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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KT에 유난히 차갑게 부는 바람

  • 기사입력 : 2019년10월31일 10:22
  • 최종수정 : 2019년10월31일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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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찬바람이 분다. 연말 연초 발표되는 정기 인사를 위한 고과 시즌이 찾아왔다. 이 계절에 월급쟁이는 잔잔한 가을바람에도 몸을 사려야 한다. 특히 1~2년 단위로 계약하는 임원들은 더더욱 그러하다.

"우리 상무님은 항상 6개월 단위로 회사 근처 헬스장을 끊으시는데 연말엔 연장을 안 해요. 계약이 만료될 수 있으니까요." 

"우리 상무님은 연초에 꼭 보톡스를 맞으시는데 하반기엔 안 맞아요. 고과 시즌에 불쌍한 모습으로 어필하려는 동정심 유발 작전이죠." 

[사진=김지나 기자]

우스갯소리 같지만 기업의 임원들은 겨울에 살아남기 위해 이파리를 붉고 노랗게 물들였다 떨어내는 나무들처럼 잔뜩 움츠린다. 

올 가을 KT엔 더 차가운 바람이 불고 있다. 황창규 회장의 후임자를 선임하기 위한 최고경영자(CEO) 선임 프로세스를 가동 중이기 때문이다. 황 회장은 물론 임원들은 차기 회장이 들어섰을 때 문제가 될 만한 '거리'를 남기지 않기 위해 최대한 몸을 사리고 있다는 얘기가 내부에서 흘러나온다.

동시에 이같은 상황이 안타깝다는 탄식도 나온다. 공기업에 뿌리를 둔 KT는 민영화 이후에도 외풍에 시달려왔다. 회장의 임기가 남았지만 정권이 바뀌면 새로운 수장이 위에서 내려오고, 전임 회장은 법정을 드나들어야했다. 

황창규 회장은 내년 3월 자리에서 물러난다면 민영화 이후 최초로 임기 6년을 채우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외풍에 자유롭지 못해 자기 자리를 걱정해야한다면 어떤 CEO가 조직을 책임 있게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까. KT가 직원 수는 많지만 효율적으로 관리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기업이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고 명맥을 이어나가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다. 시시각각 빠르게 변화하는 4차산업혁명 시대, 쟁쟁한 글로벌 기업들이 각 산업 군에 진입하며 혈투를 치르고 있는 현 시점에 외풍에 시달리는 KT가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 지 미지수다.

KT는 새로운 수장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취지에 맞게 CEO 선임 프로세스가 가동된다면 정치권에도, 전임 회장에도 휘둘리지 않는 독립된 수장이 CEO로 선임될 수 있다. 내외부로부터 정통성을 획득하는 거다. 그렇게 뽑힌 수장이 KT를 이끌어가는 조직 시스템을 만들길 기대해 본다.

 

abc123@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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