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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제국의 꿈] 메모리 강국에서 시스템 1등까지

기사입력 : 2019년09월14일 09:00

최종수정 : 2019년09월14일 09:18

이병철 삼성 창업주, 1983년 '도쿄 선언'으로 메모리 강국 이끌어
문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 2019년 비전 선포로 시스템 1위 '정조준'
삼성 투자에 정부 지원 맞장구…"인재 양성·메모리 수성 등 중요"

[서울=뉴스핌] 백진엽 기자 = "우리는 얼마든지 세계 시장을 석권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
"굳은 의지와 열정 그리고 끈기를 갖고 꼭 해내겠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지난 4월 30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두 손을 맞잡았다.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1위가 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다.

목표가 이뤄진다면 이미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한국은 명실상부한 '종합 반도체 1위' 국가가 된다. 아울러 이날 선포식은 1983년 삼성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의 '2.8 도쿄 선언'과 함께 한국 반도체 역사에 획을 그은 중요한 날로 기록될 것이다.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 [사진=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하겠다. 누가 뭐라 하건 밀고 나가겠다"

이병철 회장의 1983년 '2.8 도쿄 선언'은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물론 한국 경제의 큰 틀을 바꾼 중요한 순간으로 기록되고 있다. 당시 74세였던 이병철 회장은 홍진기 당시 중앙일보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른바 ‘도쿄 선언’을 말했다. 1974년 한국반도체 인수 후 약 10년간 성과를 내지 못하던 반도체 사업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당시 반도체 산업에서 앞서 있던 미국과 일본은 물론 국내 반응도 싸늘했다. 여론은 “TV도 잘 만들지 못하는 회사가 무슨 반도체를”이라는 비아냥이 가득했고, 회사 내부 직원들도 “삼성 반도체로 발령나면 퇴직하겠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했다. 해외에서는 일본 미쓰비시연구소가 ‘삼성이 반도체 사업에서 성공할 수 없는 다섯 가지 이유’라는 보고서까지 냈다.

하지만 이 같은 비웃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 첫 아이템으로 선정한 D램에서 즉각 성과를 냈다.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64K D램 자체 개발에 성공한 것. 1983년 4월 D램 개발계획을 발표한 지 단 6개월 만이다. 같은 기술을 개발하는 데 일본은 6년이 걸렸다.

이처럼 꾸준히 성장하던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전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 순위에서 1992년부터 25년간 부동의 1위였던 인텔을 제치고 1위(가트너 전망치)를 차지했다. 지난 2017년 삼성전자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14.6%, 인텔은 13.8%다. 매출액은 각각 612억달러(약 70조3500억원), 577억달러(약 66조3200억원)로 35억달러(4조232억원)의 차이가 난다. 2018년 상반기까지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유례없는 메모리반도체 시장 호황에 힘입어 눈부신 성장을 이뤄냈다.

삼성전자 반도체 수장들. 왼쪽부터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부회장, 정은승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 [사진=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 호황 끝나자 드러난 한국 경제의 문제

하지만 뜨겁게 달아오르던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2018년 하반기부터 차갑게 식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데이터센터 등에 대규모 투자를 하던 글로벌 정보기술 기업들이 투자 속도를 조절하기 시작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수요가 갑자기 줄자 가격이 급락했고, 메모리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수익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사실 대다수 전문가들은 '메모리반도체 위기'라는 말에 공감하지 않고 있다. 2017년과 2018년 메모리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호황을 맞았고, 그 여파로 지금 상황이 더 깊은 불황처럼 보인다는 진단이 많다. 또 시기의 차이는 있겠지만 메모리반도체 수요와 가격은 다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김재욱 BNW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오르고 내리는 시장 흐름을 따르고 있는 것"이라며 "지난해까지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가격이 올라 비정상적으로 잘됐던 것이며 이제 정상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메모리 시장 불황은 한국 경제의 문제점 중 하나를 파악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많다. 수출 중심의 산업구조인 한국이 너무 단일 품목, 즉 반도체 중에서도 '메모리반도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반도체는 우리나라 수출의 20%가량을 차지하는 효자 종목이다. 그러나 업황이 좋지 않으면 그만큼 한국 경제 지표도 나빠진다. 올 1분기 한국 경제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4%를 기록한 것도 최근 메모리반도체 수요 감소로 수출이 부진한 게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페이스북]

◆'시스템반도체' 키워 수출 편중 문제 해결한다

이에 반도체업계의 맏형인 삼성전자와 정부는 해결책을 '시스템반도체'에서 찾았다.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의 경우 메모리반도체에 편중돼 있지만 글로벌 시장 규모는 시스템반도체가 2배 정도 크다.

시장조사기업 IHS에 따르면 2017년 시스템반도체 시장은 2300억1500만달러,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1318억1900만달러 규모로 64 대 36의 비율을 보였다. 2018년은 메모리반도체 호황으로 메모리 비중이 40 정도까지 커지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시 시스템 2389억3400만달러, 메모리 1334억5300만달러로 메모리 비중이 2017년 수준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성장성도 시스템반도체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메모리반도체가 데이터를 빠르게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면, 시스템반도체는 연산과 추론 역할을 한다. 이러다 보니 시스템반도체는 PC, 스마트폰, TV, 자동차 등 대부분 IT 제품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일 뿐 아니라 자율주행차, 로봇, 드론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기 때문에 수요가 더 빠르게 늘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점유율은 현재 3% 수준에 불과하다.

