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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 김남길 "'해적'은 배우 인생의 전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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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김학선 기자] 프레임 속 김남길(33)이 변했다. 어깨 위에 짓눌렸던 짐을 내려놓은 듯 어딘가 조금 가볍고 편안해졌다. 게다가 관객을 웃기기까지 한다. 카리스마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웠던 그가 이리도 웃길 수 있는 사람이었다니, 어째 속은 기분이다.

김남길이 영화 ‘해적:바다로 간 산적’(해적)을 들고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영화는 조선 건국 보름 전 고래의 습격을 받아 국새가 사라진 전대미문의 사건을 둘러싸고 이를 찾는 해적과 산적, 그리고 개국세력이 벌이는 바다 위 통쾌한 대격전을 그렸다.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해양 블록버스터를 표방한 ‘해적’은 시작 단계부터 한국판 ‘캐리비안의 해적’이란 이야기를 줄곧 들어왔다. 게다가 메가폰을 잡은 이석훈 감독은 앞서 기자간담회에서 “개인적으로 ‘캐리비안의 해적’을 재밌게 보지 않았다. 우리 영화가 더 재미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던 터. 이에 마주한 김남길에게 이 감독의 말에 동의하느냐는 장난 섞인 질문을 가장 먼저 던졌다. 대번에 그는 “‘캐리비안의 해적’ 재미있다”며 손사래를 쳤다.

“저도 그때 깜짝 놀랐어요(웃음). 사실 개인적으로는 영화 설정 자체가 그쪽 재미와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물론 해적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비교될 수밖에 없겠죠. 처음엔 저 역시 조니뎁을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감독님이 그의 유쾌함은 살리되 의리, 의협심을 더 넣고 조니뎁은 잊어버리라고 하셨죠. 사실 누군가가 ‘캐리비안의 해적’ 혹은 조니뎁과 비교한다고 해도 부담은 없어요. 성공한 영화, 캐릭터와 비교해 주니 오히려 영광이죠.”

극중 김남길이 열연한 장사정은 고려 무사 출신의 산적단 두목이다. 자칭 ‘송악산 미친 호랑이’로 뛰어난 무술 실력과 두둑한 배짱을 가진 조선 최강의 상남자. 하지만 알고 보면 제대로 도적질 한 번 못한 허당이다. 김남길은 거친 사나이 포스 뒤에 감쳐진 장사정의 장난기 가득한 말투와 다분한 허당기를 완벽하게 그려내며 지금까지 보여준 적 없는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다들 코믹한 제 모습이 처음이라고 하는데 사실 전 정극을 찍어도 촬영할 때는 약간 비틀어서 재미있게 풀어가요. 장난치면서 스태프들과 웃고 그 후에 다시 진지하게 촬영하는 경우가 많죠. 다만 이렇게 연기로 보여준 건 처음이라 그런가 봐요. 전 익숙한 데 보는 이들이 생소한 거죠. 오히려 제가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듣는 게 신선했거든요. 저 자체도 워낙 유쾌한 걸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해요. 그러다 보니 깐족거리고 말도 많죠(웃음). 그런 부분이 이번 영화에 많이 보인 거고요.”

김남길의 이런 자연스러운 코믹 연기는 본인의 유쾌한 성격 때문이기도 하지만, 즐거웠던 현장 분위기의 영향도 있었다. 유해진, 박철민, 조달환, 김원해 등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나는 충무로 대표 코믹 배우들이 모두 산적으로 뭉쳤으니 두말하면 잔소리. 남자밖에 없다고 칙칙한 분위기를 떠올린다면 오산이다.

“배 위에서 우리끼리 가둬두니까 첫사랑 이야기부터 결혼 이야기까지 모두 공유했죠. 사소한 에피소드는 물론이거니와 19금 농담도 많이 했어요. 특히 (김)원해 형은 진짜 최고예요. 정말 SNL인 줄 알았다니까요. 거기다 워낙 애드리브가 좋은 분들이잖아요. 산적팀 애드리브 편집본만 모아도 두 시간이 훌쩍 넘을 걸요? 관객 타겟이 가족이 아니었다면 정말 난리 났을 거예요(웃음).”

