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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모스크바 이야기]...(5-2)한국전쟁 진실 밝힌 두 러시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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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발발시 극동군총사령관 직속 특별정보팀장 코로트코프 박사
소련·북한군 공동작성 '선제타격작전계획' 모사본 전격 공개 파문
전투명령서-부대 이동계획-침공방향-서울일대 부대 섬멸계획 등 담겨

[서울=뉴스핌] 김흥식 객원논설위원 = 러시아에서 한국전쟁 관련한 최고전문가의 한 사람으로 가브릴 코로트코프 박사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92년 봄 그를 처음 만났을 때의 신분은 국방부 산하 군사연구소 선임연구원이자 과학아카데미 회원이었다. 주로 군 정보부문에서 수 십 년 근무한 예비역 대령 출신이다.

6.25 참전기장(종군기장).[사진=국방부]

◆전쟁발발시 극동군총사령관 직속 특별정보팀장 코로트코프 박사  

그는 한국전쟁이 자신의 인생을 좌우한 핵심적 요소의 하나였다면서 오랜 기간 잘못 알려진 한국전쟁의 진상을 공개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고르바초프의 개혁, 개방에 따라 소련시절의 왜곡된 역사들이 우후죽순으로 폭로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코로트코프는 소련군 정보장교였던 자신이 한국전쟁에 직접 개입하게 된 과정과 낙동강 전선에서 활동한 행적에 대해 필자에게 증언했는데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마자 대위 계급의 코로트코프는 하바로프스크 소재 극동군 총사령관 로디온 말리노프스키 원수(한국전쟁 기간 내내 중국, 북한과 전쟁수행에 관해 긴밀히 협의한 인물로. 후일 지상군총사령관, 제1국방차관을 거쳐 1957년 흐루시초프에 의해 국방장관이 되었다) 직속의 특별정보팀장으로 근무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전쟁진행과정에 대한 정보분석이 기본 업무였다.

말리노프스키 원수는 특별정보팀에게 한국전쟁과 관련한 자신의 기본적인 생각을 말했다. 북한군의 급속한 진격이 큰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조기에 최종 승리를 거두지 못한다면 북한군 전력이 두 동강이 나게 돼 결국에는 패퇴할 수밖에 없다고 한 지적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원수는 그 이유로 한반도 중간 지점에서 미군의 상륙작전이 전개될 수 있으며 그 지점은 서울에서 가까운 인천일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그렇게 되면 궁극적으로 병참보급이 어려운 북한군이 퇴로가 막혀 지리멸렬될 수 밖에 없다는 게 말리노프스키 원수의 가장 큰 걱정이었다.

[블라디보스토크=뉴스핌] 김유정 여행전문기자 = 루스키 포진지에 소련 시절의 다양한 군사 차량과 탱크 등이 전시돼 있다. 2018.05.12 youz@newspim.com

◆낙동강전선까지 내려가 전황보고...유엔군 인천상륙후 3.8선 이북 복귀

코로트코프는 종군명령에 따라 북한군 전선사령부에서 활동했다.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던 낙동강 전선까지 가서 전선상황을 직접 체크해 전황을 보고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소련의 전쟁개입 증거가 노출되지 않도록 절대 포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상부의 엄명을 받았고 그래서 군복이 아닌 편의복장으로 전선에서 활동했다. 당시 미군을 지원하던 일본인 몇 명이 포로(그는 군인신분이라고 표현했다)로 잡혀와 자신이 직접 심문한 바 있다.

일본인들은 한국군인과 마주치지 않도록 미군 영내에서만 체류하면서 미군지원 근무를 했다고 주장했다.(당시 일본에서 자위대 전신인 경찰예비대 소속 대원들이 한반도 근해 기뢰제거를 위해 미군 지휘하에 동원됐다는 게 일반적인 정설이다) 심문이 끝난 이들은 시베리아 수용소로 끌려갔다.

