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전환 시 지금보다 광장 개방할 듯
방역 당국, 점진적 완화…경찰, 방역 지침따라 집회 관리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서울 도심 집회를 봉쇄하기 위해 경찰이 차벽을 설치한 것과 관련해 '방역을 위한 정당한 법 집행', '기본권을 침해한 과잉 대응'이라는 상반된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은 차벽 설치는 집회 금지라는 행정명령을 이행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방역 지침 변화에 맞춰 향후 집회·시위를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21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전날 민주노총이 강행한 '10·20 총파업' 서울 도심 집회를 차단하려고 서울 세종대로 사거리를 중심으로 광화문광장과 광화문역, 서울시청 앞 광장 등 곳곳에 차벽과 펜스를 설치했다. 거리두기 4단계 유지에 따라 서울시가 서울 모든 지역에 집회 금지를 내렸기 때문이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제49조를 보면 지방자치단체장은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집회를 금지할 수 있다. 앞서 경찰은 지난 8월 15일에도 광복절 연휴 기간 집회를 막으려고 차벽을 설치한 바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거리두기 4단계 기준 서울에서는 집회 금지, 3단계는 50인 집회를 금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차벽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집회·시위 참석자는 물론이고 근무하는 경찰관도 감염이 안 되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차벽 운영 지침 요건에 맞게 설치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는 코로나19 국내 발병 후 집회·시위 자유가 위축됐다고 계속 문제를 제기한다. 헌법 제21조는 국민의 집회·시위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천명하나 코로나19로 과하게 제한된다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인턴기자 =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역 인근에서 1020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총파업 대회가 열리고 있다. 2021.10.20 kimkim@newspim.com |
실제로 코로나19로 경찰이 내린 집회 불허는 크게 늘었다.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이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내린 서울시내 집회 금지 통고는 3206건에 달한다. 코로나19 발병 전인 2019년 집회 금지 통고 1건과 비교하면 급증한 것이다.
시민단체 다산인권센터는 "감염병 공포와 위기는 법적 근거와 사회적 합의 없이 인권을 유예하거나 후퇴시키는 근거가 됐다"며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집회 시위의 권리 등 기본권 침해가 아무러 사회적 논의없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집회와 시위 자유 제한은 코로나19로 가장 피해를 많이 본 노동자와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이 말하고자 하는 이들의 입을 막는 기재로 작용했다"며 "일방적으로 후퇴시킨 권리를 회복하고 반복되지 않도록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원 또한 정부와 경찰이 집회·시위를 보장하며 광장을 열어줘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다. 서울행정법원은 행정6부(이주영 판사)는 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서울시장 상대로 낸 옥외집회 금지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 사건에 대해 지난 19일 택배노조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서울시 내 일체의 옥외 집회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시민 보건을 확보할 필요성을 고려하더라도 집회에 대한 허가제를 넘어서는 과도한 제한에 해당해 그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편 경찰은 방역 당국 지침에 따라 향후 집회·시위를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정부가 코로나19 방역 방향을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면 광장을 지금보다 더 개방하고 집회 금지 통고도 감소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서울을 비롯한 전국 14개 지역에서 대규모 총파업과 집회 개최를 예고한 20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 주변에 경찰 차벽이 설치돼 있다. 민주노총은 5인 미만 사업장 차별 철폐·비정규직 철폐, 모든 노동자의 노조활동 권리 쟁취, 돌봄·의료·교육·주택·교통 공공성 쟁취 등을 내세워 이날 총파업에 돌입한다. 2021.10.20 yooksa@newspim.com |
방역 당국은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면 집회·행사 제한을 점진적으로 완화한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방역 당국은 지난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거리두기 체계에서 여러 다중이용시설의 운영과 행사, 집회, 사적 모임 등을 제한하고 있는데 이를 일시에 해소하기는 방역적 위험성이 크다"며 "우선순위를 정해 점진적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 경찰청 관계자는 "(집회·시위 관련) 중대본과 지자체 행정명령이 현장에서 이뤄지도록 경찰은 법을 집행하고 있다"며 "감염 우려라는 방역상 조치와 감염병예방법과 집시법,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입장을 고려해 집회·시위를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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