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 > 게임

[인터뷰] 위정현 게임학회장 "게임은 질병 아니다"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
국회 진출한 의료계, '게임규제' 법안 7년간 만들어

  • 기사입력 : 2019년09월13일 09:00
  • 최종수정 : 2019년09월13일 09:00
  • 페이스북페이스북
  • 트위터트위터
  • 카카오스토리카카오스토리
  • 밴드밴드

[서울=뉴스핌] 조정한 기자 = 13조원 규모의 게임 시장이 질병 산업으로 분류될 것인가? 지난 5월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6C51) 분류에 국내외 게임 산업은 혼란에 빠졌다. '게임'은 질병의 원인이 아니라는 게임업계의 주장과 게임이 정신질환을 불러일으킨다는 의료계의 대립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20여 년간 게임을 연구해 온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지금까지 이 분야를 연구해 온 저로선 의료계의 셈법이 안타까울 뿐"이라며 "국민들이 그들의 의도를 분명 의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 교수는 게임업계가 '국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게임'에 대한 추가 공격은 막기 힘들 거라고 했다. 셧다운제와 같은 이슈가 터지면 잠깐 들고 일어났던 과거의 '반짝 대응'에 대해서도 "반성해야 한다"고 돌직구를 날렸다.

위 교수는 게임이 의료계와 대척하기보다는 교육계와 시너지를 내는 것이 어떠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선 "15년 동안 시도했다. 이미 다 끝났다. 불씨도 살아 있지 않다"며 "게임이 질병이라는 데 교육계가 협업하고 싶어 하겠냐"고 현실적인 진단을 내놨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이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토즈에서 열린 게임질병코드 공대위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9.06.25 pangbin@newspim.com

◆ 'PC방에서 라면 먹으면서 게임한다' 등장부터 반감 시작

- 게임에 대한 인식은 어떻게 변해 왔나.
▲ 온라인 PC 게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지난 1995년이다. 그해 넥슨에서 '바람의 나라'가 출시됐다. 엔씨소프트에선 1997년에 '리니지'를 출시했다. 당시엔 사람들이 게임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다 온라인 게임이 급격하게 확산됐고, '리니지 폐인' 같은 부정적인 단어가 생산됐다. 눈 깜짝할 사이에 PC방이 등장했고, 젊은이들이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속속 나왔다. 게임에 '폐인'과 같은 다양한 '주홍글씨'가 붙은 채로 기성세대의 적대심을 한몸에 받았다. 기성세대는 게임, PC방을 모르고 접해본 적도 없었는데, 젊은이들이나 자녀들이 'PC방에서 라면 먹으면서 게임을 한다'고 하니, 그때 등장한 반감 기조가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 게임이 '말썽쟁이' 취급을 받을 때 업계는 무엇을 했나.
▲ '청소년 게임 중독' 이슈 등이 본격적으로 등장했던 지난 2004년 '게임산업협회'를 창립했다. 넥슨, 엔씨소프트 등 큰 회사들이 모여 이 상황을 바꿔보자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김범수 전 NHN 대표(현 카카오 이사회 의장)가 회장을 했던 3년을 제외하면 게임산업협회의 창립 이유를 크게 느낄 수 없었던 시간들이었다고 평가한다. 특히 2013년 남경필 당시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정치인 신분으로 회장을 맡았지만 아무 성과도 없었다.

- 게임 대기업들은 이슈 대응을 함께 하고 있나.
▲ 그건 노코멘트다. 노력은 하고 있는데 가시적인 성과가 무엇이 나올지는 모르겠다. 게임사가 (이슈 대응을) 함께 해줬으면 좋겠다.

◆ '신의진법', '손인춘법' 등 의사 출신 의원들의 입법

- 게임 질병, WHO에 대한 의료계의 압박이 낳은 결과인가.
▲ 의료계의 셈법이 작용했다. 의료계는 지난 2012년부터 7년 동안 ‘신의진법’(게임을 마약, 알코올, 도박과 함께 4대 중독물질로 보고 정부가 관리), ‘손인춘법’(게임 중독 치료 명목으로 게임사 매출 1%를 징수) 등을 꾸준히 만들어 왔다. 국회에 의사 출신을 심어 의도가 있는 법안을 추진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보건복지부가 소속돼 있는 WHO에 '게임=중독' 주장을 해온 것이다.

- 의료계는 7년 동안 압박했는데 게임 업계는.
▲ 유구무언이다. 지리멸렬했다. 그동안 4대 중독법, 셧다운제 등 게임이 공격을 당할 때 국민적 지지기반을 얻지 못하고 여기까지 왔다. 뭐 했냐고 물어본다면 저부터 반성해야 한다. 학계, 게임회사, 산업계 등 모두 다 반성해야 한다.

