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경기도와 파주시는 12일 파주 민통선에서 DMZ 전시를 개막했다
- 국내외 작가 14명은 작품 26점으로 분단과 공존을 재해석했다
- 전시는 11월 29일까지 캠프그리브스와 임진각에서 이어진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국내외 작가 14명의 26점 전시, 안규철, 자닌 랜더슨, 이예은 등의 신작도 다수 공개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지구촌의 오랜 분단국가인 한국에서 가장 특화된 전시이자, 의미있는 프로젝트인 'DMZ 전시'가 올해도 어김없이 막을 올렸다. 금년에는 파주시 일원에서 열린다.
경기도와 파주시는 'DMZ OPEN 페스티벌'의 일환으로《DMZ OPEN 전시: 스테이징》을 지난 10월 12일 개막했다. DMZ(비무장지대)를 예술의 시선으로 재해석하는 현대미술전시인 《DMZ OPEN 전시: 스테이징》이 오는 11월 29일까지 파주시 민통선 내 일대에서 이어진다.

전시에는 국내외에서 활동 중인 미술가 14명의 작품 총 26점이 캠프그리브스 일대(카페그리브스, 스튜디오BEQ, 갤러리그리브스, 도큐멘타 2관)와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에 설치돼 관람객을 맞고 있다.
전시 타이틀 '스테이징(Staging)'은 프랑스의 과학기술학자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의 개념에서 빌려왔다. 통상적으로 '스테이징'은 '무대 연출'로 번역된다. 공연 분야에서 늘 쓰이는 용어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떤 존재와 사실이 특정한 조건과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과정을 뜻하고 있다.
브뤼노 라투르는 파스퇴르의 발효균 연구를 예로 들면서 미생물이 실험실과 관찰장치, 연구자, 기록방식이라는 관계망 속에서 비로소 인식가능한 존재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스테이징'은 한반도에서 분단과 전쟁의 시간이 중첩되고,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가 복합적으로 얽혀진 DMZ를 하나의 무대로 전환해, 그 안에서 공존해온 다양한 존재와 조건을 드러내보자는 기획의도를 가리킨다.

매년 DMZ 전시를 기획해온 김선정(아트선재센터 예술감독) 큐레이터는 "올해의《DMZ OPEN 전시: 스테이징》은 DMZ를 단순히 동시대 작가들의 미술품을 보여주는 공간이 아니라, 인간과 비인간, 사물과 환경, 역사와 현재가 서로 관계를 맺고 드러나는 하나의 무대로 전환하려는 시도"라며 "DMZ를 분단과 갈등의 상징을 넘어, 수많은 존재가 서로를 마주하고 관계를 맺는 동적인 장소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흥미로운 것은 매년 DMZ 참여작가들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획팀은 국내는 물론 세계 각국의 예술가들의 작업을 리서치하고 분석하면서 매년 각기 다른 초대작가를 선정해왔다.
이번 전시의 들머리인 카페그리브스에 발을 들여놓으면 멕시코 작가 아브라함 크루즈비예가스의 대형 벽면작업이 눈에 들어온다. 조각 회화 설치 영상을 넘나들어온 작가는 이번에 한국 비무장지대를 답사하는 여정에서 모은 종이에 물감을 칠한 뒤 이를 벽면에 빼곡히 매달았다.
크루즈비예가스의 '눈먼 자화상' 연작 중 하나인 이 작품은 DMZ를 오가며 수집한 광고지, 리플렛, 엽서, 티켓의 한쪽 면에 유엔(UN)을 상징하는 푸른색 물감을 덮은 뒤 벽에 핀으로 고정시킨 것이다. 관객은 물감으로 가려진 종이 안쪽에 과연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들춰보고 싶은 충동이 인다. 종이 속 글자와 이미지가 물감으로 가려지면서 '정보'들이 읽을 수 없는 사물이자 한 점의 '오브제'로 변환되는 과정이 흥미롭다.
작가 박찬경이 1997년 첫 개인전 작품을 재제작한〈블랙박스: 냉전 이미지의 기억〉은 카페그리브스의 한 코너에 내걸렸다. 박찬경의 작업은 1992년 러시아의 옐친 대통령이 옛 소련 전투기에 의해 1983년 격추된 대한항공기의 블랙박스를 노태우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사진에서 출발한다. 두 정상이 블랙박스 상자를 주고받는 장면은 당시 언론에 대서특필됐지만 이후 보도들은 블랙박스가 비어 있었다고 전했다.
박찬경은 진실을 담은 듯하지만 실은 빈 상자를 주고받는 정상들의 모습에서 냉전 이미지를 읽는 단초를 찾았고, 이후 각종 기관과 매체들이 어떻게 분단과 냉전을 다루는지를 여러 기록과 사진을 통해 파고들었다. 박찬경의 작업은 오늘도 세계 곳곳에서 끊이지 않는 전쟁과 쏟아지는 이미지에 대한 질문이 절실한 현시점에서 우리가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물어야 할지 되묻고 있다.

