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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주의 수선전도] '역사의 변곡점' 지켜본 잿골 '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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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유정난 때 흘린 피를 덮기 위해 재를 뿌려 이름지어져
풍파 지켜본 600살 넘는 백송만이 오롯이 역사 기억

[편집자] 수선전도(首善全圖)는 조선의 수도 한양을 목판본으로 인쇄한 지도입니다. 대동여지도를 제작한 고산자(古山子) 김정호가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쪽 도봉산부터 남쪽 한강에 이르기까지 당시 서울의 주요 도로와 동네, 궁궐 등 460여개의 지명을 세밀하게 묘사했습니다. 수선전도에 있는 지명들은 지금도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오승주의 수선전도'는 이 지도에 나온 동네의 발자취를 따라 지명과 동네에 담긴 역사성과 지리적 의미, 옛사람들의 삶과 숨결 등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오늘 숨가쁜 삶을 사는 우리 자신을 되돌아볼 계획입니다.

[서울=뉴스핌] 오승주 기자 = 1453년 음력 10월10일(단종1년). 세종의 둘째 아들 수양대군이 친히 순졸 수백명을 거느려 남문 밖 가회방(嘉會坊) 동구(洞口·동네 입구) 돌다리 가에 주둔했다.

서쪽으로는 영응대군 집서쪽 동구에 이르고 동쪽으로 서운관 고개에 이르기까지 좌우익을 나눠 사람의 출입을 절제했다. 또 돌다리로부터 남문까지 마병·보병으로 문을 네 겹으로 만들고, 역사(力士) 함귀·박막동·수산·막동 등으로 제3문을 지키게 했다.

수양대군이 영을 내렸다. "이 안이 심히 좁으니, 여러 재상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겸종(따르는 종)을 제거하고 혼자 들어오도록 하라."

조극관·황보인·이양이 제3문에 들어오니, 함귀 등이 철퇴로 때려 죽였다. 사람을 보내어 윤처공·이명민·조번·원구 등을 죽였다. 삼군진무 최사기를 보내 김연을 그 집에서 살해했다. 삼군진무 서조를 보내 민신을 비석소에서 베고, 최사기와 의금부도사 신선경을 보내 군사 100명을 거느리고 용(안평대군)을 성녕대군 집에서 잡아 압송해 강화도에 뒀다.(단종실록 8권 계사 1번째 기사)

궁궐 인근에 길을 막았다. 개미 한 마리 빠져 나가지 못하게 4중막을 쳤다. 대신들은 '죽음의 인의 장막'을 거쳐야 했다. 2번째 문까지 얼굴을 확인했다. 맞으면 3번째 '헬게이트'에서 장사들이 철퇴로 때려 죽였다.

◆피의 군주가 벌인 한밤의 살육

계유정난(癸酉靖難). 계유년(1453년·단종 1년)에 수양대군이 왕위찬탈을 위해 일으킨 쿠데타다. 정난의 사전적 의미는 '나라가 처한 병란이나 위태로운 재난을 평정한다'는 뜻이다. 곧바로 왕위에 오르면 반정(反正)이다. 하지만 수양대군은 김종서·황보인 등 신하들이 어린 왕을 대신해 정치를 좌지우지한 국정농단을 바로잡는다는 명분으로 반란을 일으켰다. 2년 뒤 마지못한 척 왕위를 물려 받았다. 그래서 반정이 아닌 정난인 것이다.

당시 단종의 나이는 만12세. 요즘으로 치면 초등학교 6학년생이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밤에 신하들이 철퇴를 맞고 내뱉는 비명소리를 끊임없이 들어야 했다. 지옥이 따로 없었을 것이다.

