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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진단] "방위비 분담금, 美 6조 요구에 2조 밑으로 협상액 낮춰야"

주한미군 인건비·전략자산 비용만 제외해도 3조 깎을 수 있어
기존 협정 1년 연장해 상황 보거나 일본모델 참고하는 방법도

  • 기사입력 : 2019년10월01일 06:17
  • 최종수정 : 2019년10월01일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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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허고운 하수영 기자 = 내년 우리나라가 부담할 주한미군 주둔 비용으로 미국이 6조원을 요구하고 있으나 한미가 최종적으로는 1조 5000억원에서 2조원 정도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우리가 부담하는 1조 389억원과 비교하면 50% 이상의 역대급 인상폭이 기정사실화되는 가운데 정부는 합리적이고 공평한 분담금 협상 의지를 보이고 있다.

30일 외교가에 따르면 지난 24일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진행된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1차회의에서 미국 측은 50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6조원을 제시했다. 미국 측은 그동안 주한미군 주둔에 필요한 직간접 비용으로 48억달러를 산정, 한국이 부담할 것을 요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19.09.23. [사진=로이터 뉴스핌]

◆ 예상된 美 증액요구, 깎아나가는 협상해야

미국의 대폭 증액 요구는 예상된 결과이며 향후 협상을 위해 높은 금액을 부른 것일 가능성이 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는 “지난해 유효기간 1년의 10차 합의를 할 때부터 미국이 올해 대폭 인상을 요구할거라고 예상됐고 정부도 내부적으로 충분한 준비를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며 이번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내년 이후 있을 일본·독일과의 협상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는 만큼 미국 측의 증액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의 협상 목표 금액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으나 2조원 밑으로 추정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협상을 연내 타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측 입장이 강경하다는 설명인 동시에 우리도 분명한 입장을 견지하겠다는 취지로 읽을 수 있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미국 측 요구액의 절반이 되지 않는 2조원 대 협상 타결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50억달러 중 주한미군 인건비와 전략자산 전개비용 등 기존의 방위비 분담금에 포함되지 않는 금액이 거의 절반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미국이 요구한 금액 중 주한미군 인건비가 들어갔다면 22억달러는 협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며 “남은 비용 중에도 우리가 직간접적으로 부담하고 있는 부분을 협상에서 제외할 수 있으며 현실적으로 정부가 지불할 수 있는 범위는 1조 5000억원을 넘기 어렵다”고 말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유엔군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 [사진=로이터 뉴스핌]

◆ 대폭 증액 위해 SOFA 개정 필요…현실적으로 어려워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제5조는 한국이 주한미군에 시설과 구역을 제공하고 그 외 한국 내 미군의 유지에 따른 모든 비용은 미국이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SOFA의 예외 조항이라 할 수 있는 SMA도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군수지원, 군사건설 등 3가지 항목으로 구성돼 주한미군 인건비를 지불하기 위해선 SOFA 개정이 필요하다.

지난 10차 협상에서 미측이 전략자산 전개비용 등으로 주장했다 철회한 ‘작전지원’ 항목도 현재 규정에 포함되지 않았다. SOFA 규정도 주한미군의 ‘주둔’을 위한 비용이지 ‘작전’ 비용이 아니기 때문에 SOFA 협정이 변경되지 않으면 내년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증액은 쉽지 않다.

현행 SOFA는 지난 1995년부터 5년간의 논의를 거친 후에야 개정된 만큼 이번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위해 SOFA를 개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휘락 국민대 교수는 “미국도 나중에 양보할 것을 각오하고 많이 부른 것 이고 현재 방위비 분담금의 10~20% 정도 인상 수준에서 합의될 수 있다”며 “증원비용과 미군 인건비를 내라고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고 우리는 합리적인 논리를 대며 인상폭을 깎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국이 요구하는 6조원 중 주한미군 인건비가 3조원 가까이 들어있어 일단 절반을 걷어낼 수 있다”며 “전략자산 전개비용은 지난해 5월 이후 전략자산 전개도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사전에 방위비 분담금에 넣어 미리 줄 필요가 없고 ‘사후정산’ 원칙을 적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이어 “미국의 주장 중 거품을 걷어내면 2조원 정도가 될 수 있고 협상을 잘 한다면 1조 5000억원선에서 설득할 수 있다고 본다”며 “우리 정부 입장도 비슷할 것 같고 1조 5000억원 규모면 반미운동이나 국론분열도 발생하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평택=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지난 6월 29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 험프리스 기지에서 유엔사·주한미군사령부 본청을 개관하고 취재진에게 공개하고 있다.

◆ 경제통 협상대표 임명해 美 논리 방어

조진구 경남대 교수는 “한꺼번에 방위비 분담금을 5~6배 올리는 것은 무리이며 미국도 무리한 요구를 관철시키려 하진 않을 것 같다”며 “적정액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양측이 정치적으로 한미동맹을 어떻게 생각하고 분담금의 의미를 어떻게 부여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액수도 액수지만 유효기간도 중요하다”며 “미국 측 액수를 전면 수용하는 것은 곤란하지만 어느 정도 양보가 불가피하다면 1년짜리 협상이 아닌 예전처럼 다년도 적용을 제시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에서 열린 한미 1차 회의가 탐색전 개념의 회동이었다면 10월 미국에서 진행되는 2차 회의에선 본격적인 숫자 싸움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춰 정부는 정은보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협상 대표로 임명했다. 미국의 ‘청구서’를 따져보는 것은 물론 한국이 미군 주둔을 위해 직간접적으로 부담하는 비용을 상세하게 알릴 것으로 보인다.

박인휘 교수는 “외교전문가들이 놓칠 수 있는 경제적 부분들을 꼼꼼히 챙길 수 있어 과거와는 다른 입장으로 임하겠다는 정부의 메시지”라며 “결국 11차 협상은 15억달러에서 20억달러 사이에서 타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원곤 교수는 “이번 협상이 잘 되지 않는다면 현행 협정이 1년 연장 가능한 점이 카드가 될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하지 못하는 변수도 있고 일본이 먼저 협상을 하면 상황을 보면서 대응하는 방법이 있다”고 밝혔다.

박휘락 교수는 “가격을 바로 정하지 말고 가격을 정하는 원칙을 검토하는 원칙협상에 합의한 후 그에 따른 계산을 한다면 충분히 중간점을 찾을 것”이라며 “그래도 협상이 안 된다면 일본과 같이 미국이 지원을 요구하는 항목별로 타당성을 검토해 지원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eog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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