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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 ‘베어더뮤지컬’ 서경수 “함께 아파하고, 그로써 힐링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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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글 장윤원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성소수자들에게는 공감이 되고 이해할 수 있는 극이었으면 좋겠어요. 이 작품을 보는 모두가 함께 아픔을 느끼고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고요. 또, 그런 아픔을 통해 다 같이 힐링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bare the musical)’에 출연 중인 배우 서경수의 말이다. 서경수는 작품에서 킹카 제이슨 역을 맡았다. 카톨릭 기숙 학교에 재학 중인 제이슨은 동성 애인 피터와 비밀연애를 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을 모두에게 밝혀 인정받고 싶어하는 피터와 달리, 제이슨은 가족과 친구들 사이에서 누리는 것들을 잃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작품은 제이슨과 피터, 두 동성커플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여기에 각자의 사정과 아픔을 간직한 아이들이 얽히고 설켜, 작품은 청소년기의 불안한 심리, 정체성에 대한 고민, 성장의 아픔 등을 포괄적으로 드러낸다. 모두에게 추앙 받는 퀸카지만 혼자만의 고독을 느끼는 아이비, 가족과 친구들 속에서 느끼는 열등감으로 비뚤어지는 나디아, 순애보와 집착 사이의 복잡한 감정선을 보이는 맷, 마약과 비행 등을 일삼는 소년 루카스 등 개성 뚜렷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2000년 초연 이후 ‘제6회 RTCC어워즈’ ‘제23회 LA위클리 어워즈’ ‘2001 오베이션 어워즈’ ‘2001 LA DCC 어워즈’를 수상한 ‘베어 더 뮤지컬’은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파격적인 무대로 화제였다. 외로움, 공허함, 질투, 사랑 등 감정적인 부분뿐 아니라 마약, 자살, 동성애 등 자극적인 소재들까지 적나라하게 꺼내놓고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청소년기는 혼란스럽고 불안한 시기잖아요. 그런데 제이슨과 피터는 거기에 더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여 있기까지 하죠. 견뎌야 하고, 참고 숨겨야 하는 상황에 처한 두 소년의 이야기, 그런 소재 자체가 재미있고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그 밖에도 작품이 끌린 이유는 많았죠. 넘버도 굉장히 좋았고 함께 하는 동료들도 특별했고요. 선택에 있어서 큰 고민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극중 다른 어떤 장면보다 자극적인 장면은 두말 할 것 없이 제이슨과 피터의 격렬한 스킨십이다. 도덕적으로 터부시되는 애정을 서로에게 갈구하는 제이슨과 피터. 두 인물의 절박하지만 순수한 내면은 끈적한 스킨십으로 짧지만 강렬하게 전달된다.

“동성간의 키스가 사실 어떤 시도죠. 정말이지 ‘시도’라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하기 전에는 걱정도 많이 됐고 부담도 컸던 게 사실이에요. 그런데 막상 하고 나니까 거부감이 없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만 힘들지 막상 한번 하고 나면 어렵지 않은 느낌?(웃음)” 

배우는 자신이 맡은 배역에 몰입해 배역과 하나가 되곤 한다. 하지만 ‘베어 더 뮤지컬’의 제이슨은 동성을 사랑하는 인물. 그런 제이슨의 내면에 오롯이 감정 이입을 하기에는 좁힐 수 없는 거리가 존재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서경수의 해법은 ‘자신으로부터 출발하기’였다.

“사실 제이슨뿐 아니라 어떤 역할이든 그래요. 저로서 출발하거든요. 있는 그대로 동성간 사랑으로 접근한다면 저 스스로가 이해하기 힘들 것 같았어요. 저로부터 출발한 만큼 처음에는 이성간의 마음으로 접근하되 제이슨과 피터의 마음을 헤아리려 노력했죠. 그런 시도를 하면서 제이슨을 점차 많이 이해하고 있는 걸 실감해요. ‘인정’으로 시작했다가 지금은 ‘이해’하고 있는 상황이랄까요.” 

피터와 비밀연애를 하는 제이슨은 대외적으로 많은 학생들의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인기남이다. 제이슨은 자신이 손에 쥔 것을 잃지 않고 싶어한다. 이로 인해 커밍아웃을 원하는 피터와 갈등하고, 그에게 모질게 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제이슨에 실망한 피터가 돌아서자, 그제야 자신에게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깨달으며 후회와 절망에 빠진다. 