[서울=뉴스핌] 오승주 기자 = 현재 서울 재동의 모습. 재동의 간판인 헌법재판소를 왼쪽에 두고 차로가 곧게 뻗어 있다. 2020.07.02 fair77@newspim.com

수양대군이 진을 친 가회방 동구 돌다리 근처는 '재동' 부근이다. 이 일대에서 수양대군은 한밤의 살육을 벌였다. 신하들은 수양대군이 부른다고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에서는 정승들을 왕이 부른 것처럼 수양대군이 내시에게 협박해 단종의 허락을 받아오라는 장면이 나온다.

'(수양대군이) 환관 전균을 불러 말하기를 황보인·김종서 등이 안평대군의 중한 뇌물을 받고 전하께서 어린 것을 경멸히 여기어 널리 당원을 심어 놓고, 번진과 교통하여 종사를 위태롭게 하기를 꾀하여 화가 조석에 있어 형세가 궁하고 일이 급박한데 또 적당(賊黨)이 곁에 있으므로, 지금 부득이하여 예전 사람의 선발후문(先發後聞·선조치 후보고) 일을 본받아 이미 김종서 부자를 잡아 죽였으나, 황보인 등이 아직도 있으므로 지금 처단하기를 청하는 것이다. 너는 속히 들어가 아뢰어라.'

겁에 질린 만 12살 어린 왕이 허락했다. 왕이 불러 이동한 황보인 등 정승들은 겹겹이 쳐진 인의 장막을 보고 삶이 기로에 섰음을 예감했을 것이다. 승기를 잡은 수양대군은 어린 조카 단종을 갖고 논다. 왕에게 '역적처단'을 명분으로 살육전에 참가한 군사들에게 술과 음식을 내려줄 것도 청했다.

'노산군(단종)이 환관 엄자치에게 명하여 내온(內醞·궁중술) ·내수(內羞·궁중음식)로 세조 이하 여러 재상을 먹였다.' 

◆피비린내 지우려 뿌린 재

길바닥은 피로 흥건했다. 한밤에 불려 나온 정승과 시종들까지 땅에 피를 뿌렸다. 굳어가는 피비린내는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역겹다. '재동'이라는 이름은 이렇게 시작된다.

조선시대 재동과 윗골 가회동은 정승을 비롯한 세도를 누리는 양반들이 살던 동네다.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위치해 왕이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갈 수 있는 지리적인 이점 등으로 왕족과 고관대작이 많이 거주하던 지역이다.

종로문화원에 따르면 재동은 잿골을 한자로 옮긴 데서 유래된다. 잿골이라는 지명의 유래는 세조(수양대군)의 계유정난에서 비롯된다. 참살 당시 흘린 피가 내를 이루고 피비린내가 진동해 사람들이 집안에 있는 초목회(草木灰) 즉, 재를 모두 가지고 나와 피를 덮었다. 동네는 온통 회(灰·재)로 덮였다. 이후 이곳을 잿골, 회동으로 불렀다. 세월이 흐르면서 한글의 '재'를 한자에 맞춰 재동(齋洞)으로 바꿨다.

수선전도(갑자완산중간본·1864년 전주본)에서는 회동(灰洞)으로 나타나 있다. 당시 사람들은 회동이라고 쓰고, 잿골이나 재동으로 불렀을 것이다.

[서울=뉴스핌] 오승주 기자 = 수선전도에 나타난 서울 재동의 모습. 지도에는 재를 뜻하는 한자인 회(灰)를 사용해 회동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재동 또는 잿골로 불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2020.07.02 fair77@newspim.com

잿골이 한자식 이름과 한글식 발음이 일치하는 재동(齋洞)이라는 이름을 얻은 것은 정조 12년 10월의 일이다. 조선왕조실록 정조실록 26권 10월16일 기사에는 동명의 이름을 다시 정하는 문제가 논의된다. 요즘으로 치면 행정구역 개편이다.

