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2차 국민성장펀드는 10영업일간 5198억원을 모집했다
- 목표액 6000억원의 86.6%에 그쳐 802억원이 남았다
- 증시 하락과 낮은 수익률, 재가입 제한이 흥행을 막았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불장→폭락장 급반전, 1차 수익률 1%대 '학습효과'
은행 창구 먼저 식어…1469억 증권사 재배정에도 역부족
국감 "세금 손실보전 앞세운 가입 독려" 비판
[서울=뉴스핌] 김양섭 기자 = 지난 5월 닷새 만에 6000억원이 동나며 '오픈런'까지 빚었던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국민참여성장펀드)가 넉 달 만에 치러진 2차 판매에서는 목표액을 채우지 못했다. 1차 펀드가 증시 호조에 힘입어 5영업일 만에 완판된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다.
정부 재정이 손실을 먼저 떠안는 구조와 소득공제 등의 세제 혜택은 그대로였다. 달라진 것은 시장이었다. 증시 강세장에서 출시된 1차와 달리 2차는 코스닥 급락과 반도체 피크아웃(정점 통과) 우려가 겹친 하락장에서 팔렸고, 1차 펀드의 수익률이 1%대에 머문다는 '성적표'까지 확인된 뒤였다.
여기에 1차 가입자의 재가입을 막은 판매 설계, 은행 창구의 조기 냉각, 5년 환매 제한이라는 구조적 부담이 한꺼번에 작용했다.

◆ 1차는 첫날 87% 소진, 2차는 마지막 날까지 '총력전'
17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판매를 시작한 2차 국민참여성장펀드는 10영업일 동안 총 5198억원을 모집했다. 목표액 6000억원의 86.6%로, 802억원이 미판매 물량으로 남았다. 1·2차 합산 총 모집액은 약 1조1200억원이다.
판매 속도는 출발부터 달랐다. 1차 펀드는 5월22일 판매 첫날에만 전체 물량의 87%가 소진됐고 5영업일 만에 완판됐다. 가입자는 3만258명, 1인당 평균 가입액은 2000만원 안팎이었다.
반면 2차는 판매 나흘째인 지난 6일까지 3162억원(52.7%)이 팔리는 데 그쳤고, 8영업일째인 13일까지 누적 4525억원(75.4%)으로 속도가 더 떨어졌다. 13일 하루 판매액은 155억원, 14일은 234억원에 불과했다. 판매사들이 막판 총력전에 나서면서 마지막 날 440억원이 팔렸지만 잔여 물량을 소화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판매처별로는 증권사(14개사)에서 3345억원(66%), 은행(10개사)에서 1703억원(34%)이 팔려 증권사 쏠림이 뚜렷했고, 온라인 판매 비중은 83.7%에 달했다. 서민 가입 비중은 26.5%(은행 28.6%·증권사 25.4%)였다.
◆ '불장'서 팔린 1차, '폭락장'서 팔린 2차
1차와 2차를 가른 가장 큰 변수는 증시 환경이다. 1차 펀드가 완판된 직후인 5월30일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코스피 8000 돌파에 대해 "진짜 터닝 포인트이자 전환의 시작"이라고 평가하면서 "2차분을 준비해서 출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첨단산업에 돈을 넣으면 상승장의 과실을 나눌 수 있다는 기대가 흥행을 이끌었다.
