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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헌재,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여성 자기결정권 침해”

헌법재판소, 11일 ‘낙태죄’ 위헌소원 심판 선고
유남석 소장 등 헌법재판관 4명 ‘헌법불합치’ 결정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과도하게 침해해 위헌”
이석태·이은애·김기영 ‘단순 위헌’…서기석·조용호 ‘합헌’
현행 낙태죄 규정, 2020년 12월 31일까지 한시 적용

  • 기사입력 : 2019년04월11일 15:34
  • 최종수정 : 2019년04월11일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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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이성화 수습기자 = 낙태 처벌을 규정한 이른바 ‘낙태죄’가 헌법에 어긋난다는 판단이 나왔다. 낙태죄를 규정한 현행법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국회는 오는 2020년 12월 31일 이전에 현행 낙태죄를 대체할 수 있는 법 개정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 1953년 낙태죄가 처음 규정된 이후 66년 만에 사실상 큰 틀에서 법 개정 수순을 밟게 된 것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유남석 헌재소장 등 헌법재판관이 11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앉아있다. 이날 헌재는 낙태죄 위헌여부를 결정한다. 2019.04.11 leehs@newspim.com

헌법재판소는 11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대심판정에서 낙태 처벌을 규정한 형법 제 269·270조 등에 대한 위헌소원 사건 선고기일을 열고 헌법재판관 4(헌법불합치) 대 3(단순 위헌) 대 2(합헌) 의견으로 ‘헌법불합치’를 선고했다.

헌재는 유남석 헌재소장과 서기석·이선애·이영진 재판관의 다수 의견으로 “현행 낙태죄 규정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위헌적 규정”이라며 이같이 결정했다.

앞서 산부인과 의사 A씨는 지난 2014년 병원에 찾아온 환자의 낙태 수술을 해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한 차례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관련 법 조항이 행복추구권과 평등권, 건강권,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재에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고 2017년 2월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위헌 심판 대상이 된 조항은 ‘자기낙태죄’와 ‘의사(동의)낙태죄’를 각각 규정하고 있는 형법 269조 1항과 270조 1항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낙태한 임부는 징역 1년 이하나 벌금 200만원 이하, 낙태 수술을 한 의사는 징역 2년 이하의 처벌을 받는다.

헌재는 특히 “현행 ‘자기낙태죄’ 조항은 입법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정도를 넘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했고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공익에 대해서만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함으로써 법익균형성의 원칙도 위반했다”며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규정”이라고 판단했다.

‘의사낙태죄’ 조항과 관련해서도 “자기낙태죄가 위헌이므로 동일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임신한 여성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의사를 처벌하는 의사낙태죄 조항도 같은 이유에서 위헌이라고 봐야 한다”고 결정했다.

다만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낙태를 금지하고 형사처벌하는 것 자체가 모든 경우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그런데 해당 조항에 대해 각각 단순위헌 결정을 할 경우 임신 기간 전체에 걸쳐 행해진 모든 낙태를 처벌할 수 없게 됨으로써 법적 공백이 생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오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현행법을 그대로 적용하되 입법권자는 이 기간 안에 낙태의 형사 처벌과 관련, 결정가능기간을 어떻게 정하고 결정가능기간의 종기를 언제까지 할 것인지, 태아의 생명보호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실현을 최적화 할 수 있는 해법을 마련하는 등 개선 입법을 이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이석태·이은애·김기영 등 3명의 재판관은 해당 법 조항의 효력을 선고 즉시 상실시키는 ‘단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들은 특히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헌법불합치 결정에서 더 나아가 이른바 ‘임신 제1삼분기’에는 어떠한 사유를 요구함 없이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숙고와 판단 아래 낙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단순위헌 결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조용호·서기석 재판관은 “인간의 존엄성과 법익의 균형 등을 고려할 때 해당 법 조항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볼 수 없다”며 “지난 2012년 자기낙태죄에 대해 합헌 판단한 헌재의 결정이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

한편, 앞서 헌재는 지난 2012년 8월 낙태죄에 대해 헌법재판관 각 4명씩 합헌과 위헌 의견을 내면서 합헌 결정했다. 

당시 헌재는 “형벌로써 낙태를 규제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불법 낙태가 성행하고 있고 그에 대한 처벌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현실에서 낙태를 처벌하지 않거나 형벌보다 가벼운 제재를 가하게 된다면 현재보다 더 낙태가 만연하게 될 것”이라며 “사회적·경제적 사유로 인한 낙태까지 허용 사유를 넓힌다면 낙태죄 조항은 거의 사문화되고 낙태가 공공연하게 이뤄져 인간 생명에 대한 경시풍조가 확산될 우려마저 없지 않다”고 판단 이유를 밝혔다.

 

 

brlee1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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