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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열병과의 전쟁] 北, 방역 공조 '묵묵부답'...전문가 "中서 지원 받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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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셀프 고립외교'...방역 협력 제의에 무응답
"北, 골든타임 지났다고 판단하는 듯" 분석도

[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북한이 우리 정부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 협력 제의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동안 경기도 일대서 다섯번째 확진 판정이 내려졌다.

아직 ASF의 국내 유입 과정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접경지역을 오가는 북한산 멧돼지가 바이러스를 옮겼을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된다. 소강국면이라는 정치적 상황을 초월한 남북 간 방역협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북한은 일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방역 공조 및 근본적인 감염경로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셀프 고립외교' 北, ASF 확산 자초…협력 제의에는 무응답 일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ASF가 공식 확인된 것은 지난해 8월 중국에서다. 감염되면 100% 폐사한다는 악명에 걸맞게 중국은 현재까지 1억 5000만마리의 돼지를 살처분했다.

중국 내 ASF 발병 소식에 국경을 접하고 있는 북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취약한 북한의 방역체계를 고려할 때 ASF의 북한 유입은 시간문제로 여겨졌다.

특히 '고립외교'를 유지하고 있는 북한은 ASF 예방을 위한 방역협력 의사를 타국에 요청하지 않았다. 중국과 인접한 몽골이 1월, 베트남이 2월께 ASF 발병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결국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되기까지는 불과 7개월도 걸리지 않았다. 북한은 지난 5월 30일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자강도 내 협동농장에서 ASF가 발생, 사육 중인 돼지 99마리 중 77마리가 폐사하고 22마리를 살처분했다고 보고했다.

대북통지문까지 보냈지만 무반응..."일단 답변 기다리는 수밖에"

정부는 ASF 유입 가능성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난 5월 31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남북 방역 협력을 제안했다. 하지만 북한은 "상부에 보고한 후 결과를 알려주겠다"는 답변만 남기고 현재까지 아무런 답변을 주지 않았다.

북한의 무응답으로 남북 간 방역 협력이 지지부진한 사이, 지난 17일 국내서 ASF 발병 확진의 첫 사례가 나왔다. 경기 파주에서다.

정부는 국내에서 ASF 확진 사례가 발생하자 곧바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북측에 대북통지문을 전달했다. 통지문에는 ASF 발병 사례와 서둘러 방역대책을 함께 진행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북한은 일주일이 지난 25일 현재까지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추가로 협력 의사를 타진하는 것보다 일단 북측의 답변을 기다리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 국정원 "北, ASF 발병으로 평안북도 돼지 전멸"

ASF 방역을 위한 남북 공조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전적으로 북한의 미온적 자세 때문이다. 쉽게 말해 협력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연천과 김포, 파주, 인천 강화군에서 잇따라 ASF 확진 판정이 이어지고 있다. 의심 사례 신고도 계속 발생하고 있어 갈수록 피해 지역이 늘어날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최근 북한의 ASF 피해도 심각하다는 소식이 나온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24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평안북도의 돼지가 전멸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국정원은 또 "지난 5월 북한이 국제기구에 ASF 발병 신고를 한 뒤 방역이 잘 안된 것 같다"며 "북한 전역에 ASF가 상당히 확산됐다는 징후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의 정보를 감안해도 북한과의 공조는 절실한 상황이다. 북한 내 ASF 발병 사례를 파악하고 이를 기점으로 감염경로에 대한 합동방역 작업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 전문가 "北, 골든타임 지났다고 판단…필요성 못 느끼고 있어"

전문가들은 북한이 무응답 자세로 일관하고 있는 배경에 대해 이미 '골든타임'이 지난 시점에서의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한국이 아니라도 중국을 통해 ASF 방역에 필요한 지원을 충분히 받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전방위적으로 대응을 하고 있는 중국에 도움을 요청하면 모를까, 한국과 협력해서 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 교수는 또 "이미 ASF가 발병됐기 때문에 예방을 하면 몰라도 현재 한국에 손을 내밀 일은 없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권태진 GS&J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도 "ASF는 한국만 치료약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북측 입장에서는 협력 분야가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사실상 도움 받지 못할 분야에 손만 벌리는 모양새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무응답으로 일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은 농업·축산업·수산업을 발전시켜 먹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그런데 한국과 협력하면 '축산업 관리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꼴이 된다"고 말했다.

no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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