말리노프스키 원수의 예측은 적중했다. 미군의 기습적인 인천상륙으로 북한군은 지리멸렬 상태가 되었다. 코로트코프는 포로로 잡히지 않도록 급히 3.8선 이북으로 급히 돌아오라는 명령을 받았다.‘

전쟁이 끝난 후 코로트코프는 소련군 정보총국에서 근무하면서 한국전쟁과 북한정권수립 과정 등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대령 예편 후 국방부 직속 군사연구소에서 선임연구원으로 한국전쟁 관련한 자료를 주로 들여다보며 연구 활동을 해왔다.

[고성=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13일 오후 강원도 고성 DMZ에서 지난 ‘9.19군사합의’ 이행에 따라 시범 철수된 고성GP가 공개 됐다. GP 북측으로 북한군 초소와 인공기가 보이고 있다. 53년 7월 정전협정 체결과 동시에 경계 임무가 시작된 고성GP는 북한 GP와의 거리가 580m 밖에 되지 않는다. 고성GP는 남북이 가장 가까이 대치하던 곳으로 군사적, 역사적 가치를 고려해 통일역사유물로 선정 됐다. 2019.02.13

◆소련·북한군 공동 작성 '선제타격작전계획' 전격 공개...남침계획문건-지도 모사본 제공  

특파원 재임 기간 5차례 만난 코로트코프는 어느 날 연구소의 비밀문건 수장고에서 ‘선제타격작전계획’이라는 명칭의 남침작전계획 원본을 직접 확인했다고 말했다. 150여명의 소련 군사고문단과 북한군 장교들이 상당기간 심혈을 기울여 작성했고 강건 북한군 총참모장과 바실리예프 소련군사고문단장이 최종 확정했다는 문건이었다.

원본은 평양과 모스크바에 한 부씩 소장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외부 반출은 절대 안 된다고 해서 필자가 직접 볼 수 있게 해달라고 했으나 외부인 접근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전쟁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필자의 간곡한 요청에 남침계획문건과 지도를 최대한 원본에 가깝게 베낄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했다.

한 달 정도 지난 어느 날 작업이 끝났다는 연락이 왔다. 국방부 연구소의 폐쇄성으로 미뤄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했기에 일말의 기대도 하지 않은 터였다. 그는 연구소의 전속화가를 시켜 닷새 동안 몰래 모사작업을 했다며 공들였음을 강조했다.

‘선제타격작전계획’에는 전투명령서외에도 부대별 이동계획, 침공방향, 병참보급계획 등이 포함돼 있었다. 특히 기습공격으로 3일내 서울 일대 한국군 주력부대를 포위섬멸한다는 계획이 상세히 표시돼 있었다. 해군의 서해와 동해 쪽 침공계획도 포함돼 있었다. 원본을 거의 그대로 베낀 것이라고 했다.

엄청난 파장을 예고하는 자료로 판단되자 심장이 뛰고 숨이 멎을 것 같았다. 흥분한 필자의 모습을 보고 코로프코프 박사는 갑자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일단 자료로만 보관하고 보도는 나중으로 미루자고 했다. 그의 얼굴에 점점 두려움의 빚이 역력했다. 세상에 알리지 않으면 휴지조각에 불과할 뿐이고 원본도 아니지 않느냐는 필자의 설득에 마지못해 수긍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 정경두 국방부 장관 및 참석자들이 12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6.25 전사자 발굴유해 합동 봉안식에서 전사자들을 향해 경례하고 있다. 2018.12.12 kilroy023@newspim.com

◆전투명령서-부대별 이동계획-침공방향-병참보급-서울일대 부대 3일내 섬멸계획 등 담겨 

침공계획지도와 함께 상세한 내용이 보도로 나갔다. 국내언론들이 대서특필했다. 연합 크레디트를 달지 않을 수 없었다. 대사관의 안기부 파견관과 무관부에서 문의전화가 쇄도했다. 일본 특파원들도 사실을 확인한다며 필자 사무실과 집으로 전화를 걸어왔다.

