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피해자 시신 발견 못해...'시신없는 살인사건' 우려
고유정 '참작동기 살인' 주장 유지하며 진술 거부하는 등 수사 비협조
"증거 발견 안되면서 진술 최소화...형량 줄이려는 시도"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고유정(36)을 사형해달라는 피해자 유가족의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자가 20만명을 넘었다. 그러나 여전히 수사당국은 피해자 시신 등 핵심증거도 확보하지 못하며 수사에 난항을 겪고있다. 고유정이 검찰에서도 추가 진술을 거부하면서 시신 없는 살인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질 경우 최종 형량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고유정 사형해달라” 들끓는 여론...정작 피해자 시신은 어디에
24일 오후 기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재된 '불쌍한 우리 형님을 찾아주시고, 살인범 ***의 사형을 청원합니다'는 제목의 청원에 20만 7000여명이 동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청원은 고유정 전 남편 강모(36)씨 유족 측이 올린 것으로, 고유정에 대한 사형 선고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고유정은 전 남편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했으며, 사전에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한 것으로 밝혀졌다. 고유정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이 선고돼야 한다는 목소리에 여론이 응답하는 이유다.

수사당국도 핵심 증거인 피해자 시신을 찾아내 고유정의 혐의 입증에 정점을 찍겠다는 입장이지만, 지난 1일 고유정을 체포한 이후 3주가 넘도록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고유정이 훼손한 시신 일부를 유기한 장소인 제주~완도 해상에서 수색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또 경찰은 지난 19일 경기 김포시 아파트 쓰레기 분류함 배관에서 A4용지 상자 절반 분량의 뼈 추정 물체를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유전자(DNA) 감정을 의뢰했다. 앞서 지난 14일과 15일에도 각각 인천 서구 재활용업체, 경기 김포시 소각장에서 뼈 추정 물체를 수거해 국과수에 보내 감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그러나 해당 물체가 강씨의 뼈일 가능성은 확신하기 어렵다. 지난 5일 인천 서구 재활용업체에서 발견된 라면상자 3분의 1 분량 뼛조각들은 감정 결과 동물 뼈로 판명됐다. 또 범행 장소인 제주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수거한 머리카락 58수와 경기 김포시 아버지 소유 자택에서 수거한 머리카락 56수에서도 DNA 분석이 불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 입 닫은 고유정...형량 줄이기 위한 전략
고유정은 수사과정에서 범행 자체만을 자백했을 뿐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지난 12일 검찰에 송치된 이후에도 이런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전 남편이 성폭행하려는 것을 막기 위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자신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오른손을 다쳤다며 증거보전 신청을 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자신의 범행에 대해 정상참작을 받아 형량을 줄이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살인범죄에 대한 법원의 양형기준에 따르면 범행동기에 따라 참작동기 살인은 징역 4∼6년 수준에 불과하다.

더욱이 고유정은 현재 검찰 출석에 불응하는가 하면 진술을 거부하는 등 수사에도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의도적으로 입을 닫은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살인사건의 핵심 증거인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진술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 수사 상황을 고유정이 최대한 이용하려는 것”이라며 “경찰의 초동수사가 부실하게 이뤄져 결정적 증거를 초반에 확보하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재교 세종대 법학부 교수도 “고유정의 진술을 정황상 믿기는 어렵지만, 피의자는 불리한 진술을 안 하거나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며 “그럼에도 남은 기간동안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 수사기관의 역량”이라고 강조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제주지방검찰청이 고유정의 구속기한을 내달 1일까지 연장하는 등 막바지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범행 동기 및 수법이 규명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iamky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