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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A 칼럼] 문재인 정부가 망각한 김정은의 세가지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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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준혁 정치부장 = 북한이 한미·북미 정상회담을 불과 며칠 앞두고 '딴지'를 걸고 나왔다. 일찌감치 예정됐던 한미연합훈련을 문제삼는가 하면, 한미 정부에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지도 않은 한 탈북자(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의 '사견(私見)'에도 온갖 저주를 퍼부으며 성을 내고 있다. 

      이준혁 정치부장

급기야 탈북자들로 구성된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문제와 탈북 여종업원 소환 문제까지 트집 잡기 시작했다. 북한의 돌발적인 '몽니'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역대 어느 때보다 남북관계 '해빙 무드'가 무르익는 시점에서 튀어나온 변덕이다. 그 의도를 사못 짐작하기 어렵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이겠다'는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공개 여부도 불확실해졌다. 한국 언론들의 참석 여부에 벌써 나흘째 무대응이다. 남측 취재진은 북측의 사전 허가도 없이 21일 베이징을 거쳐 원산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북측이 막아선다면 다시 돌아와야 하는 '이상한'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지금 남북간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북한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에 정부 일각에선 '다 된 밥에 재 뿌리는 것처럼 느끼는' 조바심마저 감지된다. 당장 내달 12일 예정된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도 100% 장담할 상황은 아니라는 말까지 나온다. 지난달과는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아니 우리 정부가 뭔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마치 바둑 고수가 넓게 짜놓은 포석에 말려든 것처럼, '초읽기'에 몰린 하수처럼 조급함이 느껴지는 지금의 대북 외교전은 좀처럼 '수(手)'가 보이지 않는 형세다. 고민 끝에 대북 전문가들의 의견을 빌려 김정은의 숨겨진 노림수 세가지를 짚어봤다.

⓵ '두 얼굴의 김정은'...독재권력 보장 계약서에 미국의 사인 받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7일 저녁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환영만찬에서 환하게 웃으며 담소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뉴욕타임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독재자와 혁명가의 얼굴을 동시에 지닌 '두 얼굴의 사나이'로 묘사했다. 집권 초기엔 몇 달이 지나도록 외부행사에 얼굴을 내비치지 않을 정도로 폐쇄적이었다. 그러다 권력서열 2인자인 고모부 장성택을 무자비하게 처형한 이후 각종 외부행사에 얼굴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원산관광단지 조성, 대규모 카지노 건설 현장에서 훈시하는 모습은 외신에 종종 보도됐다.

올해 들어선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 최고위층 사절단을 보내는가 하면, 지난달 27일 분단 이후 처음으로 북한 최고지도자 신분으로 남측 판문점을 넘어왔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 건배주를 나누던 그날의 영상은 전 세계로 전파됐고, 선물로 가져온 평양냉면은 한국사회에서 '신드롬'을 일으킬만큼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김 위원장에 대한 호감도는 급격히 높아졌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 큰' 비핵화 양해각서가 체결된다면 '동반 노벨평화상'이라는 말이 농담으로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불과 한달만에 김 위원장은 다시 거대한 물음표로 바뀌었다. 사회적, 경제적 개방주의를 향해 조금씩 움직인다고 느낀 것은 너무 앞서 나간 착각이었다. 다시금 독재의 정치적 색채를 띠고,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협상을 벌이는데 온갖 모략을 짜내고 있다는 분석을 믿을 수 밖에 없게 됐다.

남북고위급회담 중단의 빌미를 제공했던 태영호 전 북한공사는 지난 14일 국회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두고 "상대방을 착각하게 만드는데 아주 능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탈북자에게 물었다. 북한에서 '상대방을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말인지. 이 탈북자는 "자기 구미에 맞게 사람을 가지고 논다는 의미"라고 잘라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최근 벌어진 북한의 돌발적 '몽니'가 한 꾸러미에 꿰인 듯 이해가 됐다.

김 위원장의 모든 정치적 행동은 당연히 정치적 이득을 추구하는 고도의 전략에서 비롯됐을 터이다. '남북간 항구적 평화'라는 수식어도, 결국 김 위원장의 주머니에서 고도의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져 나온 문구다. 그럼 무엇을 위한 포석일까.