특히 시베리아로 끌려갔다는 일본인 포로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일본측의 확인요청에 대해 러시아정부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미국에서 한국전쟁을 전공한다는 한국인 P교수가 연구논문에 쓰겠다며 구체적인 내용을 물어오기도 했다. 그는 지금 한국전쟁에 관한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소기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민감한 문건에 접근한 데 대한 불안감이 들기 시작했다. 냉전시절 같으면 스파이 혐의를 뒤집어쓰고도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모스크바 대사관의 안기부 주재관들이 북한 관련 정보수집을 위해 과도한 활동을 한다는 러시아 측 경고가 조금씩 흘러나오던 때라 더욱 그랬다. 연합 특종으로 한방 먹은 안기부 주재관은 “러시아 정보당국이 당신을 감시해왔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겁을 줬다.

밤에 수시로 목소리 없는 이상한 전화가 걸려와 무서워 죽겠다는 아내의 말도 있고 해서 그들의 신경을 건드릴만한 취재는 하지 않기로 했다. 만일 자료를 제공받는 대가로 코로트코프에게 금품을 주었다면 크게 경을 쳤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실제로는 아무런 대가도 주지 않고 박사의 자긍심을 북돋아주었을 뿐이다. (얼마 후 대사관의 안기부 직원이 민감한 북한관련 자료를 러시아 외무부 직원으로부터 넘겨받다가 현장에서 연방보안국 요원에게 붙잡혀 추방된 바 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제70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군 장병들이 미래전투수행체계 시범을 보이고 있다. 2018.10.01 leehs@newspim.com

코로트코프 박사는 한동안 필자와 연락을 끊었다. 혹시 처벌을 받지 않았는 지 걱정이 되었다. 어느 날 시내 모 호텔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우연히 조우했다. 당황해하는 그를 달래 얘기를 들어보니 한 달 이상 연방보안국의 엄중한 조사를 받았는데 그나마 소련군 정보총국 소속으로 오랜 기간 복무한 예비역 대령 신분이 감안돼 형사적 처벌은 받지 않았다고 했다. 앞으로 한국특파원을 절대 만나지 않겠다는 서약을 했다고 한다.

최고 비밀로 취급되던 ‘선제타격작전계획’ 공개된 데 대해 평양에서 거센 항의를 해와 러시아 정부가 상당히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짧은 대화를 마친 그는 앞으로 다시는 만나기 어려울 것 같다며 황망히 자리를 떴다. 필자가 모스크바를 떠날 때까지 만날 수 없었다. 필자의 보도로 한국에서도 유명인사가 된 코로트코프 박사는 한국으로 초청돼 한국전쟁과 관련한 강연을 하고 관련 책도 출간했다.

