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빼면 필요없다는 수학, 실제 생활 깊숙이 적용
해리포터 용의 불, 겨울왕국 눈보라 등 수학 없으면 불가
'빅데이터 시대' 컴퓨터가 못하는 사고력 갖춘 인재 요구
[뉴스핌=황유미 기자] 학생들에게 수학은 가장 어려운 과목이다. 2014년 진행된 한 설문조사에서 고등학생 10명 중 6명이 "수학을 포기했다"고 응답할 정도였다. 학생들은 수학은 '입시'를 위해서만 필요하다고 하소연한다.
지난해 전국 고3 학생들이 전국연합학력평가 2교시 수학 영역시험을 치르는 모습. <사진=뉴시스> |
지난해 11월 수능을 본 수험생 조모(19)양은 "항상 시험 보고 나면 (수학 공식과 원리는) 잊어버린다"며 "미분·적분 공식을 배워서 어디에다 활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학생들이 수학을 부담스러워하는 점은 대학수학능력시험 만점자 수에서도 드러난다. 2017학년도 수능 수학 가형과 나형의 만점자 비율은 각각 0.07%, 0.15%였다. 국어 0.23%, 영어 0.72%에 비하면 낮다.
때문에 수학은 변별력을 가지는 과목으로 대학 입시의 당락을 결정하고 있다. 2016학년도 수능과 2014학년도 수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학생들의 수학에 대한 거부감과 반대로 경제, 환경, 문화 등 우리 생활에 수학적 원리가 적용돼 있다는 것이다. 수학은 사회현상 등에서 나타나는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 옵션 현재가 계산, 기상 예측에 '미분방정식'…일상 곳곳 '수학'
박형주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소장은 "수학은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모든 과정에 활용된다"며 "수학원리에 기초한 빅데이터 시대를 맞아서 모든 분야에서 수학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수학 활용분야는 금융이다. 파생상품인 선물·옵션 현재가를 계산할 때 사용되는 대표적 방식인 블랙숄즈모형은 '미분'이라는 수학원리가 적용된 것이다. 이 외에도 파생 및 구조화 금융상품을 개발하는 데 다양한 수학이론이 응용됐다.
질병을 예방하는 데도 수학의 원리는 활용된다. 감염성 질병의 역학을 분석하는 기본모형이 '연립미분방정식'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과거 영국의 구제역, 라틴아메리카의 샤가스병의 감염 속도를 줄여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날씨를 예상하거나 쓰나미 가능성을 알아보는 등의 예측시스템에도 수학의 원리는 적용된다.
영화의 컴퓨터 그래픽도 마찬가지다. 제작자들은 미분방정식과 등위집합 등을 활용해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 등장하는 파도의 움직임, '해리포터'에서 용이 내뿜는 불, '겨울왕국'에서의 눈보라 등을 만들어 냈다.
위작 구분의 한계를 깬 것도 수학이었다. 2008년 프리스턴대학 수학자 잉그리드 도브시 교수팀은 ''웨이블릿 수학 이론'을 토대로 고흐 작품에서 위작을 가려내는 데 성공했다.
그림을 윤곽과 상세정보로 나누면서 수학적으로 그림을 계량화함으로써 위작 작가의 주저함을 찾아낸 것이다. 경찰의 지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때도 이같은 원리가 활용된다.
미분방정식, 등위집합 등 수학원리를 적용해 만든 눈보라가 사용된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사진=뉴시스> |
◆ 수학적 소양 갖춘 인재 필요…"5지선다·단답형 평가 바꿔야"
의료, 정보보안, 교통, 에너지, 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응용수학에 바탕을 둔 기술들이 등장함에 따라 이를 다룰 수 있는 인력에 대한 요구도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수학적 메카니즘에 대한 소양이 필요해졌다는 의미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을 비롯한 IT대기업들은 수학자들을 직접 연구소에 채용해 활용하고 있다. 최소한의 자본으로 가장 많은 접속자에게 도달하는 광고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등 문제 해결 과정에 수학 전공자들이 필요해진 것이다.
빅데이터 시대에 수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는 더욱 절실하다. 기존에 다루지 않았던 규모의 데이터를 엮고 의미를 도출해내는 과정이 가치를 창출하고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박형주 소장은 "여의도 증권가의 경우에도 요즘에는 수학과 출신들이 많이 가는 것으로 안다"며 "IT 정보 보안 분야에서도 수학자를 많이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헐리우드에서는 그래픽과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해 계산 기학을 활용하는 수학자들이 몇 백명씩 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소장은 빅데이터 시대를 잘 맞이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수학 교육·평가 방식이 바뀌어야 할 필요성에 대해 지적했다.
박형주 소장은 "학생들이 수학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문제는 5지선다형과 단답형 평가 방식"이라며 "이런 방식은 학생들에게 ‘생각을 많이 하면 손해본다’는 메시지를 던져주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요구되는 인재는 컴퓨터가 하지 못하는 깊은 사고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문제 수를 줄이고 과정을 서술하는 방법으로 학생들을 평가하고 교육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황유미 기자 (hu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