'동부의 인창방·숭신방 두 계는 방의 이름을 그대로 계의 이름으로 사용하고, 창선방에는 계의 이름이 없으니 창선방 1계·2계로 정해 시행하겠습니다. 어의동계가 전에는 건덕방에 속했었는데, 경모궁방으로 방의 이름을 품정한 뒤로 아직까지 소속된 곳이 없으니 종전대로 건덕방에 소속시키는 것으로 정해서 시행하겠습니다. 북부의 광화방·양덕방·가회방·관광방·진장방에는 계의 이름이 없으니 본동(本洞)의 속명대로 광화방 원동계, 양덕방 계생동계, 가회방 재동계, 관광방 부계, 진장방 삼청동계로 시행하는 것이 좋겠습니다고 하니 (왕이) 가하다고 하였다. 각부에 계만 있고 방이 없거나 방만 있고 계가 없는 곳이 있었으므로 비로소 그 이름을 정한 것이다.'

◆내가 왕이 될 상인가?

피바람을 일으키면서까지 왕이 되고자 했던 수양대군은 뜻을 이룬다. 조선 7대 임금 세조다. 2013년 개봉한 영화 '관상'에서는 기억에 남을 대사가 나온다.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수양대군(이정재 역)이 관상가 내경(송강호)에게 묻는 말이다. 영화에서 내경은 수양대군을 일컬어 '날카롭고 참혹한 이리의 상'으로 묘사한다. 조카의 왕위를 빼앗기 위해 수십명을 죽이며 피비린내를 지우기 위해 재를 뿌렸다고 동네 이름까지 새롭게 만든 세조는 사람들의 머릿 속에 '참혹한 이리의 상'과 충분히 부합했다.

[서울=뉴스핌] 오승주 기자 = 문화재청이 2018년 공개한 세조어진초본. 2020.07.02 fair77@newspim.com

2018년 반전이 일어났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이 개최한 '세조테마전시'에서 '세조어진초본'이 최초 공개되면서 현대인들의 허를 찔렀다.

전시에 공개된 세조어진초본은 2016년 문화재청이 구입한 것이다. 일제강점기인 1935년 이왕직(李王職·망국의 조선황실)의 의뢰로 화가 김은호가 1735년의 세조 어진 모사본을 다시 옮겨 그린 초본이다.

역대 왕들의 어진(임금의 초상화)은 궁궐 내 선원전 등에 모셔뒀다 종묘에서 제사가 열릴 때 이동시켜 건다. 조선 국왕들의 어진은 6.25전쟁 당시 피난길에 올라 부산국악원 창고로 옮겨 보관됐다. 그러나 1954년 12월 부산 용두산 화재로 소실됐다. 1만원권에 나오는 세종대왕 모습도 가상의 인물도다. 김기창 화백이 상상력을 동원해 그린 가상 어진이다.

그나마 남은 어진은 태조와 영조, 철종 등 손에 꼽을 정도다. 문화재청은 당시 공개한 세조어진초본에 대해 "세조의 모습을 알려주는 유일한 자료로 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임금의 용안을 묘사한 어진은 함부로 그리지 못한다. 궁중 최고의 화가들이 수염 한올까지 정성을 다해 그린다. 잘못 그렸다가는 목숨을 이어가지 못하는 게 기본이다.

공개된 세조의 얼굴은 '날카롭고 참혹한 이리의 상'과는 거리가 있다. 얼굴은 각진 곳 없이 둥글다. 눈과 코, 입도 전체적으로 균형이 잘 잡혀 있다. 전체적인 인상은 마음씨 넉넉한 착한 품성이 엿보인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묘사되는 독하고 강한 느낌의 세조와는 전혀 딴판이다.

주변 지인 10명에게 그림을 주면서 관상 아닌 인상을 평가해 달라고 부탁해 봤다. 전문 관상가가 보는 시야보다는 일반인들이 느끼는 첫인상을 듣고 싶었다. 10명 가운데 8명은 '선하다. 착할 것 같다'는 인상평을 내놨다. 사진 속 인물이 '세조'라고 말하자 '이런 사람이 그렇게 독한 짓을 했을까'라는 반응이 돌아 왔다.

