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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극 ‘노란 달’…레일라, 침묵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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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노란 달’ (왼쪽부터) 공예지(레일라 역), 송영근, 박지아, 오정택(리 역) [사진=국립극단]
[뉴스핌=장윤원 기자] 레일라는 스코틀랜드 작은 마을에 사는 착한 소녀다. 외지에서 흘러 들어온 이 아이는 기이할 정도로 말이 없다. 어떤 사람들은 외국인이라 영어가 서툴러서 그런 거라고 단정짓고, 또 어떤 이들은 그저 수줍은 성격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사람들은 소녀가 말을 하지 않는 이유에 크게 관심이 없을지도 모른다. 
 
어느 누구도 레일라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관심 없을 거라는 공포, 그리고 자신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아니라는 낙담으로 레일라는 결국 세상과의 단절을 택했다. 하지만 레일라는 가끔 화보 속 화려한 성과 멋진 모델을 보며 상상한다. 내가 저 속에 있는 저 여자라면 어떨까? 그리고 종종 생각하기도 한다. ‘난 세상에서 제일 못생기고 한심한 몸 속에 갇혀 있는 게 아닐까’라고.
 
날카로운 칼날이 얇은 피부를 파고들 때야 비로소 자신이 이 곳에 존재하고 있음을 느끼는 이 말수 적은 소녀가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하는 한 소년에게 이끌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일지도 모른다. 비록 그 소년이 허풍쟁이에 사고뭉치라 할지라도. 
연극 ‘노란 달’ (왼쪽부터) 오정택(리 역), 공예지(레일라 역) [사진=국립극단]
세상과의 소통을 거부한 채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확인 받고 싶어하는 ‘착한 소녀’ 레일라, ‘반항’이라는 10대의 특권을 마음껏 휘두르며 사회적으로 소외된 자신의 처지에 저항해왔던 ‘불량 소년’ 리.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한 연극 ‘노란’ 달’은 위태로운 이들 10대 남녀의 잔잔하지만 드라마틱한 여정을 그린다.
 
이 연극은 청소년극의 형태로 막을 올렸으나, 비단 10대만을 위한 이야기는 아니다. 레일라와 리의 발길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존재와 허상, 자아와 사회, 이상과 결핍과 같은 본질적인 문제와 마주치게 된다. 주인공이 놓여진 세상,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소년소녀의 위태로운 몸짓을 통해, 이 연극은 10대뿐 아닌 성인 관객에게도 다양한 문제에 대한 각성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내러티브 혹은 스토리텔링이라 일컬어지는 ‘서술적’ 전개는 형식적인 신선함을 준다. 아무런 무대적 설치도 없는 평면의 무대, 관객이 내려다보는 사각의 황무지는 어느 순간 덜컹거리는 기차 3등석이 되고, 때로는 혹독한 눈보라 날리는 산등성이로 변모한다. 아주 차가운 호수에 몸을 담그는 주인공의 모습은 마치 마술처럼 무대 위에 생생하게 재연된다. 관객의 상상력을 통해 눈 앞에 펼쳐진 수많은 풍경은 외려 상상이기 때문에 한층 은밀하고, 또 로맨틱하다.  
연극 ‘노란 달’ [사진=국립극단 제공]
뜨거운 바위 위에 앉아 붉은 노을을 바라보던 레일라는 가장 완벽하고 이상적인 이 순간에 “이 이야기가 끝나게 해주세요!”라고 외쳤다. 하지만 레일라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을 터이고, 이야기는 계속된다. 꿈결과도 같은 달빛이 비추는 허상, 혹은 진실 속에서 헤매듯 우리네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환상같지만 지극히 현실적이고, 텅 빈 듯하지만 꽉 채워진 연극 ‘노란 달’은 오는 24일까지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뉴스핌 Newspim] 장윤원 기자 (yunwo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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