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중국과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 결렬의 원흉으로 갑자기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지목하면서 원색적인 비난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폼페이오 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내에서 강경파를 대표하는 인물로 비춰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인도를 방문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26일(현지시간) 뉴델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중국 정부 대변인은 “폼페이오 장관이 거짓을 일삼는다”고 비난했고, 공산당 기관지는 “증오를 조장하는 치어리더”라는 표현을 썼다.
중국 관영 TV에서는 이례적일 정도로 긴 시간을 들여 수억명 중국 시청자들에게 “폼페이오 장관이 인류의 평화를 잠식하는 데 전 세계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전 세계 외교는 그의 행동을 억제해야 한다”고 전파했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사설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모든 혼란의 근원”이라며 “세계 강국에서 이런 미친 인물이 외교 수장에 오르는 일은 극히 드물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그의 공격적 발언은 미국과 중국 간 외교 관계를 완전히 파괴하는 것이며 티베트와 홍콩 사안에 대한 발언으로 그는 루비콘강을 건넜다”고 지적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폼페이오 장관이 신장지구 위구르족에 대한 탄압과 불공정한 무역 관행, 스파이 활동 등 중국의 약점을 들춰내며 압박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분석했다.
WP는 중국의 폼페이오 공격은 미국과 중국 간 경쟁구도가 전혀 새로운 국제적 차원으로 심화됐음을 알리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중국 대표 기업 화웨이 압박에 다른 국가들도 동참하라고 촉구하면서 중국에 맞서 동맹과 손잡고 신냉전을 일으키려 하는 미국의 표상으로 폼페이오 장관이 중국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설명이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 등 트럼프 행정부 내 다른 매파와 달리 폼페이오 장관은 막후에서 움직이기 보다 트럼프 행정부의 얼굴로 비춰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욱 인신공격을 받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미 국무부는 중국 측의 이러한 반응에 “중국 공산당의 인신공격성 프로파간다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고위 당국자는 폼페이오 장관이 미국 정부의 입장을 충실히 대변하고 있다며 “중국의 그릇된 행동에 압박을 가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캠페인의 핵심이며 국가안보전략의 중심”이라고 말했다.
북한도 폼페이오 장관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북한 외무성은 26일 담화에서 폼페이오 장관을 거론하며 “제재가 조미 대화를 가능하게 하고 있는 듯이 궤변을 늘어놓는다”며 비난한 바 있으며, 27일에는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이 담화문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을 겨냥해 ‘말이 통하는 사람과 협상을 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북한도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비난하기보다 협상 결렬의 원인을 미 행정부 내 강경파의 책임으로 돌리며, 정상 간 직접 담판으로 양상을 유도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29일 일본 오사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개최되는 미중 정상회담과 이후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동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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