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기에 유리한 뱅크론 펀드로 뭉칫돈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주요 기업들이 앞다퉈 기존 대출금을 차환, 금리상승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나서 주목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해 올해 세 차례로 예고됐던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이 불발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는 가운데 나타난 움직임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8일(현지시각) 시장 데이터 업체 S&P 글로벌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기업의 기존 대출금 차환 규모가 100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달러화 <사진=블룸버그> |
이는 최소 10년래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소프트웨어 업체 델 테크놀로지와 자동차 수리 업체 서비스 킹 콜리션 리페어 센터스 등 신용등급이 낮은 110여개 기업이 대출을 갈아탄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별도로 시장 조사 업체 레브핀 인사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후 기업들의 대출금 차환이 2220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레버리지론의 24%에 이르는 수치다.
펀드 업체의 유동성이 늘어나면서 투자 수요가 뒷받침되는 데다 이자 비용 부담을 떨어뜨리려는 기업들의 의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해 9월 600억달러 규모의 EMC 인수를 위해 연 4%의 이율로 50억달러를 차입한 델은 지난달 0.75% 낮은 금리에 대출 차환을 성사시켰다.
서비스 킹 역시 6억900만달러 대출금의 금리를 0.75% 떨어뜨려 연간 이자 비용을 450만달러 축소했다.
레버리지론을 통해 지난해 8월 UFC를 18억달러에 인수한 윌리엄 모리스 엔데버 엔터테인먼트와 사모펀드 업체들도 대출 금리를 0.75% 낮춰 론을 차환했다.
펀드 조사 업체 리퍼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이후 은행권 대출 채권을 중점적으로 매입하는 펀드로 170억달러의 자금이 밀려들었다. 이는 2013년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연준의 자산 매입 축소에 따라 금리가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 소위 ‘테이퍼 발작’이 금융시장을 강타했던 당시 이후 관련 펀드의 자금 유입이 가장 크게 늘어난 셈이다.
만기에 고정금리를 제공하는 채권과 달리 론은 벤치마크 대비 변동 금리를 제공한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대출 금리 역시 동반 상승하고, 관련 펀드의 수익률은 상승하는 구조다.
투자 자금이 홍수를 이룬 것은 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기업들이 대출 차환에 잰걸음을 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차환 수요보다 관련 펀드의 자금 유입이 더 크게 늘어나면서 결과적으로 대출 금리가 떨어지는 기현상이 빚어진 것.
기업과 투자자들의 움직임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 취임 이후 연준의 정책 기조 변화와 어긋나는 것이다.
지난 1월 회의에서 재닛 옐런 의장은 3월과 그 이후 금리인상 시기에 대해 말을 아꼈다.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 확대가 실제로 이행될 것인지 여부와 이에 따른 파장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차환 발행 급증과 관련, 이튼 반체의 크레이그 러스 매니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동물적 감각이 투자자들의 기호와 금융시장을 장악했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