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미국 중간선거 한 달 앞두고 중동·동유럽 에너지 불안이 커졌다.
- 후티는 사우디 공항과 아람코를 공격했고 미국은 개입 검토에 나섰다.
- 트럼프는 러·우 에너지 휴전과 경유 합의를 밀었으나 반발이 거셌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오는 11월 3일(현지시간) 미국 중간선거가 불과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중동과 동유럽의 에너지 인프라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유조선 공격, 예멘의 친(親)이란 반군 후티의 사우디아라비아 공항 타격, 그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선의 불안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혼란이 극에 달하는 모양새다.

◆ 후티 사태 악화에 이란 지렛대 강화?…이란-사우디 외무 해법 모색
후티 반군은 연일 사우디아라비아 공항을 타격하고 있다. 11일 사우디 주도 연합군에 따르면 이날 정체불명의 발사체가 킹칼리드 국제공항 제4터미널에 떨어져 화재가 발생했다. 사우디 민간항공청(GACA)은 이번 사건으로 파키스탄 국적자 1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 밖에 수도 리야드 중심부와 북부 도심에서도 폭발음이 감지됐으며, 이날 새벽에는 동부 담맘의 킹파드 국제공항에도 발사체가 떨어져 운항이 중단됐다.
전날에도 킹칼리드 공항에 공격이 발생해 사우디 국적자 4명과 방글라데시 국적자 2명을 비롯해 미국, 이집트, 요르단, 인도 등 총 13명이 숨지고 300여 명이 다쳤다. 이는 최근 10여 년간 사우디 내에서 발생한 공격 중 가장 치명적인 인명 피해다. 공격 배후를 자처한 후티 반군은 최근 성명을 통해 "이슬람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 공항을 제외한 사우디 전역의 공항이 타격 대상"이라고 경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사우디의 국영 에너지 회사 아람코에 대한 위협도 반복되고 있다. 현지시간 11일 후티반군은 "아람코의 타나지브 정유시설과 아람코의 가스 시설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역시 후티 반군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 개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밖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사우디의 후티 대응 공격을 지원할 것인지 묻는 말에 "그럴 수도 있다. 검토 중"이라며 "최근 공격에 대해 알게 된 만큼 신속하게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 정부 당국자들 또한 미 측에 "긴급 방위 지원"을 요청하며 예멘 내 후티 반군에 대응하기 위해 조속히 개입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미국의 중동 전쟁이 2개 전선으로 확대될 위험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후티의 공습으로 사우디 본토 안보가 위협받는 가운데, 이란은 이를 대미 외교의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무장관은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 긴급 전화 통화를 했다. 사우디 국영 통신 SPA에 따르면 두 사람은 최근 격화한 중동 지역 충돌 사태와 긴장 완화를 위한 노력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통화 후 자신의 텔레그램 계정을 통해 "이란 정부는 사우디와 예멘 간의 대화를 촉진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히며 스스로 외교적 중재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이란의 중재를 통한 3자(사우디-이란-후티) 회동이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 미-이란 유조선 및 상선 공격 지속…호르무즈 봉쇄 공방
해상 수송로를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대립도 가열되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전날(10일) 오만만에서 이란 항구 해상 봉쇄망을 돌파하려던 파나마 선적 화물선 '오션 몰리카(Ocean Molica)'(또는 아리카 선[Arika Sun])호의 뱃머리를 미군 전투기 정밀 타격으로 무력화했다고 밝혔다. 미군이 이란 인근 해상에서 직접 타격에 나선 것은 한 달여 만에 처음이다.