-게임산업 관련 협·단체의 '게임 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처음으로 구성됐다.
▲ 그래서 공대위 구성이 의미가 있다. 예전에는 게임 관련 협회 몇몇이 모여 성명서를 내고 끝났다.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없었다. 처음에 구성하겠다고 할 당시에 게임 이외의 협·단체까지 이렇게 적극적으로 참여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IT, 경영학, 영화 등 게임하고 직접적으로 관계없는 학회도 참여 의사를 밝혔다. 위기감을 많이 느끼고 있었다. 우리나라 대학에 게임 관련 학과들이 90~100개 정도 되는데 이런 안 좋은 인식이 생길까 봐 학생들도 위기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 (공대위는 학회, 공공기관, 협·단체 등 총 90개 단체로 구성돼 있으며, 한국VRAR콘텐츠진흥협회, 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한국컴퓨터그래픽산업협의회, IT 관련 콘텐츠 학과 등 다양한 단체가 '게임이용장애' 이슈에 반대 의사를 피력하고 있다.)

2-지난 2004년 창립된 게임산업협회 발기인 참여 목록. 김범수 전 NHN 대표(현 카카오 이사회 의장)가 1기 회장을 맡았다. [사진 = 조정한 기자]

◆ 90여 개 게임 관련 학회 공공기관 등 총망라한 공대위

- 공대위가 발표한 행동계획 중 '게임스파르타 300인' 관련 모집이 시작됐다.
▲ 의료계가 WHO의 권위를 빌려온 건 대단히 현명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90개가 넘는 단체가 공대위에 참여하고, 젊은 층이 해당 이슈에 반대 의사를 드러내는 것은 의료계에 국민들이 의문을 갖고 보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그분들의 논리에 어떤 모순점을 가지고 있는지 한번 들여다볼 것이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움직임도 함께 살펴보면서 국민들에게 관련 콘텐츠를 생산, 전달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 국회 면담 의사도 밝혔는데.
▲ 게임에 중립적이거나 적대적인 의원들하고도 이야기할 생각이다. 공대위는 최대한 유연하게 면담하면서 의견을 듣고 공유하려고 한다. 또 국무조정실이 민관협의체를 구성 중이기 때문에 일정을 보면서 진행할 계획이다. 다만 의원들이 내년에 총선 표심을 의식하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국회의원은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게임 질병' 이슈는 젊은 세대의 '문화적 자유'에 대한 억압으로도 볼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그런 측면에서 의원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 게임업계에 종사했던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게임업계가 의료계보다 교육계나 문화계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 교육계와 협력하는 것, 김 의원 말이 맞다. 그런데 늦었다. 한편으로 반가운 목소리지만 이미 다 끝났는데, 장작불에 불 붙일 수 없다. 불씨도 살아 있지 않다.

◆ 게임을 학습에 접목 'G-러닝', 열광했지만 좌절

- 교육계와의 협업, 왜 힘든가.
▲ 지난 15년 동안 그 작업을 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기억하지 못한다. 교육부나 다른 정부 부처는 '게임 질병코드' 논란 때문에 함께하지 않을 것이다. 내년 총선 때 게임 이슈에 불이 붙으면 표가 떨어질 텐데... 그래도 10년 전에는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가 협력했다. 교장, 교감, 장학사, 학교 행정실 모두 게임 학습 콘텐츠인 G-러닝(Game based Learning, 게임 기반 교육)을 “우리 학교에서 해 달라”고 부탁하던 때도 있었다.

지난 2003년 교육부와 협력해서 G-러닝 게임 학습 콘텐츠를 만들었다. 그때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대학교·대학원까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 게임을 학습에 접목하려고 했다. 2008년 전국 12개 학교가 연구학교로 선정됐고, 정규 수업에 게임을 포함했다. 중하위권 학생들이 공부하게 되니 학부모도 교사도 열광했다.

학교들이 계속 진행해 주길 원했지만 예산 등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사업이 종료됐다. 그때 교장선생님들의 95%가 다시 게임 학습을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진정서를 내기도 했다. 게임을 싫어하는 학부모, 교사들이 모인 '적의 본진' 공교육에서 가능성을 봤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부터 G-러닝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관련 연구사례가 늘어났으며, 2009년엔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가 G-러닝을 일선 학교에 도입하며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바 있다.

참 안타깝게 생각한다. 때를 놓치면 다시 돌이킬 수 없다. 게임 산업은 이미 정점을 지나 하락기에 들어가는데 '질병 코드' 이슈는 게임 산업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상승기에는 전혀 문제가 안 된다. (이슈를) 뚫고 올라가니까. 그런데 이제 중국한테도 밀리고, 게임회사들은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기 힘들어하고, 중소 개발사들이 무너지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이슈가 또 들어왔다.

- 공대위 전망은.
▲ 이런 상황이 허탈하다. 대들보가 하나 뽑혀서 집이 무너지는데 거기에 불을 지른 것이다. 이런 논쟁이 대한민국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정해진 각본과 시나리오대로 몰고 가려고 하고 금전적인 이해관계가 보이는 게 과연 미래로 가는 것인가 싶다. 게임을 넘어선 일반 콘텐츠나 타 학문 분야까지 게임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공대위에 동참케 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본다. 국민들에게 게임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그런 과정이 돼야 한다.

 

giveit90@newspim.com

  • 페이스북페이스북
  • 트위터트위터
  • 카카오스토리카카오스토리
  • 밴드밴드

<저작권자(c)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