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자치구 책임 떠넘기기 공방...시각장애인 피해 외면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매년 10월 15일은 시각장애인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세계시각장애인연합회가 1980년에 선포한 흰지팡이의 날이다. 선포문에는 '흰지팡이는 동정과 무능의 상징이 아니라 자립과 성취의 상징'이라고 명시돼 있지만 시각장애인들이 주체적으로 활동하기 위한 광주시의 보행환경은 허점이 너무 많았다.
점자블록은 점형블록과 선형블록으로 구분된다. 점형블록은 '위치 감지용'으로 출발지점, 대기지점, 방향 전환 지시, 경고 등을 표시할 때 사용된다. 횡단보도 앞에 점형블록이 설치돼 있다면 '일단 멈춤'이라는 의미다. 선형블록은 보행 방향을 지시할 때 쓰인다.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광주종합버스터미널 인근 시각장애인 점자블록이 파손된 채 방치됐다. 또한 점자블록을 가로 막은 채 자선단체에서 모금활동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2020.10.15 kh10890@newspim.com |
뉴스핌이 13~14일 취재한 광주지역의 점자유도블록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광주 서구 광주지방국세청화정동별관, 광주시 염주종합체육관 일대에는 선형블록이 차도로 향하고 있었다. 또한 광주종합버스터미널 인근 점자블록은 부숴지고 뜯겨있는 등 방치된 상태였다.
이 외에 점자블록이 설치된 곳도 노란색 고무 재질이 갈라지거나 부서져 제 역할을 못 하고 있었고, 더 심각한 문제는 설치 자체가 잘못돼 장애인의 통행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시각장애인에게 방향을 가르쳐 줘야 할 점자블록이 잘못 설치돼 오히려 장애인의 통행을 방해하고 있음에도 광주시는 현황 파악도 안되고 있고, 부서 간 떠넘기기 등 책임 주체를 따지고 있다.
뉴스핌이 시각장애인 점자블록 관리 실태에 대해 광주시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의한 결과 장애인 복지과·도로관리과·건설과 등 부서 간 책임 떠넘기기 공방을 이어갔다.
광주시 관계자는 "시에서는 점자블록과 관련해 실태 파악을 안한다"며 "자치구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광주 동구청 관계자는 "거리마다 관리 주체가 달라서 시각장애인 점자블록이 잘못 설치 됐다고 해서 무조건 구청에서 처리 해야하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광주 서구 쌍촌동에 설치된 차도로 안내하는 점자블록. 점자블록의 방향이 차도(위)를 향하고 있다. 제대로 설치된 점자블록(아래). 2020.10.15 kh10890@newspim.com |
이처럼 광주시와 자치구 간 책임 떠넘기기 공방에 시각장애인만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이다.
점자블록을 따라 길을 걷다 보면 장애물이 있어 통행할 수 없거나 횡단보도로 안내해야 할 점자블록이 장애인을 차도로 안내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광주시시각장애인복지관 관계자는 "선형 점자블록이 잘못 설치된 것들 때문에 시각장애인이 도로를 가로질러 차량이 지나가는 쪽으로 걸어가게 되는 일이 빈번하다"며 "시각장애인들이 보행에 큰 불편을 겪고 있는 상태"라고 토로했다.
kh108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