안규철은 이번 전시에 신작 '아홉 개의 의자'를 선보인다. DMZ를 '부재와 긴장이 중력처럼 작용하는 공간'이라고 규정하는 작가는 아홉 개의 비어있는 의자로 이 특수한 장소를 환기시키고 있다. 작가는 멀쩡한 여덞 개의 의자에서 각각 다리·등받이·좌판을 제거했다. 그리곤 그 파편들을 결합해 아홉 번째 의자를 만들었는데 모두 의자 형상은 유지하고 있지만 결함을 안고 있다. 관람객은 무너질 듯 버티는 아홉 개의 의자들 사이를 거닐며, 멈춘채 유지되는 정전(停戰)의 긴장을 느끼게 된다.
탈북민 화가 선무는 북한 선전화의 형식을 빌려 남북의 청소년이 함께 어울리는 풍경을 그린 신작 회화〈봄놀이〉를 출품했다.
다음 공간인 스튜디오BEQ에서는 한국전쟁 이후 DMZ에 파견된 스위스 중립국감독위원회 장교들이 1953년부터 1980년까지 남긴 기록으로 '중립'의 시선을 되짚은 데니스 베르치의 영상작품을 만날 수 있다.〈스테이트 픽션. 겉으로만 중립적인〉이란 타이틀로 작가는 90분짜리 필름을 완성했다.
이어 도큐멘타 2관에는 기능과 수명을 다한 사물을 재료로 다양한 감각을 실험해온 작가 연진영의 이색적인 작업이 설치됐다. 연진영은 군대 화장실을 배경으로 '룩스맥싱(looksmaxxing. 외모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행위)' 문화와 군대가 만들어내는 남성성을 교차시킨 오브제및 설치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미군 군복으로 만든 샤워가운, 군대용 장갑에 명품패션에 등장할 법한 스터드(금속징)를 잔뜩 박은 오브제 등은 젊은 층의 자기응시 문화와 군대문화가 오버랩돼 감상자의 시선을 붙든다.

갤러리 그리브스에는 작가 6명의 작품이 설치됐다. 일상의 한 장면을 감각적인 색과 이미지로 바꾸어 그 장면들이 시대와 연결되는 방식을 탐구해온 작가 최진욱은 이번에 삼부작 연작을 출품했다. 이번 삼부작 연작 또한 작가가 미디어를 통해 목격해온 풍경을 담은 것들로 2024년 겨울 이후 시민들이 만들어낸 광장과 공권력의 풍경을 작가 작업실과 나란히 놓은 '474. 빛, 어둠, 역사의 여인-삼부작'이 나왔다.
또 임진각 망배단 앞 관람객의 뒷모습 등 DMZ와 동시대를 둘러싼 풍경을 담은 신작 삼부작도 함께 선보인다. 다른 시공간에 있으면서도 저마다 무언가를 응시하는 세 화면을 이으며 작품은 바깥을 향해 선 사람들의 뒷모습에, 그 뒷모습을 마주한 관객의 자리까지 포개며 서로를 비춘다.