2명만이 다른 의견을 냈다. 한 명은 "전체적으로는 선하지만 그림일지라도 눈빛이 매섭고 무섭다"는 평을 했다. 다른 한 명은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고집이 세보이고 속에 품은 것이 많을 것 같다"며 "보스 기질이 넘쳐날 듯 보여 잘되면 카리스마 넘치는 조직의 최고 수장, 하다못해 조직폭력단의 우두머리는 할 인상"이라고 평가했다.

◆백송은 재동을 지켜본다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2번 출구로 나와 맞이한 재동은 한산했다. 신종코로나감염증(코로나19) 이전에는 북촌으로 가는 초입길이라 그런지 중국인과 일본인 등 해외여행객으로 북적대던 곳이다. 하지만 평일 낮 재동은 한산함을 넘어 적막감마저 느껴진다.

북촌 한옥길로 방향을 튼 뒤 북악산 동편 자락에서 시원하게 뻗어내린 길을 150여m쯤 걸어 올라갔다. 현시대에서 재동의 대명사로 꼽히는 헌법재판소가 보인다.

재동은 조선왕조의 흐름을 바꿔버린 세조의 계유정난 이후 564년만에 다시 한국사의 변곡점을 맞이 했다.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울린 "대통령 박근혜를 탄핵한다"라는 이 11글자로 한국사에는 또다른 변화가 찾아왔다.

[서울=뉴스핌] 오승주 기자 = 헌법재판소 뒤뜰에 서 있는 600년 이상 수령으로 추정되는 백송 2020.07.02 fair77@newspim.com

헌법재판소 정문으로 들어갔다. 오른쪽으로 건물을 끼고 돌았다. 흰 옷을 입은 백송(하얀 소나무)이 쇠기둥에 몸을 받치고 두 갈래로 뻗어 있다. 나이는 600살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천연기념물 8호다. 높이 17m·밑부분 둘레 3.82m, 줄기는 밑부분애서 75cm 정도의 높이에서 2개로 갈라져 자란다. 중국 베이징 부근이 원산지로 조선초기 사신들이 왕래하면서 가져다 심은 것으로 얄려져 있다.

600년 나이의 백송은 비록 몸은 쇠기둥에 의존했지만 당당한 위풍은 잃지 않았다. 560여년 전 밤에 벌어진 일을 생생히 지켜본 노백송(老白松)은 조선의 흥망성쇠와 대한민국의 탄생과 발전 등 풍파를 묵묵히 지켜봤을 것이다.

앞으로 재동에서는 또 어떤 역사가 파란만장하게 이어져 나갈까. 말없이 서 있는 늙은 백송의 대답이 듣고 싶었다. 