지난 2010년 작고한 황장엽 북한 대남담당 비서는 생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북한 최고지도자에게 핵은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모든 것은 절대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요, 도구일 뿐이다. 권력만 유지되고 수령체제가 이어진다면 핵을 가지고 있든, 가지고 있지 않든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도 "결국 김정은이 원하는 것은 체제 보장을 해달라는 얘기다. 그건 김정은 수령체제를 유지하는데 동의하라는 의미다. 김정은 절대권력 체제를 건드리지 말고, 위협하지도 말고, 아무런 제재나 간섭도 하지 않으면 핵을 없애주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체제 보장 '계약서'에 사인도 안했는데, 미리 영구적인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나 핵무기 미국 이전 같은 위협적인 발언이 미 행정부(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서 나오니, 기가 막히고 발끈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입장이 난처해진 건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다. 북미 중재자임을 자임하는 상황에서, 연일 공세 일변도인 미국을 설득해 수위 조절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북한의 허리가 굽혀지고 고개가 숙여지기를 바라는 것도 여의치 않다.

지난주 청와대 브리핑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발언 중 하나는 "특별한 입장이 없다"는 것이었다.

⓶ '비핵화' 보너스는 경제 보상...'기브앤테이크' 단계적으로 하나씩 주고 받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과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국무위원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외교가의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은 미-중 관계에 있어 칵테일 잔에 빠져있는 오물"이라고 말했다. 미국이나 중국 모두 동북아 헤게모니(주도권) 구축을 위해 북한이 매우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다. 외교 전문가들은 "북한이 어느 편에 보다 가까워지는가에 따라 향후 20·30년 뒤 글로벌 패권국가의 향방이 갈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금이야 절대적으로 중국 의존성이 큰 북한이라고 하더라도, 개혁개방에 나설 때 현대 자본주의 종주국인 미국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앞날은 예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양쪽 모두 북한을 쥐고 흔들고 싶지만 김정은 독재체제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측면에서 국제질서에 어긋난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이고, 건져내기 쉽지 않은 지꺼기 가득 낀 오물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김정은 독재체제'를 유지하는 한편 정상국가로서 가져야 하는 경제 성장에 목마르다.

태 전 공사는 "김 위원장이 북한을 스위스처럼 경쟁력 있는 관광 국가로 만들고 싶어 한다. 다만 많은 관광객이 오지만 모든 경제시스템은 늘 (일인독재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는 논리"라고 전제를 달았다.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신 일인독재 권력체제를 계속해서 보장 받고, 더불어 경제적으로 성장하는 시스템을 바란다는 해석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북한이 내려놓는 비핵화 구상은 경제 보상과 맞물려 있다. 문제는 미국이 비핵화를 '원샷'에 끝내려고 하는 반면 북한은 단계별로 비핵화를 추진하되, 그 때마다 하나씩 받는 것도 있어야 한다는 속셈이다. 이른바 '기브앤테이크' 전략이다.

문 정부는 북한이 '몽니'를 부리는 이면에 무엇을 얻기 원하는지 간파해야 한다. 예컨대 김정은 권력체제를 인정하면서 북한 주민들에게도 '김정은식 잘사는 국가'를 포장할 수 있는 댓가를 지불해야 하는 '딜레마'가 지금 우리 앞에 주어진 숙제다.

⓷ 리비아 같은 비참한 말로는 사절...미국과 거래 통해 '김씨 정권' 몰락 막기

최근 만난 한 탈북자단체 대표는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에서) 거래처 뚫듯이 문 대통령을 만난 것 같다"고 말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의미심장하다. 원하는 것이 있을테니 휴전선을 건너 만나러 온 것이고, 그 만남도 거래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고의 선이 여기에 이르자 조정래 작가의 소설 <아리랑>에 적혀있는 한 구절이 떠올랐다.

"거래란 큰 이익을 보았으면 작은 이익에는 미련을 깨끗하게 버려야 한다. 거래는 배짱놀음이면서 눈치싸움이고 체면 살리기다."

