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97그룹' 전대 출마 저울질
[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둔 더불어민주당에서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의 출마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잇딴 선거 패배를 계기로 재점화한 '86 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 용퇴론과 맞물려, 다음 세대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세대교체론에 힘이 실리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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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깃발을 든 건 1971년생 강병원 의원(재선)이다. 강 의원은 지난 14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차기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묻는 질문에 "역사적 사명이 맡겨진다면 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답했다.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기성 정치그룹으론 혁신에 한계가 있다는 게 강 의원 주장이다. 그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부어야 된다는 말이 있지 않나"라며 "새로운 젊은 세대들이 등장해 당을 바꿔보겠다고 이야기한다면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파급력도 확 다를 것"이라고 했다.
다른 97그룹 의원들도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은 분위기다. 강훈식·박용진·박주민·전재수 의원이 주요 주자로 거론된다.
물망에 오른 한 재선 의원은 기자와 한 통화에서 "전당대회 출마를 권유하는 분들이 많다. 코너에 몰리고 있어 피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했다. 97그룹인 또 다른 재선 의원 역시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묻는 기자 질문에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답했다. 그는 "서울 강병원, 충청 강훈식 등 권역별로 젊은 정치인들이 나서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세대교체론이 급부상한 배경에는 극심한 계파 갈등도 자리하고 있다. 선거 패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도 계파 간 책임 공방이 계속되는 상황. 계파 싸움이란 선거 패배 후유증에서 벗어나고, 당을 새로운 가치로 재무장하기 위해서라도 차세대 주자들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
비이재명계로 분류되는 한 초선 의원은 "특정 세대를 배제하거나 새로운 세대를 중심으로 인위적인 물갈이를 단행하자는 주장엔 동의하기 어렵다"면서도 "새로운 사람들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계파색이 옅은 젊은 정치인들이 중심이 돼서 당이 변화해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86그룹 의원 역시 "당내 세력이 재편돼야 한다는 흐름은 이미 형성돼 있다"며 "97그룹이 나서지 않더라도 친문재인·친이재명계가 아닌 다소 중립적인 인사들이 차기 전당대회에 나섰으면 한다"고 했다.
세대교체론에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그간 정치권 역사에서 86 용퇴론과 세대교체론이 반복적으로 점화됐지만, 매번 이렇다 할 결과로 이어지지 못한 경험 탓이다.
86 운동권인 한 3선 의원은 "86용퇴론과 세대교체론이 매번 힘을 얻지 못한 근본적인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묻고 싶다"며 "국민들이 바라는 혁신은 단순한 물갈이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국민들이 진정 바랐다면 세대교체는 진작에 이뤄졌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당내 일부가 세대교체론 깃발을 들고 목소리를 높인다고 될 일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주류 그룹의 '백의종군' 없이 세대교체가 실제 힘을 받기 어려운 점도 있다. 앞서 이광재 전 의원은 차기 당대표 물망에 오른 이재명·전해철·홍영표 의원 불출마를 요구했지만, 적극 호응한 이는 한 명도 없다. 이 의원은 침묵을 이어가고 있고, 전 의원과 홍 의원은 '동반 용퇴' 가능성 정도만 열어놓은 상태다. 또 다른 유력후보로 거론되는 이인영 의원 역시 세대보다 가치 교체에 집중해야 한다는 취지로 페이스북 글을 적은 바 있다. 결국 86그룹이 전당대회 레이스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97그룹의 세대교체론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기자와 한 통화에서 "이재명 의원이 전당대회에 출마한다면 결과는 정해져있는 것 아니겠냐"며 "전당대회 결과가 눈에 뻔한 데 내부에서 주도하는 세대교체론이 얼마만큼 의미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진 모르겠다"고 했다.
choj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