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스닥 상장심사 철회 13건…지난해 연간 철회 건수와 동일
상장 '미승인' 기업 증가 부담에 거래소가 심사 포기 종용 주장도
[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코스닥 입성을 향해 달려가던 기업들이 상장심사 단계에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부르짖으며 정부가 나서 상장 요건을 완화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다소 의아스런 결과다. 일각에선 상장 미승인 증가 부담에 한국거래소가 상장심사 철회를 권유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코스닥 상장심사 철회 기업이 13곳에 이른다. 지난해 전체 상장심사 철회 기업 수(13개)와 동일한 수치다.
A증권사 기업공개(IPO) 담당자는 "최근에 (상장)심사 철회가 늘긴 했다"고 전했다.
B증권사 관계자도 "얼마 전 한창 상장 드라이브 걸 때와는 다르게 요새 조금 분위기가 바뀐 것 같다"면서 "심사청구 기업은 많은데 예전처럼 막 몰아치는 느낌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서울 사옥 [사진=한국거래소] |
이처럼 심사단계에서 철회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것을 두고, 거래소가 상장심사 결과 '미승인' 기업이 늘어날 가능성에 부담을 느낀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정부는 2018년 1월, 코스닥벤처펀드 조성, 연기금 투자 확대 등을 포함하는 '코스닥시장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아울러 정부는 상장 요건 완화를 골자로 각종 특례상장 제도를 정비하는 등 상장을 통한 시장 활성화에도 공을 들이는 중이다.
실제 문재인정부 들어 2017년 15개사에 이르던 심사 미승인 기업이 지난해에는 '0'개사로, 미승인 기업이 한 곳도 없었다. 심사 미승인 기업이 4곳 있었으나, 후에 심사를 철회하면서 최종 '철회'로 기록됐기 때문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최종 결과만 기록에 남는다"면서 "심사 미승인 기업이 그 후 심사철회하면 '미승인' 통계에선 빠지고 '철회'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코스닥상장위원회에서 '미승인' 결론이 날 경우, 최종적으로 코스닥시장위원회가 판단을 하는데 그 사이에 심사철회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어찌됐든 지난해 한 곳도 없었던 심사 미승인 기업이 올해 들어선 2개, 미승인 후 철회한 곳을 포함하면 6개까지 증가한 상태다.
상황이 이에 이르자, 거래소가 '미승인'을 줄이기 위해 기업들에게 상장심사 철회를 종용하고 있다는 불만까지 터져나온다.
거래소로부터 심사 철회를 권유받은 적 있다는 한 증권사 관계자는 "상장을 주선하던 기업에게 거래소가 미승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철회하는 게 어떻겠냐고 하더라. 이건 월권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기업 입장에선 되든 안 되든 끝까지 심사를 받아서 그 결과를 받아봐야 하고, 그래야 당장엔 안 되더라도 나중을 기약할 수 있다. 그런데 중도 포기하라는 게 말이 되냐는 것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철회 요구한 적 없다"면서 "우린 심사 청구 들어오는대로 원칙대로 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 측은 "(그런 일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면서 "거래소가 (하는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근래 상장 요건이 완화됨에 따라 너도나도 상장에 나서면서 기준 미달인 기업을 골라내기 위한 거래소의 고육지책일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B증권사 IPO 관계자는 "그런(포기 종용) 얘기까진 아직 못 들어 봤다"면서 "역지사지로 보면, 활성화 정책을 하다 보니 과거보다 너무 미달인 회사들이 들어와서 그럴 수 있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거래소가 '기준 미달'이라고 회사에 얘기하면 그쪽에선 활성화 얘길 하면서 거래소에 '너무한 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 않겠나"며 "예전보다 사이즈가 작아진 것도 있고, 트랙들도 워낙 다양하다 보니까 그런 부분도 있긴 하다"고 덧붙였다.
거래소 관계자는 "그런 거 없다. 코스닥시장 활성화 정책과 관련해 우리 방침이 바뀐 게 없다. 상장에 적합한지 아닌지만 보는 것 뿐"이라며 "결과에 따라 방침이 바뀌거나, 트렌드에 따라서 심사 원칙이 바뀌는 게 아니다. 상장에 적합하면 승인되는 거고 부적합하면 미승인 되는 거다"고 강조했다.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