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 전 에버랜드 전무도 징역10월 실형·법정구속은 면해
"삼성 미전실 동원해 노조 무력화…원심 판단·양형 정당"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삼성 에버랜드 노동조합 와해 공작을 벌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경훈 삼성전자 인사팀 부사장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0부(원익선 부장판사)는 26일 오전 업무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 부사장과 이모 전 에버랜드 전무 등 전·현직 삼성그룹 및 에버랜드 임직원 12명에 대한 항소심 선고기일을 열고 "피고인들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며 원심 형을 유지했다.
1심에서 강 부사장은 징역 1년 4월, 이 전무는 징역 10월의 실형을 각 선고받았다. 또 함께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삼성그룹 및 에버랜드 임직원 10명은 각 징역 6월~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 활동 방해 혐의로 기소된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이 지난해 12월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12.17 mironj19@newspim.com |
재판부는 "이 사건은 선례가 없거나 많지 않아 피고인들과 검사의 항소이유를 쟁점별로 나눠 원심이 정당한지 살펴봤으나 양측이 당심에서 한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모두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 강경훈 등이 복수노조 설립이라는 상황 변화에 맞춰 에버랜드 노조 설립 시도를 막고 무력화시키기 위해 미래전략실 인력을 동원, 주도면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긴 것"이라며 "죄질이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양형에 대해서는 "피고인들은 개인적 이득을 취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삼성그룹 차원의 노사전략에 따라 이뤄진 측면이 있어 보이는 점, 지금으로부터 비교적 오래 전에 이뤄진 행위인 점, 이 사건을 계기로 삼성은 새로운 노사관계를 정착하기 위해 나름 노력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특히 강 부사장에 대해 "노조를 적대시하고 과도한 대응을 했다고 인정하며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점, 관련 사건에서 징역 1년4월의 실형이 선고된 점, 가족과 지인들이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 전 전무에 대해서는 "이미 퇴사해 다른 사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는 점과 방어권 보장 측면을 고려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1심은 지난해 12월 13일 강 부사장에 대해 "삼성 미래전략실 소속 임원으로 근무할 당시 노사업무를 총괄하면서 사실상 범행을 지휘했다"고 지적하며 징역 1년4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다만 방어권 보장을 이유로 구속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강 부사장은 나흘 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설립 방해 혐의로 다른 재판부에서 징역 1년6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후 강 부사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1년4월로 감형돼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강 부사장 등은 지난 2011년부터 2012년 사이 삼성의 비노조경영 방침에 따라 에버랜드 내 비상상황실을 설치하고 조장희 삼성물산 노조 부지회장 등 핵심 노조원 3명에 대해 징계 처리하는 등 노조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노조원들과 그 주변인들을 감시하고 동향을 파악해 당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 보고하는 등 개인정보 226건을 무단으로 수집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비전자계열사 임직원들의 개인정보 205건을 당사자 동의 없이 공유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도 받았다.
아울러 에버랜드 노조 설립신고·노조원 교육·단체교섭·임금협약 체결 등에 관여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위반 혐의도 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