2차는 정반대 국면에서 팔렸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높았던 상반기와 달리 증시가 한풀 꺾이고 반도체 업황의 정점 통과 우려까지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소극적으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AI 산업에 대해 사람들이 지나치게 장밋빛으로 낙관했지만 미국 기업들이 아직 실현되지 않은 미래 수익을 예상하고 데이터센터 투자를 과도하게 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고, 전문가들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한다"며 "현재 산업을 이끄는 중심 분야가 위축되다 보니 투자에 좀 더 신중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장은 1차 완판의 배경에 대해 "증시가 워낙 좋았고 개인들에게 여윳돈이 있었던 데다 정부가 코스피가 오른다고 했는데 실제로 그 이상 가버리니 코스닥도 가겠다고 생각해 정부를 믿고 '5년 목돈이 묶여도 할 만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지금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계속 오르자 빌린 돈까지 끌어다 고점에 들어간 개인들이 조정 없이 떨어지는 장에 물려 있어 여윳돈 자체가 없다"며 "하필 이런 국면에 2차 펀드가 나왔으니 다 안 팔린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 1차 펀드 설정 이후 수익률 1%대..."원금 보장은 아니잖아"
1차 펀드의 성적표가 투자 심리를 눌렀다는 점도 무시하기 어렵다. 1차 펀드의 누적 수익률은 지난 6일 기준 1%대 수준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6월 중순 설정 이후 넉 달 가까이 운용한 성과다. 5년 만기 폐쇄형 상품이어서 초기 수익률로 평가하기는 이르다는 반론도 있지만, 기존 상품이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신규 가입자들이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수익률이 저조하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 2차 수요를 식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참여성장펀드는 손실이 나면 정부 재정과 자펀드 운용사 자기자금 등 후순위 자금이 자펀드별로 18.8~23.3%까지 먼저 부담하지만, 이를 넘어서는 손실은 일반 투자자 몫이다. 상승장에서는 '안전판'으로 읽혔던 구조가 하락장에서는 '원금 보장은 아니다'라는 쪽으로 읽히기 시작한 것이다.
최철 교수는 "1차 때는 정부가 강조하기도 했지만 시장에서도 기대가 모이면서 펀드가 잘 팔렸는데, 지금은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 회의론과 투자 실패가 이어지는 장 분위기"라며 "투자 대상이 국내 벤처·중소기업이다 보니 시장 전체가 위축되면 이들 기업의 사업이 부진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증시에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은 유동성이 위축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투자 심리 자체가 영향을 받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인철 소장은 "정부가 손실을 보전해 주는 것은 일부이고 그 이상은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구조인데, 1차 때는 사람들이 그 내용까지 꼼꼼히 보지 않고 들어갔다"며 "과거에도 정부가 손대서 추진한 펀드는 효과가 좋지 않았고 그걸 아는 사람들은 들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초반에 AI 호황이 반도체 기업에 올라타면서 예상치 못하게 분위기가 좋았던 것을 정부가 치적처럼 홍보한 것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 국감서 "뉴딜펀드 수순 밟을 수도"
손실보전 구조는 2차 판매가 한창이던 지난 8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 국정감사에서 집중 공격을 받았다.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위가 손실이 나면 세금으로 떠안는 안전장치를 내세워 가입을 독려했다"며 투자 위험을 알리고 투자자를 보호해야 할 금융당국이 "안전하니까, 세금으로 다 메꿔 주니까 하라고 광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원금 보장 상품이 아닌 국민참여형 펀드를 홍보하면서 조기 완판과 재정의 손실 부담 장치를 앞세웠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이 구조가 문재인 정부 시절 뉴딜펀드와 '사실상 같은 구조'라고 지적했다. 뉴딜펀드는 만기가 돼 청산된 자펀드 17개 가운데 8개가 손실을 냈고 손실 일부를 정부 재정으로 메웠다. 박 의원은 국민참여형 성장펀드도 "비슷한 수순으로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위원장은 "국민성장펀드는 정무위에서 여야 위원님들께서 공동발의하고 합의해 줘서 첨단전략산업기금을 만든 것"이라며 "민간자금만으로는 잘 안 움직이니까 정부가 마중물이 돼서 민간자금을 같이 끌어와 미래를 준비해 달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은 같은 날 업무보고에서 국민성장펀드 규모를 150조원에서 200조원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1차 때는 '정부가 뒤를 받쳐준다'는 메시지가 수요를 끌어냈지만, 2차 판매 기간에는 그 구조가 원금 보장이 아니라는 점이 저조한 수익률과 국감 공방을 통해 거듭 부각됐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 1차 가입자 3만명 재가입 불가…'새 손님'만으로 6000억 채워야 완판 가능
판매 설계 자체도 수요를 줄였다. 금융위는 1차 펀드 가입 이력이 있으면 2차에 가입할 수 없도록 했다. 1차 가입자 3만258명은 평균 2000만원을 넣은 가장 적극적인 수요층이었다. 이들이 1차 6000억원을 모두 채웠다는 점을 감안하면 2차는 핵심 수요층을 빼고 신규 투자자만으로 같은 금액을 다시 채워야 하는 구조였던 셈이다.