fair77@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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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지지율 35.2% 2주연속 하락…국힘 41% 민주 35% [서울=뉴스핌] 박찬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가 2주 연속 하락해 35.2%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가 12일 발표됐다. 리얼미터가 아시아경제 의뢰로 지난 6∼8일 전국 18세 이상 15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지난주보다 2.2%포인트(p) 내린 35.2%였다. 부정평가는 61.4%로 전주 대비 1.6%p 올랐다. '잘 모름'은 3.4%였다. 리얼미터는 "조희대 대법원장과의 사법부 독립성 논란과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에 따른 여야 안보 공방, 수도권 전월세·아파트값 상승세 등 인사·안보·부동산 악재가 국정감사 이슈로 집중되면서 지지율 하락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6일 청와대 본관에서 43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6.10.06 [사진=청와대] 이 대통령 지지율을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각각 3.1%p, 2.1%p 오른 20대(27.3%)와 30대(31.3%)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하락세가 나타났다. 지난 7∼8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은 35.7%, 국민의힘은 41.3%를 각각 기록했다. 민주당은 지난 조사 대비 7.0%p 떨어졌고, 국민의힘은 2.9%p 오르면서 지지율이 역전됐다. 다만 양당 간 격차는 5.8%p로 여전히 오차범위(±3.1%p) 내다. 리얼미터는 민주당 지지율에 대해 "조 대법원장의 법사위 충돌 및 탄핵 추진 논란, 수사권 개편을 둘러싼 조국혁신당과의 갈등, 수도권 부동산 전월세 불안 등 악재가 겹치면서 진보층과 40대를 중심으로 지지층이 이탈해 상당 폭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리얼미터는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국정감사 초반 DMZ 지뢰 폭발 사태 등 안보 이슈와 조 대법원장 증언 채택 및 탄핵 공방 등을 통해 대여 공세를 강화한 데다 농지 전수조사·대미투자 등 정부 정책 논란까지 겹치면서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 여론의 반사이익을 얻어 지지율이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조국혁신당은 지난주보다 1.1%p 오른 6.3%를 기록했다. 개혁신당은 2.8%, 진보당은 1.2%다. 기타 정당은 1.8%, 무당층은 11.0%로 조사됐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 조사의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p, 응답률은 2.8%였다. 정당 지지도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2.6%였다. 두 조사 모두 무선 100%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pcjay@newspim.com 2026-10-12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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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취임 6년, 로봇 상용화 눈앞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오는 14일 취임 6주년을 맞는 가운데 미래 성장동력으로 추진해 온 로봇 사업이 상용화를 향한 시험대에 올랐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 미국 자동차 공장에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를 투입하고 연간 3만대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자동차 제조를 넘어 로봇과 인공지능(AI)을 결합한 피지컬 AI 기업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관건은 수익성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2021년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이후 지난해까지 약 1조7000억원의 누적 손실을 기록했다. 로봇 상용화 기대에 기업가치가 높아지고 있지만 실제 투자금 회수와 자동차 생산성 개선으로 이어지는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특히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지분이 정 회장 개인과 현대차·기아 등 여러 주체에 나뉘어 있어 로봇 사업의 성장과 현대차 주주가 얻는 경제적 이익을 구분해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포그래픽=챗GPT] 2026.10.12  ◆ 그룹의 로봇 가치, 현대차 주주 몫과는 다르다 1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로봇 전략은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중심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정 회장 취임 직후인 2020년 12월 인수를 결정한 뒤 2021년 6월 지배지분 80% 인수를 마무리했다. 당시 정 회장도 개인 자금을 투입해 지분 20%를 확보했다. 이후 추가 출자 등을 거치며 지분 구조가 달라졌다. 지난 7월 잔여 지분 인수 추진 당시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은 HMG글로벌 56.4%, 정 회장 22.6%, 현대글로비스 11.25%, 소프트뱅크 9.65%로 보도됐다. HMG글로벌은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가 참여한 투자법인이다. HMG글로벌 지분은 현대차 49.5%, 기아 30.5%, 현대모비스 20%로 구성됐다. 