▲김흥식 뉴스핌 객원논설위원 

한국외대 러시아어과를 졸업하고 1977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첫발을 디뎠다. 1980년 신군부에 의해 강제로 해직되는 아픔을 겪고 쌍용그룹에 몸담고 있다가 1988년 연합뉴스 기자로 복귀했다. 1991년 한국의 첫 모스크바 특파원으로 파견돼 맹활약했다. 이후 연합뉴스 북한부장, 남북관계 부장, 문화부장, 논설위원실 간사, 경영기획실장을 거쳐 편집담당 상무이사를 지냈다. 퇴임후 연합뉴스 부설 동북아센터 상임이사, 중소기업진흥공단 비상임이사, 도로교통공단 비상임이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특별위원 등을 지낸뒤 현재 뉴스핌 객원논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kh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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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도 없네"…청계천 자율주행버스로 달린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버스가 스스로 달리는 것도 신기한데, 창밖으로 야경까지 볼 수 있네요."(서울시민 박모(53)씨) 지난 22일 저녁 청계광장 '청계 A01' 정류장. 은색 자율주행버스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류장에 줄을 서 있던 시민들이 기대에 찬 얼굴로 하나둘씩 버스에 올라탔다. 운행 시작까지 20분가량 남은 시점에 이미 정원 8석이 모두 찼다. 길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버스 사진을 찍었다. 버스 내부에는 운전석이 있어야 할 앞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운전대와 브레이크도 없었다. 그러나 버스는 일반 차량과 다름없이 도로 위를 달렸다. 옆차선에서 갑작스레 차가 끼어드는 상황에서도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였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22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정류장에 '청계 A01'이 정차돼 있다. 2026.10.22 blue99@newspim.com 서울시는 이날부터 청계천 자율주행버스 '청계 A01'의 야간 운행에 돌입했다. 청계 A01은 '청계광장~청계3가(세운상가)~청계5가(광장시장)' 4.8km를 왕복으로 오간다. 지난해 9월 운행을 시작했다. 기존에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 운영됐다. 앞으로는 주간 운행을 중단하고 첫차가 오후 7시, 막차가 밤 11시에 청계광장에서 출발한다. 해당 노선에는 차량 2대가 투입돼 순환 운행한다. 양방향 총 11개의 정류소에 정차한다. 청계광장 기준 30분 간격으로 하루 9회 운영한다. 운영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맡는다.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 등에서 '청계 A01'을 검색하면 정류소 위치와 실시간 운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버스를 야간 시간대에 정기 운행하는 것은 국내 최초다. 서울시는 청계천이 광화문·종로·을지로 일대의 관광명소와 상권이 이어지는 곳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퇴근 이후에도 산책, 식사, 관광 등을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많아 심야 교통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계 A01 노선 인근에는 광화문광장, 보신각 등 명소와 종각·관철동의 음식점 거리, 을지로 상권, 광장시장 등이 위치한다. 서울시는 이번 야간 운행이 청계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관광명소와 상권을 하나의 교통축으로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청계 A01' 내부 좌석. 2026.10.22 blue99@newspim.com 이날 현장에서는 야간 시간대 운영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계광장에서 버스에 올라 광장시장에서 하차한 김모(29)씨는 "직장인들은 밤에 버스를 운영해야 탈 수 있기 때문에 야간 운영 방식이 반갑다"며 "목적지까지 갈 수 있으면서도 자율주행버스를 체험해볼 수 있어서 좋다. 향후에도 또 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율주행버스로 서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집트에서 여행을 왔다는 30대 마리얌씨는 "지나가다가 우연히 자율주행버스가 운행 준비 중인 것을 보고 궁금해서 타봤는데 색다른 경험이라 좋다"며 "서울의 밤거리를 구경하면서 새로운 기술까지 경험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했다. 해당 기간 452명이 버스에 탑승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일대는 밤 시간대 유동인구가 많아 자율주행버스 야간 운행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실제 서울시민과 내국인·외국인 관광객 등 다양한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계 A01은 자율주행하다가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안전관리자가 조이스틱으로 수동운전한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운행 시간대를 주간에서 야간으로 전환한 만큼 안전성 확보에 더욱 주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8월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하면서 외부 전문가와 함께 안전성을 미리 검증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정규 대중교통수단 정착을 위해 단계적인 유료화를 추진한다. 서울 순환버스 요금(1400원) 수준을 고려 중이다. 우선 야간운행 초기에는 시민들이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도록 무료로 운영한다. 요금은 부과되지 않지만 탑승 시 교통카드를 태그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밤을 체류와 소비의 시간으로 만드는 '야간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청계 A01 야간 운행이 시민들의 야간 이동 편의를 높이고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blue99@newspim.com 2026-10-2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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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佛 시위가 한국에 던지는 경고는?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프랑스 주요 도시들이 대규모 시위에 이어 폭력사태로 혼란에 빠졌다. 열악한 교육 환경에 반발한 고등학생들의 시위에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축소, 불평등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가세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긴축 기조에 대한 반발까지 겹쳤다. 그 배경에는 누적된 재정적자가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2027년 예산안에 약 540억 유로 규모의 지출 절감 방안을 담겠다고 밝힌 것이 '저항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없다면 내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5% 안팎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게 프랑스 정부의 추산이다. 한국 경제는 이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월간 수출액은 사상 처음 1200억달러를 넘어섰고, 세수는 정부 예상보다 63조원 넘게 더 걷힐 전망이다. 하지만 연초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한 성장률은 1%대에 그쳤다. 