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 납품 활성탄 품질검사 결과 조작…사기방조 혐의
1심 징역 1년 6월 '실형'…2심서 징역 6월·집행유예 2년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정수장에 납품될 활성탄의 품질검사 과정에서 납품업체로부터 청탁을 받고 검사 결과 일부를 조작한 국립대 교수의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사기방조 혐의로 기소된 한 국립대 교수 A(63)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A 씨는 지난 2013년 7월부터 12월까지 한국수자원공사 정수장 정수처리시설에 납품될 활성탄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일부 납품업체로부터 품질검사를 의뢰받은 뒤 검사 결과를 조작해 시험에 합격시켜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이에 A씨는 수차례 활성탄 소규모 흡착실험(RSSCT)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임의로 기존 시료를 제거하고 다른 시료를 넣어 좋은 결과를 얻는 등 검사 결과를 조작했다.
검찰은 A씨가 자신의 실험 결과에 따라 먹는 물 수질에 중대한 영향이 미칠 것을 알고도 이같은 방식으로 측정값을 변경시켜 납품업체들의 사기 범행을 용이하게 해 먹는 물 수질에 위험을 끼쳤다고 보고 A씨를 사기방조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재실험을 하거나 실험값을 보정한 행위가 실험 과정에서 오류를 줄이고 오차를 보정하기 위한 것일 뿐 사기 범행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반발했다. 또 사기 범행을 방조할 고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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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은 그러나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형법상 방조행위는 정범이 범행을 한다는 사정을 알면서 그 실행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접·간접 행위를 말한다"며 "검찰이 제시한 증거 등을 고려하면 A씨는 일반적 실험값 보정이나 오차 수정 범위를 넘어 자의적으로 실험값을 변조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실험결과 보고서에 따라 관련자들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활성탄이 그 기준을 충족하는 것과 같이 속여 피해자에게 공급하게 될 것을 인식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2심은 A씨 범행을 대부분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했다. 재판부는 "A씨는 20년간 국립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연구자의 길을 걸어온 자로 누구보다 엄격히 연구윤리를 준수해 모범을 보일 책무가 있음에도 이를 망각하고 활성탄 납품업체 측 이익에 부합하는 주장에 경도돼 시험 결과를 조작, 이 사건 정범들의 사기범행 완성에 있어 가장 결정적 열할을 수행한 셈"이라며 "나아가 공공재인 먹는 물 안전을 해할 위험까지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다만 A씨가 초범이고 보석 이전까지 9개월 간 수감생활을 한 점, 시험결과를 조작한 관련자에 대한 형량 등을 고려해 집행유예로 감형 결정했다.
대법은 원심의 이같은 판단에 법리적 오류 등이 없다고 보고 A씨 측 상고를 기각했다.
brlee19@newspim.com