얼마전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우리가(북한이) 리비아 같은 비참한 말로를 걸을 것이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하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미국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리비아 카다피 정권은 미국의 압박 속에서 핵무기를 공개하고 미국 이전을 허용하는 한편 수동적 개혁개방을 추진했다. 물론 체제 보장도 약속 받았다. 하지만 리비아 내 반군과 경제적 혼란 속에서 카다피 대통령은 반군들에게 끌려나가 죽는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북한이 경계하는 결론을 극명하게 드러낸 대목이다. 김 위원장은 카다피 대통령의 전철을 밟기 싫을 것이고, 미국과의 거래를 통해 안전 보장을 확보하겠다는 심산이다.

최근 일련의 '몽니'는 김 위원장 입장에서 큰 것(핵무기)을 버릴테니 그보다는 작은 것(안전 보장, 경제 보상)을 받도록 해달라는 것이고, 체면도 세워달라(대등한 위치의 정상회담)는 '강짜'를 부리는 것일 수 있다.

'기구(崎嶇)'. 하나의 높은 산을 넘었는데, 또 다른 산이 나온다. 최근의 남북관계를 한 단어로 요약할 때, 이보다 적합한 말이 있을까. 외형적으로 문 정부의 대북 정책은 균형감 있는 '중재자론'으로 알려져있다. '중재자'라는 용어는 중립적이고 합리적 타협점을 제시하는 이미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외교에선 '절대'란 말도, '중립'이란 말도 없다. 특히 "중립이 없다는 말"은 외교에서 힘이 똑같은 국가가 없기 때문이다. '중립'이라고 말하는 나라도 결국 힘 센 국가에게 따라가기 마련이다. 힘이 센 국가와 약한 국가 사이에서 '중립'이라고 말하면 결국 힘이 센 국가의 눈치를 더 본다는 의미다. 그래서 외교에는 중립이 없다. 정말 중립이라면 약한 쪽에 약간 기울어져 있어야 중립이다.

지난달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평화의집' 앞마당에서 '판문점 선언' 을 발표하기 위해 연단으로 향하고 있다. 2018.04.27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이 시점에서 미 행정부 고위관료들의 잦은 강경발언에 "특별한 입장이 없다"는 중립 논리로 일관해서는 안된다. 미국과 북한 모두 악감정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것은 중재자가 아니라, 현실을 도외시한 이상주의에 가깝다.

작가 최인호는 생전에 불교에 나오는 이 문구를 좋아했다. "낮게 가려면 바다 밑까지 가고, 높게 가려면 산꼭대기까지 가라."

기독교에도 똑같은 말이 있다. "뜨겁거나 차라리 차가워라. 미지근하면 뱉어버리게 된다."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려면 어미닭과 새끼가 알 안팎에서 동시에 쪼아야 한다.

문 정부는 알 밖에서 적당한 강도로 북한을 쪼을 수 있어야 한다. "남에게 양보하는 순간 스스로 약자라고 인정하는 것과 다름 없다"는 오기로 똘똘 뭉친 김정은 정권에도 할 말은 해야 한다.

상황이 좋지 않다고 어렵게 뚫어놓은 '남북정상 간 핫라인' 가동을 언제까지 미룰 것인가. 문 대통령 스스로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죽음을 각오하고 치열하게 남북관계를 뚫겠다고 한 것처럼, 머뭇거림 없이 먼저 두드려야 할 때다. 김 위원장에게 먼저 전화 거는 것을 마다해선 안된다.

바다가 거칠어지면 어부에게 날씨와 파고를 알려야 하는 것처럼, 그물 수선하는 법(비핵화 방안)만 줄기차게 주장하는 미국에도 날씨 변화를 인지시킬 필요가 있다.

이미 둔 바둑알처럼, 남북관계는 다시 되돌아갈 수 없다. 이제는 염치나 겸손을 따질 때가 아니다. 치열하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분단 65년, 남북이 어떻게 갈라 서있는지도 알지 못하고 모든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고스란히 받아들여야 할 다음 세대를 위해서, 이제는 정말로 새 길을 열어야 한다.

jh3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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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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