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미국 반도체회사 퀄컴이 미국 법원에서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판결을 받아, 퀄컴의 라이선스 사업 진행이 불투명해지고 스마트폰 산업의 판도가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 연방 지방법원의 루시 코 판사는 21일(현지시간) 퀄컴이 휴대폰 반도체 시장에서 불법적으로 경쟁을 억압하고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과도한 특허 사용료를 챙겼다며 반독점 위반 판결을 내렸다.
판사는 “퀄컴의 라이선스 사업 관행은 수 년 간 경쟁사들을 고사시켰고 최종 소비자에게도 피해를 줬다”며 “퀄컴은 차세대 네트워크(5G)를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모뎀칩 개발에 있어서 선두 지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관행이 지속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퀄컴 [사진=로이터 뉴스핌] |
판사는 퀄컴에게 반도체 공급을 중단한다는 위협 등 불공정한 전략을 배제하고 고객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재협상하고 경쟁사들에게도 정당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특허 사용권을 제공하라고 명령했다. 또한 애플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과 독점 공급 계약을 맺지 못하도록 했다.
판사는 퀄컴이 판결 내용을 준수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향후 7년 간 모니터링 결과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애플이 퀄컴에 합의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항복하면서 지난달 16일 애플과 퀄컴이 2년 간의 스마트폰 특허 분쟁을 마무리 지은 바 있다. 이후 퀄컴의 주가는 50% 이상 급등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오랫동안 반도체 판매보다는 특허 사용료로 더 많은 수익을 거둔 퀄컴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고 WSJ는 진단했다.
이번 결정으로 퀄컴이 자사 특허와 관계없는 디스플레이나 카메라 혁신으로 부당하게 이득을 얻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해 온 애플과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또한 경쟁사들에게도 특허 사용권을 제공하라는 판결로 퀄컴은 스마트폰 한 대 당 최대 400달러(약 48만원)에 달하는 5%의 로열티를 포기하고 대신 모뎀침 판매 가격인 15~20달러에 만족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번 판결로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퀄컴에 높은 특허 사용료를 지불해야 했기 때문에 외면 받았던 미디어텍 등 경쟁사들의 모뎀칩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인텔은 모뎀 사업에서 연간 10억달러(약 1조1900억원) 이상의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수익성이 없다는 판단에 스마트폰 5G 모뎀칩 개발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퀄컴이 이번 판결에 항소하면 이 건은 샌프란시스코 미 연방 제9순회 항소법원으로 올라가게 된다.
애플 스토어.[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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