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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뮤지컬 관람 연령, 영상물처럼 정할 수 있을까

표현의 자유 침해 이유로 제작사 및 극단 자체 결정
공연의 장르 특성상 영화·드라마와 단순 비교 무리
최근 관객 민감한 추세…공연계도 등급 조정 고려

  • 기사입력 : 2019년05월16일 08:58
  • 최종수정 : 2019년05월16일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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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개봉 전 영화 광고를 보면 '등급 심의 중'이라는 문구를 볼 수 있다.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역시, 본격적인 방송이 시작되기 전 관람 연령 고지는 필수다. 인기 가수의 뮤직비디오 또한 사전에 시청 연령 등급을 분류한다. 이는 아동 및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연극이나 뮤지컬 등 공연에도 관람 연령 등급이 있다. 미취학 아동 이상부터 7세 이상, 8세 이상, 13세 이상, 중학생 이상, 18세 이상 등 등급이 다양하다. 다만 공연 중에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나오거나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묘사, 욕설 등이 있음에도 관람 연령이 낮은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공연 장면 [사진=오디컴퍼니]

현재 공연하는 작품 중 인격이 변해 살인을 저지르고, 매춘부의 몸을 더듬으며 유희를 즐기는 장면이 나오는 뮤지컬 '지킬앤하이드'가 만 7세 이상 관람가인데 반해, 비정규직과 이주노동자 등 서민들의 서울살이와 사랑을 그린 뮤지컬 '빨래'는 만 14세 이상 관람가다. 지난 3월 막을 내린 뮤지컬 '잭더리퍼' 또한 살인마가 주제이고 흡연 장면도 등장하지만 관람 연령은 미취학 아동 입장불가였을 뿐이다. 어린이가 주인공이었던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공연 중 흡연 장면이 다수 등장해 관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영화와 음반, 비디오물, 게임물 등은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주제의 유해성, 선정성, 폭력성, 대사의 저속성, 공포, 모방 위험 등의 기준에 따라 판단해 등급을 분류한다. 방송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맡아 관리한다. 그러나 공연의 관람 연령 등급을 분류하는 기관은 없다. 표현의 자유를 해친다는 이유로 1988년 공연윤리의원회가 폐지되고, 1999년 사전각본심의제도가 없어진 뒤 대부분 작품의 제작사, 극단 등이 자체적으로 관람 연령을 결정하고 있다.

한 공연 관계자는 "공연을 하는 단체가 자체적으로 관람 연령을 정하고 있다. 대부분의 공연 단체들은 문제가 일어나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해 보수적으로 관람 연령을 설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연계에서는 사실 관람 연령 등급에 대해 '누가 어떻게 정할 수 있냐'는 시선이 많다. 표현의 자유 때문에 전반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뮤지컬 '록키호러쇼' 공연 장면 [사진=알앤디웍스]

공연과 영화, 드라마 등을 단순 비교하기에는 무리라는 시선도 있다. 장르적 특성 때문이다. 공연평론가로 활동 중인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영화와 텔레비전의 콘텐츠는 똑같은 영상물이지만 표현의 규제가 다르다. TV는 누구나 집에서 켜면 볼 수 있는 '쿨미디어'이기 때문에 더 엄격하게 규제해야 한다. 반면, 관람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공연의 경우는 '핫미디어'다. 자신의 돈을 내고 시간을 할애하는 선택의 결과이기 때문에 규제가 더 느슨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 관객들은 영화의 규제에 익숙해서 공연도 같은 기준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세계 어느 나라를 봐도 공연의 내용에 대한 규제를 연령별로 하지 않는다. 공연은 티켓 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관객들이 사전에 정보를 충분히 습득하고 찾아온다. 공연은 더 다양하고 폭넓은 상상과 표현이 가능해야 한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으면 경쟁력이 떨어진다. 관객들도 색다른 체험을 위해 비싼 돈을 들여 공연을 보러 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연 관람 연령의 등급이 티켓 판매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볼 수도 없다. 만 18세 이상 관람가인 뮤지컬 '록키호러쇼'는 관람 연령을 높이는 대신 관객 참여 이벤트를 강화한 마케팅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록키호러쇼' 측 관계자는 "누군가는 별로 안 야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작품 전체의 분위기와 뉘앙스, 대사나 몸짓 하나하나를 고려해 조심스럽게, 조금은 보수적으로 연령을 정했다"며 "관객들이 매우 똑똑하다. 작품의 특성, 재미, 메시지를 보고 원하는 공연을 선택한다. 관람 연령이 높아 관객층이 제한되는 측면은 있지만, 반대로 낮춘다고 해서 티켓 판매에 좀 더 효과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다만, 공연업계에서도 달라진 사회 분위기와 국민 정서에 따라 관람 연령 변경이나 관령 정보에 대해 더 정확하게 사전 고지를 하는 추세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측은 "공연 초반에 관람 연령과 관련해 컴플레인이 들어오기도 했다. 시스템 구조상 공연 중간에 관람 연령 변경은 어려워 사전 안내를 강화했다. 관람 연령이 티켓 판매에 큰 영향을 끼치진 않지만, 초연할 때부터 7세 관람가였다"며 "공연은 영화처럼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표현이 아닌 추상적이고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관람 연령이 낮은 경향이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관객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편이라 관람 연령 조정에 대해 제작사에서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hsj121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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