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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유치원생에게도 가르쳐야 하는 김영란법

기사입력 : 2016년10월25일 00:00

최종수정 : 2016년10월25일 06:50

[뉴스핌=김나래 기자] 유치원생 학부모 A씨는 얼마 전 황당한 경험을 했다. A씨의 아들이 자신의 반지(시가 20만원)를 유치원 선생님에게 몰래 갖다준 것. 아이가 엄마의 물건을 그냥 가져온 것을 직감적으로 안 교사는 '몰래 가져오면 안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부모에게도 이 사실을 알렸다. 다섯살 난 이 아이는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을 위반한 것일까?

예전 같았으면 '귀여운 아이의 행동'이 이제는 '김영란법 제재 대상'이 됐다. A씨는 아이에게 '부모 몰래 물건을 가져가면 안된다는 것'외에도 '김영란법'에 대한 설명을 해줬다는 것이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위의 사례 역시 제재대상이다. 사립학교 유치원 교사와 어린이집 교사의 경우 초·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 유아교육법 등에 따른 교원에 포함되지 않지만 권익위는 누리과정이라는 정부 업무를 위탁받았다고 보고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포함했다.

권익위는 '직접적 직무관련성'이라는 이유로 스승의 날에 카네이션, 교수 캔커피 선물 등을 금지했다. 김영란법 제재 행위를 했을 경우 소속 기관장에게 신고를 해야 한다. 또 위의 경우는 우리나라 형법상 14세 미만과 지적능력이 없다고 인정되는 미성년자임에 따라 부모가 대신 책임지게 된다.

세종특별자치시에 위치한 한 식당 메뉴. <사진=이진성 기자>

A씨 외에도 주변에서 부모들의 비슷한 고민을 듣게 된다. 다른 학부모인 B씨는 얼마전 까지 유치원 운전기사에게 매번 감사의 뜻으로 집에서 주스를 직접 갈아드렸지만 이 마저도 받지 않는 다는 것. 이를 본 아이가 그동안 주스를 받았던 운전기사가 왜 안받는지를 물어 난처했다는 경험담도 들린다.

학부모 C씨도 최근 비슷한 경험을 했다. 유치원에서 가정통신문과 문자로 '유치원 소풍 때 도시락, 주스, 과일 등 일절 받지 않는다'는 알림을 받았다. 아이는 도시락을 준비하고 있는 C씨에게 선생님도 드리겠다고 하자 C씨는 안된다고 했다.

이에 아이는 "엄마, 왜 선생님한테 주면 안돼?"라고 묻자 C씨는 아이에게 답을 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아이에게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안된단다"라고 말을 해줘야 하나 고민했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담은 선물을 이제 더 이상 줄 수 없는 시대가 왔다. 스승에게 감사의 뜻으로 전달했던 음료수 한 개, 카네이션 등이 이제는 법적 제재 대상이 된 것이다.

권익위가 스승의 날 카네이션, 교수에게 캔커피 선물 등은 모두 제재대상이라고 해석하는 근거는 '직접적 직무관련성'이다. 권익위는 직무와 관련이 있더라도 원활한 직무 수행이나 사교 목적일 때는 '3, 5, 10 상한액'을 지키면 되지만 직접적 직무관련성이 있을 경우에는 이 마저도 안된다.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이번 국감에서 권익위가 근거로 삼고 있는 '직접적 직무관련' 조항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는 공무원 윤리강령에 준해 만든 것으로 공무원 윤리강령에 따르면 직무관련자는 '직접적으로 관련된 자'로 권익위의 해석도 맞지 않는 다는 것이다. 또 상식적으로 이해가 어려운 사회 통상적인 일까지 제재하면 김영란법의 전체 취지를 흔들 수 있다는 점도 경고했다.

이에 성영훈 권익위원장은 국감에서 '불변의 입장'을 고수하다가 청탁금지법 범 정부 태스크 포스(TF)에서 논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권익위의 김영란법 성공을 위한 안착은 '상식적인 일상생활의 제재'가 아니라 '비상식적인 부정청탁과 금품수수에 대한 제재'다.

권익위는 김영란법의 제재에 대한 애매모호한 해석에 대해 설명할 때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여론이 작용했다'는 답을 자주한다. 하지만 권익위가 말하는 김영란법을 지지하는 국민의 여론은 이런 상식적인 일상생활에 대한 제재는 아닐 것이다.

법조계에 종사하는 인사들은 권익위가 김영란법 제재에 대해 빗장을 하나씩 풀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권익위 입장에서는 '자존심'도 지키며 법조계의 판례들을 쌓아가도 늦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또 박근혜 대통령도 '부작용 최소화'를 당부한 만큼 권익위의 입장 선회 가능성도 열려있다.

공정한 사회를 아이들에게 선물해주는 것도 우리가 나아가야할 길이지만, 스승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되새기며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을 가르쳐야 하는 것도 사회의 몫이다.

하지만 스승에게 조그만한 선물도 안된다는 것을 가르치며, 그 이유가 '김영란법 때문'이라고 밖에 설명할 방법이 없다는 것은 김영란법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는 어쩌면 큰 불행일수도 있다.

 

[뉴스핌 Newspim] 김나래 기자 (ticktock0326@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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