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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 풀린 공사장 안전...현장 안전불감증 '여전'

목동 빗물 펌프장에 이어 속초 아파트 공사장 사망 사고 발생
지난해 산업재새 사망자 971명 중 건설 근로자 486명
"건설 현장 '안전불감증', 작업자 탓으로 돌리는 관행 없어져야"

  • 기사입력 : 2019년08월19일 11:30
  • 최종수정 : 2019년08월19일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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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노해철 기자 = 강원도 속초 아파트 공사장에서 6명의 사상자를 낸 사고가 발생하면서 건설 현장 내 안전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를 '인재(人災)'라고 지적하면서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이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 "속초 승강기 추락사고는 '인재'..매뉴얼 지키지 않아"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서희건설이 시공을 맡은 속초시 조양동 아파트 공사장에서 발생한 승강기 추락 사고는 예견된 사고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 정밀 감식 사고 당시 승강기를 지지하기 위해 설치된 마스트를 고정하는 볼트가 미리 빠져있었다는 점에서 이러한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승강기가 뒤로 넘어가는 지점의 마스트에서 일부 볼트가 빠져있던 것으로 확인했다"며 "작업 과정에서 누군가 미리 볼트를 풀어놓은 것으로 보고 경찰, 안전보건공단과 함께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오전 강원 속초시 조양동의 한 아파트 건축 현장에서 공사용 엘리베이터가 15층 높이에서 추락해 소방대원들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사진=강원도소방본부]

전문가들은 승강기 해체 과정에서 안전 매뉴얼을 지키지 않아 사고를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안형준 전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승강기를 설치한 역순으로 해체해야 하는데 급히 하다 보니 볼트를 미리 풀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안전관리책임자가 진두지휘하면서 사고를 막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승현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노동안전국장은 "작업 속도를 줄이기 위해 사전에 볼트를 해체하는 경우가 있다"며 "2층마다 승강기와 벽체를 지지하는 월타이를 설치하도록 한 제조사 매뉴얼과 다르게 사고 현장에선 4층마다 설치돼 있어 인재라고 판단할 수 있는 요소가 많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중부지방에 기습적인 폭우가 내린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펌프장에서 근로자 3명이 고립돼 119구조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지하 40m 저류시설 점검을 위해 내려갔다가 올라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07.31 mironj19@newspim.com

◆ 줄지 않는 건설현장 안전사고..지난해 485명 사망

최근 이번 사고와 같은 건설 현장 내 사망 사고가 이어지면서 고질적인 안전불감증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은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펌프장 공사 현장에서 작업자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들은 지하 40m 저류시설 점검을 위해 내려갔다가 기습 폭우로 수문이 열리면서 빗물에 휩쓸려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발주자인 양천구와 현대건설은 소통 부재에 따른 안이한 초기 대응으로 작업자 구조에 실패했다. 또 구명조끼 등 기본적인 안전장치도 갖추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안전불감증 문제가 지적됐다.

실제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 중에서 건설업계 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달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 사망자 971명 중에서 건설 분야 사망자는 485명(50%)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217명)과 서비스업(154명)과 비교할 때 높은 수준이다. 특히 건설 현장에서는 추락으로 인한 사고로 290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승현 국장은 "다른 분야 산업에서의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매년 10%씩 줄고 있는데 건설업계만 변동이 없다"며 "매번 사고 후 고용노동부에서 현장 점검에 나서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3명의 사망자를 낸 '목동 빗물펌프장 참사' 관련해 시민단체가 "책임자를 강력 처벌하라"며 지난 2일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사진=안전사회시민연대]

◆ "원청부터 안전불감증...안전 문제 책임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안전불감증을 조장하는 건설 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청에서 하청으로 내려갈수록 비용 문제로 안전매뉴얼을 지키기 어려운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원청의 안전 책임을 강화하고 사고 발생 시 강력한 처벌도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안 교수는 "건설 현장에서의 사고에 대해서는 원청이 대부분 책임져야 한다"며 "원청에서는 공사비 절감을 위해 발생 비용이 적은 하청에 일을 맡기게 되고 하청에서는 안전매뉴얼 지키면 남는 게 없으니 무리한 작업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발주 단계에서부터 안전이 확보한 상태에서 작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공사비를 합당하게 해야 한다"며 "사고가 나면 말단 작업자 탓으로 돌리는 관행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현장에서 공기나 안전 문제는 원청과 연계해서 진행하는 것"이라면서 "사고 발생 시 원청뿐만 아니라 경영진에 대해서 강력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하는 등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창식 한양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반복되는 사고 데이터 분석을 통해 현장 별로 어떤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지에 대한 공학적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며 "데이터 분석을 통한 현장에서의 철저한 예방 대책 마련과 실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un9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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