삼성전자와 정부가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을 통해 미래 먹거리로 시스템반도체를 선택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도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사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사업을 이전부터 하고 있었고 상당한 성과도 올리고 있다. 스마트폰의 두뇌인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와 통신 칩을 설계, 생산하며 미국 퀄컴과 경쟁하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에서도 세계 첫 7나노 극자외선(EUV) 공정 개발에 성공하며 1위 대만 TSMC를 추격 중이다. 여기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기술 연구개발과 최첨단 인프라를 구축, 세계 최고의 시스템반도체 업체가 되겠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반도체 비전 2030'이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6400만 화소를 지원하는 모바일 이미지 센서를 개발, 하반기 양산할 예정이다. [사진=심지혜 기자]

◆정부도 1조 투자해 시스템반도체 지원…"메모리 소홀해선 안 돼"

이에 정부도 발맞춰 지원책을 내놨다. 정부는 시스템반도체 전략에서 팹리스(설계전문기업)와 파운드리의 성장 지원, 부문별 연계 촉진에 주안점을 뒀다. 이를 위해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을 위한 팹리스 지원에 2020년부터 2029년까지 10년간 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또 IP(지식재산) 연구개발을 확대하고 자동차, 바이오·의료, IoT 가전, 에너지, 첨단 로봇·기계 등 5대 전략 분야에서 공공 수요를 적극적으로 창출하기로 했다. 팹리스 전용 펀드는 1000억원 규모로 조성하며, 파운드리 시설과 연구개발 투자에 세제와 금융을 적극 지원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시스템반도체 육성 전략이 성공하려면 정부의 시스템반도체 공공 수요 창출 계획이 실질적으로 이뤄지되, 팹리스와 파운드리를 함께 아우를 수 있는 종합반도체 기업을 추가로 육성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학사 과정을 석사 과정으로 이어지게 하되, 국책 연구개발을 통한 석·박사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아울러 단기 성과에 얽매여 '빛 좋은 개살구'식 지원책을 내놓는 것은 오히려 산업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특히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강화에만 눈이 멀어 기존에 잘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등을 소홀히 할 경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 소장은 "잘하고 있는 것, 잘할 수 있는 것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며 "우리는 메모리반도체에서 성공을 거둔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토대로 시스템반도체에서도 강자들 사이에 들어가 성공할 수 있는 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스템반도체를 키우겠다고 기존에 잘하던 것을 놓치면 절대 안 된다"며 "어떤 분야에서든 1등을 한다는 것은 여러 분야에서 2등을 하는 것보다 더 높은 수익을 얻기 때문에 '메모리 1위 수성'은 우리 경제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라고 강조했다.

 

jinebit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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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日 여행객 'K-쌀' 사간다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일본 여행객이 한국을 방문, 한국 쌀을 직접 구매해 들고 나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 내 쌀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밥맛 좋은 한국 쌀'이 대체제로 급부상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3일 <뉴스핌>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동안 일본 여행객이 한국에서 직접 구매해 일본으로 들고 간 국산 쌀은 3만3694kg로 집계됐다. 일본은 지난 2018년부터 휴대식물 반출 시 수출국 검역증을 의무화한 나라로, 병해충과 기생식물 등 식물위생 문제에 매우 엄격하다. 특히 쌀처럼 가공되지 않은 곡류는 검역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여행객들의 한국산 쌀 열풍은 지속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일본 여행객이 반출한 국산 쌀은 1310kg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무려 25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2024년 1~6월)으로 비교하면 작년 106kg에서 올해 3만3694kg로 약 318배 증가한 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본 여행객들의 '쌀 쇼핑'이 열풍을 불면서 관련 문의가 급증했다"며 "한국쌀이 일본쌀에 비해 맛과 품질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반출되는 양도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쌀을 화물로 탁송하는 사례도 동반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화물검역을 통해 일본으로 수출된 국산 쌀은 43만1020kg에 달한다. 지난해 화물 검역 실적이 1.2kg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폭증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흐름이 국산 쌀에 대한 일시적 특수로 끝나지 않고 국내에서 정체된 쌀 소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에서 쌀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으니 한국에 와서라도 쌀을 구매하는 여행객이 늘어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다만 일본의 쌀 관세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한국 쌀의 가격만 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국산 쌀의 품질이 높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합격점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종도=뉴스핌] 윤창빈 기자 =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중국발 여행객들이 입국하고 있다. 2023.03.11 pangbin@newspim.com 정부 역시 이같은 수요에 대응해 일본 관광객을 대상으로 검역제도 안내·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는 농림축산검역본부를 통한 사전신청, 수출검역, 식물검역증 발급, 일본 통관까지 최소 3단계 이상이 요구된다. 다만 한국 쌀을 일본으로 반출할 때 한국에서 식물검역증을 발급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일본 관광객이 일본에 돌아가 쌀을 폐기하는 일이 생기면서 홍보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오사카 엑스포 현장 방문을 계기로 일본 농림수산성과 예방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 자리에서 쌀 검역 문제가 논의됐다"며 "한국 정부는 일본 여행객이 애써 한국 쌀을 구매한 뒤 일본으로 돌아가 폐기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 홍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plum@newspim.com 2025-07-0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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