이 공간에는 전쟁과 분단의 시간이 개인의 삶에 남긴 흔적을 살핀 작업들도 나왔다. 미국 42개 주를 횡단하며 참전용사들의 삶을 사진으로 기록한 윤수연의 〈홈커밍〉 연작은 잔잔하지만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이번 전시에는 비좁은 주차안내 부스에서 안내원으로 일하는 퇴역군인 조가 한국전쟁 당시 청년병사였던 자신의 낡은 사진을 바라보는 모습을 찍은 '조와 담배'가 출품됐다. 한 화면 안에 놓인 과거 사진과 현재의 인물, 공간과 사물은 서로 다른 두 시간을 연결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서로 다른 시간의 흔적이 중첩된 두개의 풍경을 마주하게 한다.

한국의 젊은 군인 초상으로 분단 체제의 역설을 드러내는 오형근의〈부조리 극〉연작, 일제강점기와 냉전을 겪은 외할머니의 뇌파를 3D 프린팅 백자로 옮긴 정가희의 〈할머니/가보>도 이 코너에서 만날 수 있다.
또 미국 영화·방송 산업과 미군의 관계를 8년간 추적한 로스앤젤레스 기반의 작가 애비게일 라파엘 콜린스의 실험 다큐멘터리 〈블랙아웃〉도 상영된다.

올해의 DMZ 전시를 위해 제작된 신작들도 공개되고 있다. 뉴질랜드 작가 자닌 랜더슨은 소설가 이현, 사운드 아티스트 레이철 시어러와 협업한 영상 〈비무장화하는 이끼〉를 출품했다. 작가는 몇 년에 걸쳐 방문한 강원도 철원의 민통선 안 벙커와 방공호, 초소 등 군사시설을 덮으며 자라난 이끼의 시점으로 전쟁 이후에도 지속되는 생명과 시간을 상상한다.
이예은은 통일촌(백연리) 주민들이 내어준 일상의 물건을 탑처럼 쌓아올려 사진에 담은 <백연리의 사람들>을 평화누리 공원에 설치했다. 이요나는 신호등·가로등 등 이동을 상징하는 사물을 닫힌 스테인리스 구조 안에 배치한 〈대기실〉로 분단으로 단절된 이동의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인 '전시플러스'에서는 경기도 DMZ 일원에 서식하거나 도래하는 멸종위기 야생생물들을 소개하는 《DMZ의 작은 이웃》, 초등학생 아이들과 함께 전시 참여작가 이예은의 작품을 재해석하는 《마음이 모여 터를 잡아요》 등이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선을 열어 삶을 잇다(Open the Line, Connect the Life)'를 주제로 DMZ의 의미와 가치를 확산하는 DMZ OPEN 페스티벌은 10월부터 11월 말까지 파주·고양 등 DMZ 일원에서 펼쳐진다. 《DMZ OPEN 전시: 스테이징》을 비롯해 평화의 메시지를 음악으로 전하는 DMZ OPEN 국제음악제, 생태와 평화를 논의하는 DMZ OPEN 에코피스포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린다.
박현석 경기도 평화협력국장은 "DMZ는 지난 70년간 서로를 겨눈 총칼과 철책의 냉혹함 속에서, 지구상 가장 때 묻지 않은 생태계가 숨을 쉬며 인류 전체의 자산으로 자라났다"며 "분단이 막아선 자리에 문화와 예술, 그리고 연대의 힘을 채우겠다"고 밝혔다.

손배찬 파주시장은 "예술은 보이지 않던 것을 보게 하고, 익숙했던 공간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며 "파주의 역사적 공간인 캠프 그리브스와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펼쳐지는 이번 전시를 통해 DMZ에 새겨진 역사와 생명의 흔적을 돌아보고, 평화와 공존의 가능성을 함께 상상해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캠프그리브스는 사전예약이 필요(월요일 휴관)하며,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는 운영시간 제한 없이 자유관람이 가능하다.
art2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