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이미 한미 양측 대북 제재 완화 공감대 형성”
종전선언 시점에 대해선 이견 “연내 가능” VS “北 비핵화 조치 이후”
[서울=뉴스핌] 하수영 수습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연내 종전선언에 대한 높은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에 대해 공감했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종전선언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 의회 내에는 “대화 자체는 환영하나 북한이 비핵화의 실질적 조치를 했는지는 의문”이라는 회의론이 적지 않다.
때문에 문 대통령이 구상하는 것처럼 연내 종전선언이 가능할지 여부에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뉴욕 로이터=뉴스핌] 제 73차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롯데 뉴욕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18.9.25. |
◆종전선언, 문재인‧트럼프 어느 정도 교감했나
홍민 “연내 종전선언, 미국 내부 검토 이미 끝나…상당한 공감대”
문 대통령의 유엔 총회 기조연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북한에 비핵화 시간표를 재촉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오는 2021년 1월까지 비핵화 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데 대해서도 ‘시간 게임을 하지 말라’고 만류했다.
일각에선 비핵화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느긋하게 대응하겠다는 생각을 밝힌 만큼 연내 종전선언은 어려운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말 종전선언에 공감했는지와 맞물려 ‘종전선언 회의론’으로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미국 국무부 등은 아직 공식적으로 종전선언에 관한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연내 종전선언하는 것에 대해 미국 내부적으로 검토가 끝났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협상력 제고 차원에서 종전선언을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못하는 것일 뿐 이미 연내 종전선언은 기정사실화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홍 실장은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최대치로 끌어내기 위해 협상전략을 쓰고 있고 그런 차원에서 신중하게 종전선언을 공식화하지 않고 있는 것뿐”이라며 “한미 간 내부적으로 대북제재 유연화에 대한 공감대를 어느 정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6월 북미정상회담 시에도 (종전선언을) 구두 차원에서 합의하고 실무 차원에서 충분히 검토했다”며 “시점에 대해선 명확하게 정하지 않았지만, 최근에 미국이 한국과 북한에 전향적 메시지를 전달한 것을 보면 (종전선언에 대한) 상당한 공감대를 갖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밝혔다.
◆박인휘 “북한이 美 제시 비핵화 조건 이행하면 연내 종전선언”
"폼페이오 4차 방북 때 北 핵 리스트 제출 준하는 조치할 것"
보다 신중한 입장이지만 북한이 미국이 납득할 만한 비핵화 조치를 할 경우 연내 종전선언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구상에) 동의하는지 여부는 2차 북미정상회담 전후로 구체화될 것”이라며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 구상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미국의 어떤 대통령도 하지 못했던 성과’를 이뤄내는 것에 집착이 강한 만큼 북한이 일정 수준 (비핵화) 조치를 취해주면 (연내 종전선언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박 교수는 그렇게 되기 위해 북한이 취해야 할 비핵화 조치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이와 관련해서도 북한이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미국이 제시한 일종의 종전선언 전제조건이 있었는데 바로 미국이 제시한 비핵화 시간표에 북한이 합의하는 것, 그리고 현재 핵 능력 리스트를 제출하는 거였다”며 “시간표 합의에 대해선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다소 유연한 입장을 취해줬지만, 핵 리스트 제출 관련해선 북한이 모종의 액션을 취해야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10월 중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 때 북한이 핵 리스트 제출에 준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박 교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 방북을 초청한 상태이기 때문에 (그때) 미국이 오랫동안 요구해 온 종전선언의 중요한 관문인 핵 리스트, 혹은 그에 준하는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조심스럽게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월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북미정상회담을 가진 뒤 취재진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문 대통령 “종전선언은 정치적 약속…北 약속 어길 경우 언제든 취소 가능”
전문가 “취소 발언 미국 내 회의론 의식, 완충지대 설정한 것”
문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미국의 보수 매체인 폭스뉴스 ‘스페셜리포트’를 진행하는 브렛 베이어와의 인터뷰에서 “종전선언은 일종의 정치적 약속이므로 북한이 약속을 어길 경우 언제든 취소할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연내 종전선언에 대한 한국과 미국 내 반대 여론이 적지 않은 것을 의식한 일종의 완충지대’라고 분석했다.
박인휘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편안하게 액션(조치)을 취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시사하는 분석에 대해서는 “그보다는 불안하다면 (종전선언이 정치적 선언인 만큼) 미래에 되돌릴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이야기를 해서 종전선언에 부담감을 가진 사람들의 걱정을 없애주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민 실장도 같은 취지에서 분석을 내놨다. 홍 실장은 “대북제재가 가역적이고,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이전 상태로) 복귀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종전선언 취소’라는 직접적인 단어를 보기 보다는 이런 차원에서 생각하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