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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자영업자의 '마지막 잎새'

기사입력 : 2021년09월27일 13:18

최종수정 : 2021년09월27일 13:18

유희숙 한국재도전중소기업협회 회장

유희숙 재도전중소기업협회 회장. [재도전중소기업협회 제공]

[유희숙 재도전중기협회장] 중요하게 공지해야할 사항이 있어 며칠 전 회원사에게 단체 메일을 보냈다. 약 천여개의 주소록 중 반이상 메일이 반송되곤 했는데 그날도 '메일이 정상적으로 전송되지 못했습니다'란 답신이 수십개 더 늘어나 있었다. 사업이 힘들어지면 폐업과 함께 이메일 주소도 폐쇄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사무국 여직원에게 이 반송되는 메일 주소를 삭제하지 못하도록 한다. 사업이 실패하면 대부분 모든 네트워크가 단절되는데, 우리마저 그들을 차마 지워버릴 수 없었다. 언젠가 그들이 또다시 재기해 돌아올 수 있기를 기다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메일을 더 이상 보내지 말아달라는 한 회원의 연락을 받았다. 오랜 기간 협회의 모든 동고 동락을 함께 해 왔기에 그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사업이 좀 바빠져서요...." 그와 전화를 끊는데 좋은 일보다 힘든 일들만 더 많았던 협회의 그간 일들이 떠오르며 갑자기 눈물이 솟구쳤다.

사업이 잘 돼서 더 이상 협회와 연계되지 않으려는 기업가의 경우는 등 떠밀며 보낼 수 있는 좋은 경우다. 그런데 그런 경우는 아직 거의 없었다. 대부분 다시 사업이 힘들어진 탓이다. 그 절망적인 상황을 제대로 토로하지 않는다. 연락도 없이 바로 소식 두절 상태가 돼버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곧 성공할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그와 뜻밖의 결별은 간신히 버티고 있던 마음을 너무 두렵게 한다. 그마저 사라지면 모두가 다 사라질 것만 같은 깊은 절망감이 엄습해왔다. 그 말대로 단지 사업이 바쁜 탓이기를 간절히 바랬다.

그날은 한 자영업자가 자신의 원룸을 빼서 직원들에게 마지막 월급을 지급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날이었다. 그날로 모두 25명의 자영업자가 자살을 했다는 소식이 뉴스를 도배하고 있었다.

456억원 상금이 걸린 죽음의 서바이벌 게임을 그린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적인 화제다. 게임에서 지면 바로 죽음이 기다리고 있는데도 드라마에서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이 같은 죽음의 게임에 참여하고 싶다는 연락이 폭주하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이다.

그런데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태를 둘러싼 '화천대유'회사에서 퇴직금으로 50억원을 받은 곽상도 국회의원의 아들은 자신이 이 '오징어게임 속 말'이었을 뿐이라고 변명한다.

죽어야 456억원을 받는데, 7년간 일한 퇴직금으로 50억원을 받은 그가 7년간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힘들어 드라마 속 사람들처럼 사채를 쓰다가 일수 대출을 쓰고 급기야 신체 포기 각서를 쓴 적이 있었던가.

사업이 잘 될때는 많은 세금을 납부해왔던 사업가가 마지막 못낸 세금 때문에, 평생 다시는 재기할 희망을 가지지 못하는 게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그가 못낸 세금은 5천만원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이 처럼 죽음 직전까지 내몰린 기업가 사연이 협회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앞날에 대한 희망은 커녕 어디 얘기할 곳 하나 없는 그들의 그 절박한 사연을 들으며 이 코로나19 사태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재도전 정책이 자리잡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더욱 절실해진다.

하지만 여태까지 겪어본 우리나라 사회구조는 한번 실패한 이들에겐 어떤 기회와 희망도 없다는걸 깨닫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에게 두 번째 기회를 달라고 그렇게 소리쳐도 얼마나 허망한 메아리로 되돌아올지 그 결과는 너무도 뻔했다.

돈 있는 사람만이 돈을 벌 수 있고 파산한 사람은 경비원도 할 수 없으며 보험 설계사도 할 수 없고 소몰이꾼도 할 수 없다. 그냥 죽으라는 얘기다. 돈없고 힘없고 신용마저 없는 사람들에게는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조차 주지 않는 국가를 진정한 국가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 국민에게 다시 기회를 주지 않는 국가라면 그 국가가 왜 필요한 것일까.

문득 창 밖을 쳐다보았다. 창문 밑으로 왜소하게 버티고 있는 담쟁이덩굴이 보였다.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가 생각났다.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의 아파트에 사는 무명의 여류화가 존시가 심한 폐렴에 걸려서 사경을 헤맨다. 그녀는 삶에 대한 희망을 잃고 친구의 격려도 아랑곳없이 창문 너머로 보이는 담쟁이덩굴 잎이 다 떨어질 때 자기의 생명도 끝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래층에 사는 원로 화가 베어먼은 언젠가는 걸작을 그리겠다고 장담하면서도 오랫동안 어떤 그림도 그리지 않았으며 술만 마시며 남을 비웃으며 살고 있었다. 마지막 나뭇잎이 떨어지면 죽을 것이라고 말하던 존시의 얘기를 전해 들었지만 베어먼은 터무니없는 애기라며 일축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밤새 심한 비바람이 불면서 담쟁이덩굴 잎이 다 떨어지고 마지막 잎새 하나만 남게 되었다. 존시는 마지막 잎새를 보면서 자신의 죽음을 예감했다. 그러나 그 다음 날 밤에도 심한 비바람이 몰아쳤지만 마지막 남은 하나의 잎새는 떨어지지 않은 채 굳건하게 남아 있었다. 마지막까지도 떨어지지 않고 있는 그 잎새를 보며 존시는 기력을 되찾게 된다.

그 마지막 잎새는 담장에 붓으로 정밀하게 그린 베어먼의 그림이었다. 존시는 기적처럼 완쾌되었지만 사다리를 타고 밤새 차가운 비바람을 맞으며 잎새를 그렸던 베어먼은 이틀 후 폐렴으로 죽고 만다. 생전의 걸작이 된 마지막 잎새를 남긴 채.'

자영업자의 잇따른 비극을 보면서 겨우 생존해왔던 또 다른 자영업자도 더 이상 버틸 힘을 잃은 채 마지막으로 유일하게 선택할 수 있는 죽음을 생각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런 생사기로에 서 있는 자영업자를 위해 어떤 것들이 그들 자영업자를 버티게 해줄 마지막 잎새가 될 수 있을까.

windy@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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