김남길의 말처럼 ‘해적’ 촬영장은 더없이 즐겁고 유쾌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늘 가벼운 마음으로 웃고 즐긴 건 아니다. 영화 촬영 초반까지는 나름의 슬럼프도 겪었다. 침대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혹은 방을 치우다가 문득문득 무의미한 삶이 반복될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그리고 그 불안감은 연기가 내게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공백기 있고 나서 찍은 드라마 ‘상어’가 개인적으로 실패했다고 생각했어요. 오랜만에 연기를 하다 보니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었죠. 그러면서 딜레마에 빠졌고요. ‘난 연기적 재능 없나?’ 싶을 정도로 힘들었어요. 이번에도 ‘왜 난 힘을 빼지 못할까?’하고 자책했는데 다행히 함께 출연했던 형들이 많이 이끌어줬어요. 그렇게 도움을 받아가며 연기적으로, 또 스스로에 있어서 힘을 빼기 시작했죠. 그러다 보니 다시 출발 선상에서 나를 찾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때 마침 영화 ‘무뢰한’을 만났고요. 심각한 장르지만, ‘상어’ 때처럼 억지스럽게 연기하지 않았죠.”

힘들었던 시간을 털어놓는 그에게 혹시 지금도 연기적 과도기를 겪고 있느냐고 물었다. ‘해적’ 촬영을 하면서 한결 가벼워졌다는 그는 “그저 진화하려는 단계”라고 정정하며 여유로운 미소를 보였다. 자신을 조금 내려놓게 됐다는 배우 김남길은 앞으로는 자연스러운 흐름에 맞춰 가고 싶다고 했다.

“이번 작품으로 연기의 재미를 알게 됐죠. 연기란 게 한두 달 만에 배울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경험이 많아지고 관록이 깊어지면서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묻어나는 거죠. 그런 면에서 서른 중반에 만난 ‘해적’은 배우 김남길이 연기적으로 전환점을 맞게 해준 작품이자 인간 김남길이 진화의 시초가 된 작품이라 생각해요. 나에 대해 고민하고 알아가면서 연기에 대한 재미를 알게 해줬으니까요. 그래서 사실 연기에 대한 기대치는 ‘해적’ 다음에 찍은 ‘무뢰한’에 조금 더 커요. 완벽하진 않아도 또 한 번 변화하고 발전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근데 이랬는데 ‘무뢰한’ 개봉하고 나서 똑같다고 하면 나 어쩌지?(웃음)”



“손예진과 두 번째 호흡, 부담감? 전혀 없었어요.”

김남길은 손예진은 지난해 방송된 드라마 ‘상어’가 끝나자마자 ‘해적’ 촬영에 들어가며 연이어 두 작품을 함께 했다. 촬영이야 ‘해적’이 늦게 시작했지만, 사실 드라마 촬영 전부터 논의가 되고 있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드라마 찍다가 사이라도 틀어지면 어떻게 하느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전혀 문제 될 게 없었다. 그는 “부담감 보다는 좋을 것이란 생각밖에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장점만 생각했어요. 익숙함에서 오는 깊이라는 게 있잖아요. 또 영화에서 펼쳐지는 우리 둘의 이야기는 액션과 웃음이 몰아치는 가운데 관객들이 쉴 수 있는 쉼표라고 생각했죠. 익숙하니까 능글맞으면서도 편한 느낌이 잘 살 수 있잖아요. 그래서 사실 예진이에게 같이 하자고 많이 조르기도 했죠. 예진이 입장에선 분명 부담이 됐을 거예요. 첫 액션에 첫 사극이잖아요. 하지만 전 청순가련 여배우가 주는 신선함이 클 거로 생각했고 다른 여배우와 호흡하면 어색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사실 예진이 성격이 워낙 좋아요. 굉장히 털털하죠. 인기 정점을 찍은 여배우에 대한 보편적인 편견이 왜 없었겠어요. 하지만 그런 게 전혀 없는 배우죠. 전 그런 모습을 여기서도 보여줄 수 있길 바랐죠. 또 어느 정도 표현된 듯해서 기분도 좋고요(웃음).”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김학선 기자 (yooksa@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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