 한궈위 가오슝 시장 <사진=한궈위 페이스북>

한 시장이 파면 결정에 승복하면 6개월 내 보궐선거가 진행되고, 불복하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고 법원이 최종 판단을 내리게 된다. 그러나 한 시장이 투표에 앞서 "결과를 존중한다"라는 입장을 발표한 만큼 불복해 소송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예측된다. 

소환 투표는 6일 오전 8시(현지시간)부터 오후 4시까지 진행됐다. 대만이 지방자치제도를 실시한 이래 직할시장의 파면을 묻는 투표가 진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소환 투표 참여 열기는 매우 뜨거웠다. 홍콩 빈과일보(蘋果日報)에 따르면 이날 가오슝에 마련된 상당수 투표소에서 투표 시작 시간이 8시가 되기 훨씬 전부터 많은 인파가 모여 긴 줄이 형성됐다. 타이베이 등 다른 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많은 가오슝 사람들도 소환 투표에 참여하기 위해 귀향길에 올랐다. 

타이베이에서 일을 하고 있는 가오슝 출신 청년 쉬징팡(許菁芳)은 본보와 인터뷰에서 "오늘 오후 2시 반 고속 열차를 타고 내려왔다. 타이베이 역에 평소 보다 많은 인파가 모여들었다. 이중 상당수가 가오슝에서 하차했다. 많은 사람들이 투표를 위해 고향에 내려온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한궈위 소환 투표) 열기가 1월 대선 때와 비슷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페이스북 등 대만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SNS에는 가오슝행 고속열차 표를 공유하며 파면 투표에 참여하기 위한 귀향 '인증'이 이어졌다. 

한 시장의 '파면안 통과'는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다. 대만 매체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파면 찬성에 답한 응답자의 비율이 반대 보다 훨씬 높았고, 특히 대만 정체성을 강조하는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시장에 대한 반감이 커진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5일 가오슝 메이리다오(美麗島)에서 진행된 한궈위 시장 파면 요구 시위 <사진=대만 '기진지공(基進志工)' 제공>

대만 중앙통신사의 보도에 따르면, 소환 투표 하루 전인 5일 가오슝에서 한 시장의 파면 찬성을 독려하는 대규모 시위가 진행됐다. 이번 소환 투표를 주도한 반(反) 한궈위 시민단체 위캐어(Wecare) 추산 10만 명이 시위에 참가했다. 

한 시장의 소환을 주장하는 측이 제시하는 파면 이유는 △ 시장이 된 후 불과 수개월 만에 대선 참여 선언, 책임 정치와 신의 원칙 위배  △ 시정 불만족도 전국 최고 △시정 소홀, 시장 공약 불이행 △ 친중 세력과 매체 배경 △ 성차별, 국가 정체성 부정 발언으로 국가 이미지 훼손 등이다. 

지난해 '한류(韓流)' 열풍을 일으키며 강력한 대선 주자로 떠올랐던 한궈위 시장은 1월 대선 실패 이후 대만 최초의 파면 '시장'이라는 오명을 쓴 채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대만 남부위 위치한 가오슝은 타이베이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도시로 지난 수십년 간 현재 집권당인 민진당의 '텃밭' 이었다. 그러나 국민당 소속 한궈위가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진당 후보를 물리치고 시장에 당선되며 파란을 일으켰다. 전형적인 정치인과 다른 모습, 소탈하고 서민적인 이미지와 행보가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엄청난 인기에 힘입어 한 시장은 지난해  5월 21일 2020년 대선 참가를 공식 선언했다. 그러나 시장 취임 4개월여 만에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비판적인 시각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지난해 홍콩 민주화 사태로 대만 내 반중 정서가 고조되면서 노골적인 친중 성향을 드러냈던 한궈위 후보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게 됐고, 대선 패배로 이어졌다. 이후 곧바로 시장 직에 복귀하면서 비판 여론이 급격하게 확산됐다. 

한 시장의 파면을 요청하는 움직임은 지난해 6월 처음 본격화됐다. 그리고 한 시장 취임 1주년이 되는 2019년 12월 25일 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한 시장 파면 요청서가 접수, 소환 투표 의견을 구하는 서명이 시작됐다. 불과 보름여 만인 1월 15일 선관위가 규정한 유권자 1% 이상의 청원 서명 기준을 넘어섰다. 4월 17일 37만 7662건의 서명으로 10% 달하는 유권자가 동의하면서 파면안이 성립됐고 6월 6일 소환 투표가 결정됐다. 

jsy@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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