“제이슨은 처음부터 피터에 대한 자신의 마음이 진정한 사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피터에 대한 사랑은 일찍부터 확신하고 있었죠. 하지만 그럼에도 피터와 대립했던 이유는 집안의 기대와 학생들 사이에서 자신의 명예를 지키고 싶었기 때문이고, 모든 사실이 밝혀지면 잃어야 할 것들이 두려웠기 때문이죠. 하지만 피터가 떠나자, 그제서야 제이슨은 자신에게 있어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 거예요. 외적인 모든 것들이 소용없을 만큼 피터를 사랑했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알게 된 거죠.” 

서경수가 설명한 제이슨의 속마음은 넘버 ‘원스 어폰 어 타임(Once Upon A Time)’을 통해 객석으로 전달된다. 이전까지 아이비의 적극적인 애정공세에 휩쓸리기도 하고 피터에게 야멸찬 모습을 보이기도 하면서 애매모호해 보였던 제이슨의 속내가 가장 직접적이고 애절하게 객석에 전달되는 장면이다. 

“제이슨에 대해 ‘나쁜놈’이라고 단정짓고 접근하진 않았어요. 제이슨이 왜 그랬을까 많이 고민했죠.그런데 어떤 부분에선 ‘왜’가 필요 없더라고요. 피터에 대한 마음도 그렇고 사랑에 대해서는 ‘왜’라는 단어가 필요하지 않은 것 같거든요. 솔직히 저도 제이슨이 나쁜놈인 건 인정해요(웃음). 어떻게든 ‘나쁜 인물이 아니었으면’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마지막에는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고요. 다만 생각해 보면, 제이슨 입장에서는 19세란 나이에 겪기엔 너무나도 혼란스럽고 괴롭고 힘든, 그런 무게감의 고통을 겪은 거니까요. 그의 선택을 저는 이해해요.” 

그 동안 숨겨 왔던 비밀마저 모두에게 폭로되고 심지어 자신이 사랑한 피터가 떠나버린 비극적인 상황. 제이슨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에 이른다. 이 같은 제이슨의 변화는 다소의 혼란을 주는 등 관객들의 호불호를 갈라놓기도 했다. 

“제이슨의 선택에 대한 관객의 반응은 사실 예상했던 부분이에요. 개연성에 있어서 갑작스런 느낌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사실, 한국적인 각색 없이 원작 그대로 공연했으면 한다는 (원작자 측)요청이 있었거든요. 그렇기에 저는 주어진 텍스트 안에서 최대한 개연성과 타당성을 부여해서 관객이 이해하기 쉽게끔 노력했어요.”

제이슨 역은 서경수를 비롯해 성두섭, 전성우가 번갈아 연기한다. 제이슨의 남자친구 피터 역에는 정원영, 윤소호, 이상이가 트리플 캐스팅 됐다. 아이비 역에 문진아 민경아, 맷 역에 배두훈, 나디아 역은 이예은, 루카스 역은 전역산이 함께 한다. 

“공연하면서 가장 중요한 건 파트너십이라고 생각해요. 다 함께 만들고 연습하는 공동 작업이니까요. 이기적인 욕심이나 자기만 돋보이려는 액션이 아니라, 상대 배우에게 뭔가 해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상대방과 진정으로 대화하려 하고요. 서로 배려하고, 서로에게 집중해주는 그런 마음가짐을 갖고 무대에 서고 있어요.” 

무대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이렇다 보니 실제 서경수는 동료들 사이에서도 생기발랄 에너자이저로 인기가 높다. 인터뷰 중에도 연신 사랑의 총알을 날리면서 장난기 가득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배우. 대학로의 핫한 스타로 손꼽히는 서경수의 인기 비결, 끊이지 않은 캐스팅 이유가 바로 그의 평소 표정과 몸짓에 있다.

“저는 누군가와 친해지면 세상에서 제일 까불고, 아직 친해지지 않았다 싶으면 조금만 까불어요. 어찌 됐던 까불긴 까붑니다(웃음).하지만 그런 모습이 가볍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조용한 것만이 진중한 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다만, 안 그래도 삭막한 세상에서 굳이 무거울 필요 있나 싶어요.”

[뉴스핌 Newspim] 글 장윤원 기자(yunwon@newspim.com)·사진 이형석 기자(leeh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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