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4인 이하 사업장 확대 적용"…고용부 "중장기 검토"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직장 내 괴롭힘 처벌 규정을 만들라고 권고했지만 고용노동부(고용부)는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인권위에 따르면 고용부는 인권위가 지난해 7월 2일 직장 내 괴롭힘 예방과 피해 노동자 보호를 위해 권고한 ▲행위자 처벌 규정 도입 ▲4명 이하 사업장 확대 적용 ▲제3자 괴롭힘으로부터 노동자 보호 ▲예방교육 의무화 중 일부에 대해서만 수용한다고 회신했다.
특히 고용부는 행위자 처벌 규정 마련에 난색을 표했다. 직장 내 괴롭힘 범위가 법으로 정해지고 범죄라고 못 박히지 않는 이상 처벌 규정 마련은 어렵다는 이유다. 법률이 없으면 범죄도 없고 형벌도 없다는 죄형법정주의를 위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지위·관계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신체·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직장 내 괴롭힘을 해서는 안 된다는 선언적 내용만 담겨 있다.
인권위는 고용부 설명을 반박하며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은 노동관계법 실효성 확보를 위해 적절한 처벌 등 제재 규정을 마련하도록 한다"며 "행위자에 대한 처벌 규정 등 적절한 제재 규정이 없는 규범은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부는 4명 이하 사업장 확대 적용에 대해서도 연구용역을 거쳐 중장기적으로 검토해보겠다며 후순위 과제로 미뤘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상시 근로자가 5명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된다. 4인 이하 사업장에는 직장 내 괴롭지 금지가 적용되는 않는 것.
인권위는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가·피해자 간 접촉이 빈번해 괴롭힘 문제는 더 심각한 상황"이라며 "재정적 지출을 요하는 것도 아니어서 중장기 과제로 미루기엔 적절치 않다"고 꼬집었다.
아파트 경비원 갑질 등 제3자에 의한 괴롭힘 보호와 관련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 고객 폭언으로부터 모든 근로자를 보호한다고 고용부는 답했다.
이에 대해서도 인권위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를 '고객'으로 한정하면 원청업체 관계자나 회사 대표 가족·친인척 등 제3자에 의한 사례를 보호할 수 없어서다. 인권위는 "행위자 범위를 '고객'에서 '누구든지'로 개정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직장 내 괴롭힘 예방 교육 의무화와 관련해 고용부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안전보건 교육에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내용을 포함시켰다고 답하며 인권위 권고를 수용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고용부가 인권위 권고 중 일부를 수용해 향후 정책 결정 및 집행에 반영한다는 입장은 바람직하다"면서도 "직장 내 괴롭힘은 사회 전반에 만연해 법제도의 한계가 지적된다"고 했다. 이어 "정부의 현행 법제의 한계 개선을 위한 진전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c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