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비행 이용객, 11월부터 공항면세점 이용 가능
"따이공만 믿다보니"...면세점 이익률 -5% '빨간불'
[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 공항면세점이 약 10개월 만에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무목적 관광비행' 이용 승객에게 600달러 한도로 면세 쇼핑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덕분이다.
대기업 면세점 3사도 수익성 개선의 기회를 얻었다. 코로나19 이후 시내면세점 매출에만 의존하고 있는 면세점들은 따이공(보따리상) 유치 수수료가 늘어나면서 영업이익률이 곤두박질친 상태다.
◆관광비행시 모든 면세점 이용 가능...약 57억원 매출 예상
2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달부터 국제관광비행 상품 이용객은 600달러(약 67만원)에 한해 기내 및 공항 출·입국장, 시내(인터넷 포함) 면세점 이용이 가능하다. 국제관광비행은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국제선 비행기를 이용하되 타국 입·출국은 하지 않는 '비행 자체에만 목적이 있는 여행'이다.
당초 정부는 관광비행 이용객은 항공사가 운영하는 기내면세점만 이용할 수 있게 제도를 다듬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항공업계뿐만 아니라 면세업계 상황도 열악하다고 판단해 공항면세점을 포함한 것으로 보인다. 공항면세점은 입점 브랜드 소속 직원들이 대거 실직된 상태다.
정부의 관광비행 활성화 정책으로 공항면세점 이용객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11번가가 제주항공과 손잡고 관광비행 항공권(총 120석)을 판매한 결과 2분 만에 완판됐다. 수요가 있다는 뜻이다.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 등은 연말 시즌 일몰·일출 구경이 가능하도록 관광비행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기재부는 관광비행으로 발생하는 면세업계 매출로 약 28억6000만원을 제시했다. 이마저도 1인당 300달러만 구매했을 때 계산 결과다. 관광비행 이용객들이 600달러 전액을 채워 면세품을 구매한다면 57억원의 매출 발생 추정도 가능하다. 이는 이달부터 내년 3월까지 대형 3개 항공사가 주 1회 항공권 70% 판매에 성공했을 때의 시나리오다.
면세업계는 정부 지원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한 대기업 면세점 관계자는 "관광비행 항공권이 30만원 수준이라면 많은 수요가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면세점 실적) 대세에 큰 전환점이 되긴 어렵겠지만, 유연한 행정 조치를 보여줘서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2020.11.19 hrgu90@newspim.com |
◆"매출 늘어도 남는 건 없어"...따이공 의존할수록 수익성 비상
정부 지원으로 공항면세점 매출이 늘어날 경우 면세점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3분기를 기점으로 대기업 면세점 3사는 매출 회복 국면으로 진입했다. 롯데는 2분기 대비 3분기 매출(8453억원)이 45% 증가, 신라(7710억원)는 75.5%, 신세계(4372억원)는 40.7% 늘었다.
다만 매출 증가분만큼 이익을 못 낸다는 게 문제다. 3분기 롯데, 신라, 신세계면세점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1.8%, -1.3%, -4.7%로 전년 동기와 비교시 모두 급락했다. 4000~8000억원어치 면세품을 팔아도 남는 게 없다는 의미다. 본래 국내 면세업계는 영업이익률이 3%대로 저조했으나, 코로나19 장기화로 더 어려워졌다.
이는 시내면세점 매출 의존도가 늘며 따이공 모객 비용 등 출혈도 늘고 있는 탓이다. 3분기 면세점 3사 전체 매출에서 시내면세점 매출은 90%대, 시내면세점에서 따이공으로 인해 발생하는 매출 비중도 90%가 넘는다.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기업형 따이공이 국내 면세점을 먹여살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이공 의존도가 늘어날수록 면세점 매출에서 알선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진다. 알선수수료는 따이공을 모객해준 대가로 면세점이 여행사, 가이드 등에게 제공하는 비용이다. 일반적으로 대형 면세점은 10%대, 중소·중견 면세점은 20%대의 수수료를 지불한다.
일례로 신라면세점은 3분기 알선수수료 지출액은 최근 3년 중 최고점을 찍었다. 3분기 알선수수료는 10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0억원, 전 분기 대비 746억원 증가했다. 시내점 매출액(6578억원) 대비 알선수수료 비율은 16.1%로 분기 알선수수료율 평균치 대비 월등히 높았다.
한 대기업 면세점 관계자는 "예전처럼 알선수수료 자체를 높게 부르는 출혈경쟁을 하진 않는다. 따이공이 많아지다 보니 수수료도 자연히 늘어난 것"이라며 "면세업계 상황이 워낙 심각해 정부의 계속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hrgu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