이는 금융위가 의도한 설계이기도 하다. 금융위는 판매 기간 중인 지난 15일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2차 펀드는 1차에 가입하고 싶었으나 가입하지 못한 국민을 위해 추가로 마련한 것이며, 1차 가입자의 가입을 제한하고 서민 우선 배정 비중을 대폭 확대한 것은 단순히 흥행(오픈런 등)을 목적으로 설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차 가입자는 5년간 3조원의 국민참여성장펀드 조성계획에 따라 내년에 추가 가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형평성 측면에서 설득력 있는 설계였더라도 하락장에서 신규 수요층을 발굴하기는 쉽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초기 판매 제한도 속도를 늦췄다. 금융위는 첫 5영업일 동안 모집액의 50%인 3000억원을 서민(총급여 5000만원 이하 또는 종합소득금액 3800만원 이하) 전용분으로 배정했다. 1차 때 20%에서 크게 늘린 것이다. 서민 몫으로 묶인 물량은 첫 주 내내 일반 투자자가 살 수 없는 상태로 남았고, 지난 8일부터 모든 국민이 가입할 수 있게 제한이 풀린 뒤에도 판매 속도는 살아나지 않았다. 병목이 풀린 뒤에도 남은 수요 자체가 크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난 대목이다.
◆ 은행 창구 먼저 식었다…1469억 증권사로 돌려도 '미달'
판매 부진은 은행 창구에서 먼저 나타났다. 당초 전체 모집액 가운데 은행에 3390억원, 증권사에 2610억원이 배정됐으나 은행 판매가 기대에 못 미치자 지난 7일 약 890억원과 12일 약 579억원 등 총 1469억원이 증권사로 넘어갔다. 은행 배정액의 43%가 증권사로 이동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안정 지향적인 은행 고객들이 원금 보장이 없는 고위험 상품에서 먼저 발을 뺀 것으로 풀이된다.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에서는 당초 배정 물량이 조기에 소진됐다.
다만 물량을 넘겨받은 증권사도 늘어난 몫을 다 소화하지는 못했다. 재배정 후 배정액과 최종 판매액을 단순 비교하면 증권사는 4079억원 가운데 3345억원(82%), 은행은 1921억원 가운데 1703억원(88.7%)을 파는 데 머물렀다.
금융위는 "24개 판매사 간 배정물량 조정은 판매사별 역량과 전체 판매 상황을 고려하고 잠재 투자자들을 배려한 조치이며, 3개 공모펀드 운용사(미래에셋·삼성·KB자산운용)가 각각 관리하는 판매사 간 사전 배정분을 재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금융위 "1차와 수평 비교 부적절"
금융위는 2차 펀드의 판매율과 판매 속도를 1차와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1차 가입자 재가입 제한, 서민 우선배정 확대 등 모집 조건이 달랐던 데다 환매가 제한되는 고위험 투자상품인 만큼 오픈런 같은 과열 판매가 바람직한 것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금융위는 1·2차를 합해 1조원 이상 모인 국민 자금이 정책 취지대로 운용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함께 운용 상황을 꼼꼼히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2차 펀드는 모집된 5198억원을 바탕으로 16일 모펀드 3개를 설정한 뒤 19일부터 10개 자펀드를 통해 예정대로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