특정 산업의 호황에 기댄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지속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와 유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복면을 쓴 한 시위자가 불타는 자전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실적 따라 출렁이는 법인세…의무지출은 계속 불어나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9월 수출 확정치는 1211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3.7% 늘었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605억달러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반도체 호황에 나라 곳간도 두둑해졌다. 올해 국세수입은 추가경정예산 대비 63조2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세입 전망은 더 낙관적이다. 2027년 국세수입 예산안은 584조4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194조2000억원 늘었다. 특히 법인세는 216조7000억원으로 올해 추경 기준보다 115조4000억원 많다. 문제는 법인세가 경기와 기업 실적에 민감한 세목이라는 점이다. 실제 법인세 수입은 2022년 103조6000억원에서 2023년 80조4000억원, 2024년 62조5000억원으로 2년 만에 41조1000억원 줄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기업 실적 악화와 세제 변화 등이 맞물리며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밖으로 눈을 돌리면 성장 동력도 뚜렷하지 않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제시한 IT 부문 제외 성장률은 1.4%에 그쳤다. 반도체 기업들이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는 동안 청년 취업자는 47개월째 감소했다. 수출과 세수는 호황인데 일자리와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 세수는 경기 흐름에 따라 급변할 수 있지만, 한번 늘린 지출은 다시 줄이기 어렵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입을 토대로 장기간 이어가야 하는 사업을 확대하면, 경기 하강기에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장기 전망도 밝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GDP 대비 의무지출 비율은 2025년 13.9%에서 2072년 21.6%로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의무지출에는 연금과 복지급여, 지방이전재원, 이자지출 등이 포함된다. 전체 정부 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4.4%에서 64.3%로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쓰는 돈 100원 가운데 64원 이상을 법률과 기존 제도에 따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서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35년 71.5%에서 2055년 126.3%까지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현행 제도와 일정한 경제·인구 가정을 전제로 한 전망치지만, 장기적으로 국가채무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한국과 프랑스의 국가채무비율은 통계 범위가 다르다. 한국의 장기전망은 국가채무(D1)를, 프랑스는 일반정부부채(D2)에 해당하는 범위를 쓴다. 숫자만 단순 비교해 한국의 재정 상황이 프랑스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위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위기 때 늘린 지출, 끝내 되돌리지 못한 프랑스 재정 측면에서 프랑스 위기를 들여다보면, 경기침체기에 늘린 지출을 이후 충분히 줄이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6년 프랑스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프랑스와 유로존은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을 비슷한 폭으로 늘렸다. 하지만 2019년까지 유로존이 증가분의 약 4분의 3을 되돌린 반면, 프랑스는 절반가량을 줄이는 데 그쳤다. 그 결과 2019년 프랑스의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2.1%포인트(p)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지출 증가와 코로나19·에너지 위기 대응 과정에서 불어난 재정 부담이 더해졌다. 올해 2분기 말 프랑스 정부부채는 3조5955억유로로 GDP의 119%에 달했다. 전 분기보다 1.5%p 높아진 수치다. 지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은 커졌지만 교육·복지·생활비 지원 등 공공서비스 확대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긴축을 둘러싼 갈등이 쉽게 풀리기 어려운 배경이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프랑스 사태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 생활비 부담, 사회적 불평등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다만 장기간 누적된 재정적자가 정부의 대응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이 열린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E(7세대)를 관람하고 있다.[사진=뉴스핌DB] ◆ 반도체가 벌어준 '골든타임' 고령화는 한국에 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OECD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20~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는 2024년 한국이 29.3명으로 프랑스(40.2명)보다 적었다. 그러나 2054년에는 한국 84.5명, 프랑스 53.4명으로 역전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5~2030년 한국의 GDP 대비 연금 지출이 0.7%p 늘어 프랑스(0.1%p)의 7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로 재정 여력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프랑스의 재정 여건과 사회·정치적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번 늘린 지출의 지속 가능성과 향후 구조조정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한번 늘린 지출을 앞으로 들어올 세수로 감당할 수 있느냐가 논의의 핵심"이라며 "정부가 구상 중인 미래대응기금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일반회계에서 100조원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그만큼을 기금에 넣는 게 바람직한지는 정부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장기적인 재정위기로 가는 길을 택했다기보다는 새로 생긴 세원을 두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되돌릴 수 없는 지출에 세수를 모두 쓰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 시간을 미래에 쓸 돈을 마련하는 데 쓸지, 미래에도 계속 돈을 써야 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쓸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wideopen@newspim.com 2026-10-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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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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