이를 적용하면 당시 현대차의 HMG글로벌 경유 보스턴다이내믹스 간접 지분은 약 27.9%다. HMG글로벌이 보유한 지분 56.4%에 현대차의 출자 비율 49.5%를 곱한 수치다. 소프트뱅크 잔여 지분을 기존 보유 비율에 따라 배분하면 HMG글로벌 62.5%, 정 회장 25%, 현대글로비스 12.5%로 조정되는 구조다. 이 경우 현대차의 HMG글로벌 경유 간접 지분은 약 30.9%로 높아진다.  그룹이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을 모두 확보하더라도 로봇 사업의 성과를 현대차가 독차지하는 것은 아니다. 정 회장과 기아·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도 투자한 만큼 성과는 여러 주주에게 나뉜다. 현대차 주주에게 중요한 것은 '그룹의 로봇 기업'이라는 간판보다 현대차가 투입한 돈에 비해 얼마의 수익을 거둘 수 있느냐다. ◆ 로봇 팔아 버는 돈과 공장에서 아끼는 돈 현대차가 로봇 사업에서 기대하는 효과는 크게 두 가지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외부 판매를 늘려 투자 가치를 높이는 것과 자동차 공장에 로봇을 투입해 생산비를 낮추는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현대모비스 등 계열사에는 로봇의 기술력을 실제 생산 현장의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하는 일이 핵심 과제다. 주주 입장에서도 로봇의 성능 못지않게 투자비를 얼마나 빨리 회수하고 생산비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첫 번째는 로봇 기업의 성장이다. 외부 고객에게 로봇을 판매하고 유지보수·서비스 사업을 확대해 수익성을 높이면 투자 지분의 가치도 커질 수 있다. 그러나 기업가치 상승이 현대차의 현금 유입이나 배당 재원 증가를 뜻하지는 않는다. 실제 이익 귀속과 현금 회수는 지분 구조와 배당, 지분 매각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진다. 현재는 성장 기대와 실적 사이의 간극도 크다. 로이터는 지난 9월 현대글로비스 공시를 인용해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지난해 5284억원의 손실을 냈으며, 2021~2025년 누적 손실은 약 1조7000억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로봇 사업의 성장 기대와 별개로 대규모 손실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최근 아마존의 AI 사업을 이끌었던 로히트 프라사드를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했다. 기술 개발을 넘어 로봇 상용화와 수익 모델 구축으로 이어질지가 관심사다. 두 번째는 자동차 생산의 효율 개선이다. 이를 위해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로보틱스 메타플랜트 응용 센터(RMAC)'를 열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 HMGMA에 아틀라스를 투입해 부품을 생산 순서에 맞춰 분류·배치하는 서열작업부터 맡길 계획이다. 2030년에는 부품 조립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힌다. 이때 현대차가 얻는 효과는 로봇 판매 이익이 아니라 자동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반복 작업을 안정적으로 수행하고 무거운 부품을 옮기는 부담을 줄이면 생산성과 작업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다만, 로봇 투입 자체를 비용 절감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도입 가격과 유지보수비, 생산라인 변경 비용을 고려한 뒤에도 작업시간 단축과 품질 개선 효과가 이를 웃돌아야 한다. 현대차 주주 관점에서는 로봇을 몇 대 배치했는지보다 차량 한 대당 생산비와 공정 가동률이 얼마나 개선되는지가 중요하다. 지난해 3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미국 조지아주 소재의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식에서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 3만대 생산능력보다 중요한 '투자 회수'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연간 3만대 규모의 로봇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생산능력은 실제 생산량이나 판매량과 다르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그룹 내부 수요뿐 아니라 외부 고객의 구매도 뒷받침돼야 한다. 정 회장의 로봇 전략은 자동차 제조 역량을 새로운 사업으로 확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현대차그룹은 생산시설과 제조 데이터, 현대모비스의 부품 기술, 현대글로비스의 물류 역량을 결합해 로봇 사업을 키우고 있다. 자동차 공장은 로봇의 실제 작업 능력을 검증하는 현장이자, 초기 수요처가 될 수 있다. 다만, 그룹 차원의 사업 확장과 현대차의 주주가치는 별도로 평가해야 한다. 정 회장의 개인 투자 성과, 다른 계열사의 부품·물류 사업 기회, 현대차의 생산성 개선을 한데 묶으면 현대차 주주에게 돌아갈 몫이 불분명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취임 6년을 맞은 정 회장의 승부수는 로봇 기업 인수와 기술 시연을 넘어, 생산 현장의 검증과 양산을 준비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앞으로는 로봇의 성능뿐 아니라 추가 투자 규모와 차량 한 대당 생산비 절감액, 투자금 회수 기간이 로봇 전략의 주주가치를 가늠할 지표가 될 전망이다.  peoplekim@newspim.com 2026-10-12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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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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