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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대학생·취준생 괴롭히는 "도를 아십니까"

피해자 속출하나 최근 3년간 포교행위로 인한 처벌은 0건

  • 기사입력 : 2019년12월09일 13:02
  • 최종수정 : 2019년12월09일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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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저희가 공부를 하고 있는데 보니까 인복이 되게 많으세요. 그게 지금 운이 막혀있는 상태거든요. 저희랑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길거리에서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봤을 길거리 포교 활동이 대학가에서 다양한 형태로 성행 중이다.

유튜브와 SNS 등 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과거처럼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도를 아십니까"라고 묻는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자신들도 잘 알기에 이들은 대학생을 상대로 취업알선, 심리테스트, 설문조사 등의 방법을 통해 포교활동을 펼치고 있다.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광주 조선대학교 운동장에서 지나가는 학생을 붙잡고 설문조사를 해달라며 포교활동을 하고 있다.2019.12.09 kh10890@newspim.com

◆ 취준생의 절박한 마음 노린 포교활동

뉴스핌은 최근 광주지역 대학가 포교활동의 실태를 취재하기 위해 전남대학교, 조선대학교, 광주대학교, 호남대학교를 살펴봤다.

이단·사이비종교의 불법포교활동으로 학생들의 민원이 가장 많은 전남대학교에는 '우리대학교 내에서 선교(포교)를 목적으로 하는 외부단체 행위 및 미허가 행위를 일체 금지함'이라는 알림판이 세워져 있었다.

전남대 후문 인근에는 '신천지 베드로성전'이 위치하고 있어 학생들을 대상으로 포교활동이 잦은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광주 전남대학교 정문에는 '포교활동을 금지한다'는 알림판이 놓여져 있다. 2019.12.09 kh10890@newspim.com

뉴스핌이 전남대 학생들에게 어떤 식으로 포교활동을 하고 있는지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말을 건네자 대다수의 학생들이 치를 떨었다. 이들은 취재진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포교활동 행위가 아닌지 의심부터 했다.

지나친 포교활동으로 인해 대학가에서는 낯선 사람이 인사하는 것부터 의심의 대상이 됐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포교활동을 하는 이들은 '설문조사', '심리테스트', '토익 무료 과외', '아르바이트생 모집', '취업 알선' 등 다양한 형태로 취준생들을 유인하고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김모(전남대·25) 씨는 "심리테스트를 통해 적성검사도 해주고, 좋은 일자리를 소개해준다고 해서 몇 차례 만났다"며 "이야기를 하다보니 종교를 믿어야 의지할 곳이 생겨서 자신감이 붙어 취업도 잘 될 것이라며 포교활동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포교활동을 하는 이들은 2인 1조, 3인 1조로 팀을 구성해 혼자 돌아다니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말을 건네고 있다.2019.12.09 kh10890@newspim.com

또 다른 피해자들은 토익스터디를 모집한다고 해서 들어갔더니 초반에는 토익 준비를 하는가 싶더니, 스터디 그룹원들이 단체로 자신에게 포교활동을 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조선대학교에서는 운동장과 학생회관 등에서 흔히 말하는 '도를 아십니까'가 운동장, 학생회관 등에서 2인 1조로 돌아다니며 제사를 강요하고 있었다.

이들은 주로 혼자 돌아다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활동하며 "취업운이 막혔다. 제사를 지내야 조상님이 취업을 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며 적게는 10만원 이하에서 많게는 수백, 수천만원을 요구하고 있었다.

다소 황당하지만 취업이 안되고 있는 절박한 취준생이나 대학생들에게는 제사를 지내면 취업이 될까 싶어 한줄기 희망이라도 잡아보기 위해 이 같은 사이비종교의 수법에 당하고 있었다.

◆ 길목 막고, 붙잡아도…대학교, 경찰 "처벌 어려워"

길목을 막거나 붙잡는 등 포교행위에 대해 민원이 빗발치고 있지만 이 같은 사실을 아는 대학 측은 해결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조선대학교 관계자는 "해년마다 포교활동 관련 수십건의 민원이 들어오지만 포교활동을 하는 사람 중에는 학교 학생도 있기 때문에 경찰 인계까지는 안하고 교내 밖으로 나가라는 정도로만 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근 상인들도 피해를 보기는 마찬가지다. 카페 손님들에게 설문조사를 요구하는 등 포교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내쫓을 수도 없어 피해가 막심하다.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대학교 인근 카페에 설치된 '설문조사' 등으로 접근하는 포교행위를 금지한다고 안내하고 있다.2019.12.09 kh10890@newspim.com

광주대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지영(54) 씨는 "포교활동으로 인해 손님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면서 "포교활동을 금지한다고 말해도 자신들은 과제 때문에 설문조사 받는 것이라고 둘러대며 손님들에게 말을 걸고 있다"고 토로했다.

헌법 제20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질 수 있다'라고 명시돼 있기 때문에 특정 종교에 대해 법으로 규제할 수 없다.

다만 포교 과정 중 강압적인 신체 접촉이나 협박, 반대 의사를 분명히 표현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쫓아오는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할 수 있다. 경범죄 처벌법 제3조 14호(단체 가입 강요)에는 싫다고 하는데도 되풀이해 단체 가입을 억지로 강요한 사람을 처벌하는 조항이 있다.

더불어 41호(지속적 괴롭힘)에는 상대방의 명시적 의사에 반해 지속해서 접근을 시도해 면회 또는 교제를 요구하거나 지켜보기, 따라다니기, 잠복해 기다리기 등의 행위를 반복하는 사람은 처벌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14호를 위반하면 5만원, 41호를 위반하면 8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길거리 포교행위 외에도 토익 스터디 등으로 접근해 개인정보를 파악한 뒤 포교활동을 이어가고 있다.[사진=독자 제공] 2019.12.09 kh10890@newspim.com

그러나 실질적인 처벌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포교행위로 인한 처벌·단속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광주경찰청 관계자는 "제사를 지낸다며 수백만원의 돈이 오고 가더라도 종교활동이라고 말해버리면 신고가 들어와도 처벌이 힘들 수 있다"며 "경범죄 처벌 조항이 있지만 현재 시대와 맞지 않는 오래된 조항이라서 신고를 하더라도 처벌은 사실상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kh1089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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