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부담 큰 정규직 줄이고, 비정규직·무기계약직 늘리는 은행
[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고액연봉·안정성을 두루 갖춰 인기 직종인 은행원의 위상이 예년만 못하다. 몇 년째 지속된 '대규모 희망퇴직'으로 정규직은 지속해서 감소했지만 오히려 비정규직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 은행권 고용의 질이 악화되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27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정규직원(일반직)은 6만9041명으로 2018년 말 대비 801명 감소했다.
[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2020.01.23 rplkim@newspim.com |
반면 같은 기간 '고용의 질'이 낮은 비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은 각각 297명, 897명이 증가했다. 비정규직 직원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KB국민은행(141명)이다. 이어 하나은행(134명), 신한은행(126명)이 뒤를 이었다. NH농협은행과 우리은행이 비정규직이 소폭 감소했다.
은행권 고용의 질이 악화된 것은 모바일 뱅킹 등 비대면거래가 일상화되며 빠르게 진행되는 영업점 통폐합의 영향이 크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5대 은행의 국내 영업점은 4683곳으로 4년 전에 비해 443곳이 문을 닫았다. 여기에 주요 시중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국내 점포 89곳의 통폐합을 추진 중이다. 통폐합이 완료되면 서울에서만 50여개의 점포가 사라진다.
몇년 째 지속되고 있는 '대규모 희망퇴직'도 은행권 고용의 질이 악화되는 요인 중 하나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정부의 일자리 확대 정책에 발맞춰 최근 2년간 상당 규모의 신규 직원 채용을 단행했다.
비대면 거래 활성화로 인력을 감축해야 하는 상황에 신규 채용에 대한 압박감이 커지자 은행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기존 인력에 대한 대규모 희망퇴직을 매년 단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5대 시중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은행별로 희망퇴직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하나·농협·우리은행에서만 약 1000여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신한·국민은행 등의 희망퇴직 접수 절차가 완료되면 규모는 약 1500~1800명 내외로 예상된다. 이는 2018년 단행됐던 희망퇴직(1800여명 퇴사)과 비슷한 규모다.
이처럼 정규직 직원 수가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지만 계약직 등의 비정규직은 날로 증가하는 추세다. 비대면 거래 비중이 크게 확산함에 따라 주요 은행들이 IT 관련 전문인력에 대한 수시채용을 적극 진행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계약직인 탓이다.
여기에 당국의 채용 확대 압박을 못 이기고 은행들이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텔러·파트타이머 등을 대거 채용한 것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 장기화와 정부의 강력한 대출규제로 은행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은행들 입장에서는 인건비 부담이 큰 정규직에 대한 희망퇴직 규모를 키우고 비정규직을 늘리고 싶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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