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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대한민국 문화재]④조선 기와에 시멘트가?…반복되는 부실 복원 논란

문화재 복원·수리 중요성 확대...국가 예산도 증가 추세
복원 제1원칙 ‘원형 보존’ 놓고 반복되는 ‘부실 복원’ 논란
전문가 “복원에 앞서 충분한 원형 연구 우선해야”
문화재청 “인력·예산 현실적 어려움...복원 원칙·기술 발전시킬 것”

  • 기사입력 : 2019년05월20일 11:12
  • 최종수정 : 2019년05월23일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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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정부출범 2년이 지나도록 뭔가 ‘색깔 있는’ 문화정책이 나오지 않아 아쉽다는 말이 많습니다. DJ정부 또는 노무현 정부 등 과거 진보정권의 경우 문화에 대한 애정이 정책으로 표출됐다면서 말입니다. 20년이란 긴 시간과 230억 원이란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재탄생한 익산 미륵사지 석탑의 재보수도 DJ정부 때(99년) 시작해서 노무현 정부 때 속도를 낸 사업입니다. 최근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를 계기로 ‘문화재 보존’에 대한 걱정이 늘고 있는데 정부의 시각은 낙제점에 가까운 수준입니다. 이미 훼손되었거나 방치되고 있는 문화유산이 많은데 보존에 대한 정책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종합민영통신 <뉴스핌>이 문화재 보존 현실과 대안을 고민해봅니다.

<목차>

①빨래 건조장된 백제 가마터…40년 넘도록 ‘나몰라라’
②국보급 문화재에 소화기만 덩그러니
③도로변에 문화재가?…흉물로 방치된 유물
④조선 기와에 시멘트가?…반복되는 부실 복원 논란
⑤“아픈 역사도 되새겨야”…일제강점기 유산, 문화공간으로 탈바꿈
⑥돌아오지 못한 문화재 18만여점, 환수해야 하는데…
⑦공익을 위한 문화재인가? 사유재산 침해인가?
⑧[인터뷰]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⑨예산 인력에 허덕...문화재청도 고민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정부가 문화재 복원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부실 복원’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문화재 '원형' 복원에 대한 국가적 기준 확립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높아지는 문화재 복원의 중요성...사업도 매년 확대

20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문화재 보수정비 사업 건수는 △2015년 1345건 △2016년 1379건 △2017년 1371건 △2018년 1483건 △2019년 1482건으로, 증가 추세다.

보수정비 예산도 △2015년 2800억원 △2016년 3050억원 △2017년 2845억원 △2018년 2950억원 △2019년 3600억원으로 5년 새 800억원가량 대폭 늘었다.

[익산=뉴스핌] 정일구 기자 = 30일 오후 전북 익산시 미륵사지에서 열린 '익산 미륵사지 석탑 보수정비 준공식'에서 모습을 드러낸 서탑(오른쪽)과 동탑이 공개되고 있다. 20년에 걸친 해체·보수 작업을 마무리한 현존하는 국내 최고·최대 석탑인 국보 제11호 익산 미륵사지 석탑은 부재 1627개를 짜 맞춰 새롭게 완성했다. 2019.04.30 mironj19@newspim.com

지방자치단체 예산까지 합칠 경우  올해 문화재 보수정비 예산은 약 5260억원에 달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지자체 신청 예산의 30%도 반영하지 못한 수준"이라며 "매년 지정문화재 수가 늘고 문화재 활용도 많아지다보니 매년 관련 사업과 예산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원형 훼손' 부실 복원 논란의 시발점

문화재청이 고시한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업무지침’에 따르면 문화재 수리는 문화재의 '원형'이 변형·왜곡되거나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외형뿐만 아니라 내부도 원래의 구조와 형식으로 유지돼야 함을 원칙으로 한다.

문제는 원형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양하다는 점이다.

문화재청은 위 지침에서 “문화재 축조에 정당하게 기여한 모든 시대요소가 존중되고 유지돼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각 문화재 특성에 따라 원형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한 학계 전문가는 “전문가마다 원형이라고 생각하는 모습이 다 다르다”며 “복원이 완료되면 외부 전문가들은 원형이 잘못됐다고 비판하고, 국민들도 복원 결과에 불만을 갖게 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원형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한 방식도 논란거리다. 문화재 고유의 전통 재료와 옛 공법을 고집하는 인식이 있는 반면,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현대적 재료와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는 관점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시멘트다. 2019년 문화재수리표준품셈에 따르면 담장 기와, 돌벽, 합각벽 등 일부 품목에 '백시멘트'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복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이 같은 현대식 재료들이 사용되고 있지만,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일반 국민들의 시선도 상당하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옛 재료와 방식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이런 문제를 놓고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합의를 이뤄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부족해 매번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숭례문 화재 4주기 복구현장

◆ 전문가들 “충분한 연구 우선”...문화재청 “복원 원칙·기술 보완하겠다”

전문가들은 문화재 복원 과정에서 역사 고증·수리 기법 등 연구가 충분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시간·예산 등 현실적인 제약 속에서도 문화재 보존을 위한 작업에 소홀함이 있어선 안된다는 것이다.

서정석 공주대 문화재보존과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복원 자체를 우선 목표로 정하고 거기에 끼워 맞추려고 하니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충분한 연구를 거친 뒤 복원 작업에 착수해야 착오를 최소화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광용 한국전통문화대 문화재보존과학과 교수도 “각 분야 많은 전문가들이 복원 초기 단계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연구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라며 “그렇다면 훼손 정도가 크거나 중요도가 높은 문화재라도 우선 선별해 국가기관이 나서 관리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문화재청이 모든 문화재 복원·수리 과정을 관리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사업 관리 주체인 각 지자체의 문화재 전문 인력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미륵사지 석탑 부실 복원 논란을 계기로 최근 문화재 수리 현황과 과제를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며  “앞으로도 전문가들과 논의를 확대해 문화재 복원의 원칙과 기술 등을 보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iamky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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