이에 맞서 같은 날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도 호르무즈 해협 통제를 대폭 강화하고 나섰다. 세파 뉴스에 따르면 혁명수비대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끄고 해협 내 미허가 항로로 운항하던 초대형 유조선이 기뢰에 부딪혀 대규모 폭발을 일으켰다고 밝혔다. 혁명수비대는 이어 이란의 사전 허가를 받지 않고 위험 항로를 통과하려는 모든 선박은 같은 운명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틀 전인 9일에는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 남쪽에서 마찬가지로 사전 허가를 받지 않고 "불법 항로"로 항해하던 대형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NV 선샤인(Sunshine)'호를 공격했다. 혁명수비대는 유조선의 엔진실과 추진 시스템에 화재가 발생했다고만 밝혔을 뿐, 사상 피해 여부는 알리지 않았다.
혁명수비대 해군은 이러한 사건들과 해당 지역의 해상 긴장 고조에 대한 책임은 미군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위반 선박에 대한 조치는 더 이상 호르무즈 해협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며, 허가되지 않은 항로를 횡단하는 모든 선박은 "처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트럼프 "러·우 휴전 선언"에 당사자 어리둥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에너지 휴전이 이뤄졌다고 발표했다. 양측 모두 서로의 에너지 시설에는 공격하지 않기로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소식이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어리둥절해하는 모습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 매체 악시오스에 "처음 듣는 내용"이라며 "하지만 현실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 러시아가 공격을 멈춘다면 우크라이나도 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오늘도 하루 종일 우크라이나 상공은 러시아 드론으로 가득했고, 활공 폭탄 공격과 에너지 시설 타격이 이어졌다. 저녁에는 하르키우 발전소가 피격됐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러시아 크렘린궁 역시 해당 에너지 휴전 합의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불과 수주 앞두고 성과를 내기 위해 '졸속' 합의를 기획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 국방부 및 백악관 당국자들이 지난 주말 유럽 주요국과 우크라이나 측에 직접 전화를 걸어 정유소를 비롯한 러시아 에너지 시설 공격을 중단하라고 강력히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미 측의 경고에는 우크라이나와의 군사 정보 공유를 중단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통해 미국산 무기를 구매·제공하는 '우크라이나 우선 지원목록(PURL)' 프로그램을 중단하겠다는 위협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중간선거 표심을 고려해 우크라이나에는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 중단을 강하게 압박하는 한편, 성급하게 '에너지 휴전' 성과를 발표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 트럼프 푸틴과 경유 공급 협상에 공화당도 반발
중간선거를 앞두고 사상 최고치로 치솟은 경윳값을 잡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이 급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러시아산 경유를 대량 공급받기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합의했다며, 러시아산 경유의 미국 수입을 허용하는 한시적 대러 제재 유예 조치를 발표했다.
이를 두고 주요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푸틴의 전쟁 자금을 대주는 거냐"는 비난이 거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설을 통해 "트럼프의 경유 합의는 고(故)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에 대한 모욕"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지난 7월 사망한 그레이엄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자 상원 4선을 지낸 공화당 중진으로, 대표적인 대러 강경파였다. 그의 뜻을 기려 지난달 제정된 '린지 그레이엄 러시아 및 이란 제재법'은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를 대량 구매하는 국가에 최대 100%의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강력한 대러 제재 조치를 담고 있는데, 트럼프 자신이 서명해 제정한 법을 역행한다는 비판이다.
이에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러시아와의 경유 합의는) 미국인들에게 좋은 일이며 경유 가격을 낮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공화당 내 반발도 거세다. 이날 공화당 소속 4명과 민주당 소속 3명의 상원의원은 공동 성명을 내고 "미 의회는 푸틴의 잔혹한 우크라이나 침공에 자금이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2022년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법으로 명시해 금지했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대러 경유 공급 합의를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행정부가 법에 명시된 의회 협의나 설명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계속 살해하는 동안 미국이 푸틴에게 자금줄을 대줘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미국 중간선거라는 거대 정치 이벤트를 불과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고물가 표심을 잡아두려는 미국 행정부의 조급한 대내외 대응과 중동·동유럽 전선의 연쇄적인 군사적 충돌이 맞물리면서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을 둘러싼 혼란은 한동안 수습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wonjc6@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